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넥스트레이드 메인마켓 거래대금 37 감소…한국거래소 수수료 인하에 직격탄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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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한국거래소의 주식거래 수수료 인하가 시행되자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메인마켓 거래대금이 12월 평균 대비 3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수료 인하가 주문 흐름을 바꾸며 대체거래소의 성장세에 제동을 거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주문 배분 방식과 수수료 구조가 맞물리며 복수 거래소 경쟁 구도에 변곡점을 만들고 있다고 진단한다.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15일 프리마켓 오전 8시부터 8시 50분까지 거래량은 4,314만주, 메인마켓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20분까지 거래량은 7,629만주로 집계됐다. 12월 1일부터 14일까지 일평균과 비교하면 프리마켓 거래량은 약 38.2 늘어난 반면 메인마켓 거래량은 10.6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프리마켓 거래대금은 1조7,507억 원으로, 직전 일평균 1조4,968억 원보다 17 늘었다.

넥스트레이드 메인마켓 거래대금 37% 급감…거래소 수수료 인하 첫날 효과
넥스트레이드 메인마켓 거래대금 37% 급감…거래소 수수료 인하 첫날 효과

반면 메인마켓 거래대금은 3조4,151억 원으로, 12월 1일부터 14일까지 평균 5조4,251억 원에서 37 급감했다. 출범 후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성장해 온 메인마켓이 수수료 인하 첫날에만 3분의 2 수준으로 위축된 셈이다. 시장에서는 한국거래소의 수수료 인하가 넥스트레이드 메인마켓 거래 축소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국거래소는 이날부터 내년 2월 13일까지 단일 거래수수료율 0.0023를 차등 요율제로 전환하고, 전체 수수료 수준을 20에서 40 낮추는 한시 조치를 시행했다. 올해 3월 출범한 넥스트레이드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무기로 점유율을 확대해 온 가운데, 한국거래소가 유사한 수준으로 수수료를 낮추며 가격 경쟁에 본격 대응한 것이다.

 

국내 주식 주문은 투자자가 거래소를 직접 지정하지 않을 경우 최선주문집행 SOR 시스템을 통해 자동 배분된다. 증권사는 SOR를 통해 가격, 수수료, 비용, 주문 규모, 체결 가능성 등을 비교해 고객에게 가장 유리한 거래소로 주문을 전송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다른 조건이 같다면 수수료가 낮은 거래소로 주문이 몰리게 된다.

 

수수료 인하 이전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넥스트레이드로 주문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한국거래소가 수수료를 낮추면서 가격 경쟁력이 재조정됐고, 공모시장에서 주문 흐름이 다시 한국거래소 쪽으로 이동하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과 운영시간이 겹치는 넥스트레이드 메인마켓은 직접 경쟁 구도에 놓여 있어 수수료 변화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넥스트레이드 메인마켓 거래대금이 출범 초기였던 4월에서 5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며 현재와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메인마켓 거래량이 수수료 인하 이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단기간에 확보한 점유율 상당 부분이 수수료 경쟁 한 번으로 되돌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셈이다.

 

대체거래소 도입 취지를 둘러싼 논란도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은 약 70년 동안 한국거래소 단일 거래소 체제를 유지해 왔다. 복수 거래소 경쟁을 통해 서비스 품질과 혁신을 끌어올리자는 구상 아래 넥스트레이드가 출범했지만, 출범 9개월 차 단계에서 수수료 인하 경쟁이 과열될 경우 신규 시장 참여자의 안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수수료 중심의 단기 경쟁이 지속되면 대체거래소가 자체적인 기술 투자와 서비스 고도화에 나서기보다 비용 절감 위주 전략에 치우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경우 복수 거래소 구조가 기대한 만큼 거래 품질과 투자자 편익을 높이지 못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안정성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대 입장도 존재한다. 상장, 시장감시, 유동성 공급 등 핵심 인프라를 제공하는 한국거래소의 기반 위에서 대체거래소가 운영되는 구조를 감안할 때, 넥스트레이드가 단기간에 외형을 빠르게 키우는 것은 향후 ‘무임승차’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시장 감시와 상장 관리에 대한 비용과 책임은 한국거래소가 부담하는 반면, 거래 수익은 대체거래소가 상당 부분 가져가는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거래소의 수수료 인하 조치는 우선 약 두 달간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거래소는 3개월 이내 범위에서 수수료를 조정하거나 면제하는 사항을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다만 수수료 조정 기간이 3개월을 넘길 경우 금융위원회 산하 시장효율화위원회 심의를 받아야 한다.

 

당분간 넥스트레이드와 한국거래소 간 수수료 경쟁이 어떤 강도로 전개될지가 국내 복수 거래소 체제의 성패를 좌우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향후 정책 방향과 제도 보완 논의는 거래량 추이, 시장 안정성, 투자자 편익 등 주요 지표 흐름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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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레이드#한국거래소#대체거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