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세계가 더 가난해질수록 부자만 더 부자된다”…기요사키, 엔캐리 붕괴 속 비트코인·금 승자론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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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가 일본 엔 캐리 트레이드 종료를 글로벌 자산 시장 대폭락의 기점으로 지목하며, 향후 승자는 비트코인과 금 같은 희소 자산 보유자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거듭 내놓고 있다. 법정통화 가치가 구조적으로 약해지는 흐름 속에서 현금과 저축 중심의 전통적 투자 관행이 개인 자산을 갉아먹고 있다는 인식이 그의 주장 근간에 자리 잡은 모습이다.

 

로버트 기요사키는 지난달 29일과 30일 현지 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일본의 초저금리가 지난 30년 동안 글로벌 부동산과 주식, 채권, 원자재 가격을 떠받치는 거대한 거품을 만들어 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본이 캐리 트레이드를 접으면서 추수감사절을 기점으로 역사적인 자산 대폭락이 시작됐다고 단언하며, 세계가 더 가난해질수록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금과 은을 보유한 투자자가 상대적으로 더 부유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요사키 SNS
기요사키 SNS

그가 던지는 핵심 문제의식은 법정통화의 지속적인 구매력 하락이다. 기요사키는 1900년 100달러로 8개월치 식료품을 살 수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가치가 꾸준히 훼손돼 2025년에는 3.80달러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전제 아래 오래된 돈 개념에 머문 채 현금 저축만 고집하는 태도를 패배자 사고방식으로 규정하고, 금과 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실물·디지털 희소 자산을 새로운 돈의 개념으로 제시했다.

 

그의 메시지는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제 투자 이력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기요사키는 1965년부터 은, 1972년부터 금을 매수해 왔고, 2019년부터 비트코인, 2023년부터 이더리움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2000년에 45만달러에 매입한 금으로 최근 450만달러 상당의 주택을 구입했다는 사례를 공개하며, 통화가치 하락 국면에서 금과 같은 자산이 장기적으로 부를 보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래 성장 동력과 연결된 자산 전략도 제시했다. 그는 인공지능 확산이 향후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만들 것이라며, AI 산업을 떠받칠 에너지 수요에 주목했다. 석유와 가스 기업, 사모펀드, 상장지수펀드와 뮤추얼펀드 등에 걸친 에너지 투자를 첫 번째 전략으로 꼽으면서, 인공지능이 촉발할 산업 구조 재편 속에서 에너지 인프라를 핵심 현금흐름 자산으로 본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편 기요사키는 암호화폐 가격 변동성이 극심한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비트코인 매수를 주문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최근 약 225만달러, 우리 돈 30억대 규모 비트코인을 실제로 매도한 사실을 공개했다. 다만 이번 매도는 가격 비관이 아니라 새로운 현금흐름 자산 확보를 위한 포트폴리오 재배치였다고 설명했다. 수술센터 두 곳 인수와 옥외 광고 사업 투자에 비트코인 매각 대금을 투입해 내년 2월부터 매달 약 2만7500달러의 세전 소득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히며, 암호화폐 자본 이익을 실물 현금흐름과 연결하는 특유의 투자 방식을 드러냈다.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비트코인 약세론과 달리 그는 낙관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기요사키는 이번 매도가 전량 처분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여전히 비트코인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향후 새로 확보하는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추가 매수를 이어가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12만6000달러에서 8만1000달러까지 46일 만에 급락하고, 장기 보유자와 고래의 대량 매도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이 100만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는 기존 전망을 쉽게 거두지 않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시장 전반의 시각은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 자금 유출, 주요 지수에서 암호화폐 보유 기업 퇴출 가능성, 장기 투자자 청산 등 요인을 들어 구조적 약세를 경고한다. 반면 기요사키는 세계가 더 가난해질수록 희소 자산을 가진 이들이 승자가 된다는 서사를 강화하며, 비트코인을 금과 은과 함께 법정통화 리스크를 헤지하는 수단으로 바라본다. 디플레이션 우려와 동시에 장기적 통화 완화 가능성을 함께 상정하는 이중적 시각이 그의 논리 속에 공존하는 셈이다.

 

기요사키는 이러한 발언이 투자 권유가 아니라 개인적 의견이라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부자 아빠 담론으로 대중의 돈 관념에 큰 영향을 미쳐 온 인물인 만큼, 그의 메시지는 단순 시장 전망을 넘어 하나의 문화 코드로 소비되고 있다. 현금과 저축을 신뢰해 온 세대와 디지털 자산, 에너지, 실물 현금흐름 자산을 결합해 자산을 운용하려는 새로운 세대의 관점 차이가 그의 언어를 통해 압축적으로 드러난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결국 기요사키가 던지는 메시지는 가격 등락 예측을 넘어 엔 캐리 트레이드 붕괴와 중앙은행 통화정책, AI로 상징되는 산업 재편, 글로벌 부채와 통화팽창이 얽힌 환경 속에서 무엇이 진짜 돈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제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시장이 공포와 낙관 사이에서 크게 출렁이는 가운데 그는 자신만의 신념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며 다음 사이클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암호화폐와 실물 자산 시장의 흐름에 미칠 파급효과가 주목되고 있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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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기요사키#비트코인#엔캐리트레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