“국내 금값 하루 새 0.9% 급락”…환율 하락에 상승분 반납·변동성 확대
국내 금시세가 환율 하락 여파로 하루 새 1퍼센트 가까이 내리며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12월 16일 국내 금 1돈 가격이 전일 대비 0.9퍼센트 떨어지면서 최근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같은 날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가 수준에서 소폭 오름세를 이어간 것과 대비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환율과 대외 변수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고용과 물가 지표 발표를 앞둔 관망 심리가 겹치며 당분간 금 시장의 등락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 시스템에 따르면 12월 16일 기준 국내 금 1돈 시세는 76만6,500원으로 집계됐다. 전날 77만3,775원에서 7,275원 떨어진 수치다. 최근 흐름을 보면 12월 8일 75만2,625원에서 출발해 12일 76만2,713원까지 올라 단기 상승세를 보였지만, 16일 다시 76만 원대 초반으로 밀리며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흐름이 이어졌다.
![[분석] 엇갈린 금값, 환율 하락과 美 지표 대기 심리에 변동성 확대 (금값시세) (ⓒ톱스타뉴스)](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216/1765846057907_341911960.jpg)
단기 조정에도 불구하고 중기 추세는 여전히 우상향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16일 가격은 최근 1주일 평균 대비 8,705원, 약 1.1퍼센트 높은 수준이다. 30일 평균과 비교해도 2만3,874원, 약 3.2퍼센트 높아 상승 추세가 완전히 꺾였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최근 1년 최고가인 85만1,250원과 비교하면 8만4,750원, 10.0퍼센트 낮은 반면, 최저가 42만1,875원보다는 34만4,625원, 81.7퍼센트 높은 가격대로 여전히 고점권 부담은 남아 있는 상황이다.
국내 금값 약세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환율 하락이 꼽힌다. 12월 16일 오전 9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3원 떨어진 1,470원을 기록했다. 삼성금거래소에 따르면 외환당국과 국민연금 간 650억 달러 규모 외환스와프가 2026년 말까지 연장된 점이 원화 강세,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달러 화폐로 거래되는 국제 금값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환율이 내려가면 원화 환산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야간 거래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한때 1,460원 초반까지 밀리는 등 하방 압력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금거래소 시황 자료는 이런 환율 흐름이 16일 국내 금값 하락을 촉발하는 직접적인 방아쇠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국내 금 투자자 입장에서는 해외 금값만 볼 것이 아니라 환율 흐름까지 함께 체크해야 하는 환경이 강화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제 금 시장 분위기는 국내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 집계에 따르면 16일 기준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약 4,310달러 수준으로 올라 사상 최고치 부근을 맴돌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하고 있는 영향이다. 올해 들어 금값은 60퍼센트 넘게 폭등해 1979년 이후 가장 강한 연간 상승률을 기록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상승 폭은 점차 제한되는 모습이다. 연준 내부에서 금리 인하 속도와 시점을 둘러싼 의견이 갈리며 매파적 경계 발언이 이어지고,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도 완전히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급격한 완화 전환 대신 점진적인 인하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늘면서, 금값이 단기간 추가로 치솟기보다는 박스권 등락을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책 불확실성도 금 시장을 둘러싼 주요 변수로 부각된다. 삼성금거래소에 따르면 트럼프 차기 행정부에서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된 케빈 해싯을 둘러싸고 내부 반대 기류가 감지되면서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주요 변수에 대한 가시성이 떨어지자 글로벌 금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적극적인 매수보다는 관망세가 우세한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일정도 투자심리를 조이는 요인이다. 이번 주 미국의 11월 비농업부문 고용보고서와 소비자물가지수 발표가 예정돼 있고, 유럽중앙은행과 영란은행, 일본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 통화정책 회의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에 따라 금리 전망이 크게 흔들릴 수 있고, 이는 다시 금 가격의 방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실물 수요와 새로운 투자 트렌드는 금값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USA GOLD에 따르면 이탈리아가 금 보유고를 둘러싼 유럽중앙은행과의 오랜 분쟁을 정리하며 자산 송환 가능성이 열렸고, 인도의 금 투자 유입액도 9월 분기 1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와 같은 신흥국에서 결혼·명절 수요와 투자 수요가 맞물리며 실물 금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고 있다는 평가다.
디지털 자산과 연계된 새로운 금 투자 방식도 주목 대상이다. 테더가 내놓은 블록체인 기반 토큰화 금 상품 XAUt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전통적인 종이 금보다 실물 금을 직접 담보로 한 상품에 대한 선호가 커지고 있다. 일부 시장에서는 실물 금 가격이 종이 금 벤치마크를 웃도는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장기적으로 실물 수급이 금값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종합하면 현재 금 시장은 국내외 요인이 엇갈리며 단기적으로 높은 변동성을 드러내는 국면에 들어섰다. 국내에서는 원달러 환율 하락이 금값 조정을 이끌고 있고, 해외에서는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성과 주요 경제지표 발표를 앞둔 관망심리가 공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단기 시세차익보다는 포트폴리오 분산과 위험 관리 관점에서 금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이번 주 발표될 미국의 고용 및 물가 지표 결과에 따라 국제 금값이 온스당 4,280달러에서 4,350달러 사이 박스권을 벗어나 새로운 추세를 형성할 여지도 있는 만큼, 향후 중앙은행 회의와 거시 지표 흐름에 시장의 시선이 집중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