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삼성SDI 2%대 약세 마감”…EV 수요 둔화 우려에 52주 신저가권 압박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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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가 연말 증시에서 2%대 약세를 기록하며 52주 신저가 부근까지 밀렸다. 전기차 수요 둔화 장기화 우려가 짙어지는 가운데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 다만 장 막판 외국인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일부 지지선 형성을 시도하고 있어, 전기차 부진을 ESS 등 비(非)자동차 부문 성장 모멘텀으로 얼마나 상쇄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5년 폐장일인 12월 30일 삼성SDI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8,000원 2.88퍼센트 하락한 26만9,500원에 마감했다. 지난 12월 10일 기록한 고점 31만7,500원과 비교하면 약 20일 만에 15.1퍼센트나 조정받은 수치다. 이날 거래량은 63만3,862주로 전일 약 33만 주 수준에서 2배 가까이 늘었다. 연중 최저 수준 가격대에서 거래량이 동반 확대된 점을 감안할 때, 차익·손절 물량과 더불어 신규 저가 매수세가 뒤섞인 ‘손바뀜’ 구간에 진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 삼성SDI는 전기차 업황 둔화라는 파고를 넘고 있으나, 최근 체결된 대규모 ESS 계약이 중장기 성장의 버팀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톱스타뉴스)
▲ 삼성SDI는 전기차 업황 둔화라는 파고를 넘고 있으나, 최근 체결된 대규모 ESS 계약이 중장기 성장의 버팀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톱스타뉴스)

주가 하락의 근본 배경으로는 전방 산업인 전기차 시장의 수요 정체, 이른바 EV 캐즘 현상이 지목된다. 고금리·고물가 환경이 장기화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판매 목표가 잇따라 조정됐고, 주요 배터리사들의 주문 가시성이 흐려진 상태다. 시장에서는 전기차 침투율 둔화가 배터리 업체 전반의 실적과 주가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삼성SDI는 ESS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며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미주 법인을 통해 약 2조 원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삼원계 중심이던 제품 구성을 LFP까지 확장해,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와 글로벌 전력망 투자 확대에 대응하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평가다. 여기에 KG모빌리티와의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공동 개발 협약도 차세대 폼팩터 경쟁력 강화 사례로 시장의 주목을 받는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시각 차가 뚜렷했다. 한국거래소 집계 결과 30일 외국인은 삼성SDI 주식 5만9,360주를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9만4,552주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12월 중순까지 매도 우위를 보이다가 19일 이후 간헐적으로 매수세로 전환하며 지분율 23.5퍼센트대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주가 수준을 역사적 밸류에이션과 비교해 과도한 저평가로 판단한 글로벌 자금이 저점 매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기관은 업황 둔화에 따른 단기 실적 압박을 감안해 비중 축소에 나선 양상이다.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 투자자들이 이차전지 비중을 줄이며 방어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수급 부담 요인이 상존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차전지 업종 전반의 약세도 삼성SDI의 주가를 짓누르는 요인이다. 같은 날 LG에너지솔루션은 3.03퍼센트, 에코프로비엠은 6.21퍼센트, 엘앤에프는 9.85퍼센트 하락 마감했다. 개별 악재보다 EV 수요 정체라는 공통 변수가 투자 심리를 억누르고 있는 셈이다. 다만 삼성SDI의 낙폭이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작았던 점은 눈에 띈다. 주가순자산비율 PBR 0.84배 수준의 역사적 저평가 구간에 진입하면서 밸류에이션이 하단을 형성하고 있다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적·재무 구조 측면에서는 수출 비중 확대가 눈에 띄는 변화로 꼽힌다. 회사가 공시한 제품별 매출유형 추이에 따르면 2022년 0퍼센트였던 수출 비중은 2024년 87.91퍼센트까지 급증했다. 내수 중심 기업에서 글로벌 수출 기업으로 체질 전환이 이뤄진 셈이다. 시장에서는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경우 수출 확대에 따른 환차익과 마진 개선 효과가 일부 기대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단기 실적 전망은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경고가 함께 제기된다. 증권가 컨센서스 추정치에 따르면 삼성SDI의 2025년 영업이익은 약 1조6,000억 원 수준의 적자가 예상된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함께 대규모 설비 투자, 연구개발 비용이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2025년을 실적 측면에서 ‘바닥 구간’으로 보면서도, 2027년 이후에는 영업이익 1조4,842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J커브형 회복 시나리오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 삼성SDI는 PBR 1배 미만 저평가 영역에 진입해 있어 밸류에이션 부담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주가 평균은 37만 원대로, 현재가 대비 약 40퍼센트가량의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도 제시된다. 다만 미국 상무부의 알루미늄 관세 확대 논의 등 대외 통상 리스크, 전기차 보조금 정책 변화, 글로벌 경기 둔화 여부 등은 여전히 변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단기 주가 변동성보다는 실적 바닥 통과 시점과 ESS·데이터센터향 매출 가시화 여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2025년 상반기 전기차 수요 회복 속도와 함께 신규 수주 공시, 미국·유럽 공장 증설 진행 상황 등을 점검하며 장기 관점에서 접근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향후 글로벌 전기차 침투율 궤적과 주요 고객사 투자 계획이 삼성SDI의 실적과 주가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히고 있다.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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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lg에너지솔루션#에코프로비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