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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스튜디오로 단체사진 만든다"…카카오, 카나나 개편으로 커뮤니티형 AI 승부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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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가 친구 관계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다시 디자인하고 있다. 카카오가 내놓은 AI 에이전트 앱 카나나는 단순 채팅을 넘어, 단체 사진 생성과 관심사 기반 콘텐츠 추천까지 품은 ‘커뮤니티형 AI’로 확장 중이다. 메신저 중심 경쟁이 생성형 AI 플랫폼 경쟁으로 옮겨가는 시점에서, 카카오는 일상 속 친밀한 사용 경험을 앞세워 이용자 접점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엔터테인먼트와 커뮤니티에 특화된 AI 서비스가 국내 모바일 생태계 재편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카카오는 16일 AI 에이전트 앱 서비스 카나나를 대규모 업데이트하고, 개인화 추천과 단체 이미지 생성 기능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카나나는 그룹 AI 메이트 카나와 개인 AI 메이트 나나와의 대화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로, 올해 10월 앱 구조 개편과 함께 주제별 스페셜 AI 메이트, 멀티모달 AI, 음성 기반 대화 등 기능을 추가해 왔다. 이번 개편은 그 연장선에서 개인 맞춤형 경험과 지인과 함께 즐기는 생성형 콘텐츠 기능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기술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관심사 등록 기반 개인화 시스템이다. 사용자가 앱 내에서 건강, 여행, 취미 등 자신의 관심 분야를 지정하면 AI 메이트가 이를 장기 메모리처럼 저장해 이후 대화와 추천에 반영한다. 추천 알고리즘은 홈 화면 구성과 질의 자동완성, 대화 주제 제안 등에 활용된다. 예를 들어 건강 관련 관심사를 등록한 사용자의 경우 홈 화면에서 운동 팁, 영양 정보 등 건강 관련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제안받고, 원클릭으로 해당 주제에 대해 질문을 이어갈 수 있다. 단순히 답변을 생성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이용자가 앱을 켤 때마다 다른 개인화된 ‘AI 홈 피드’를 제공하는 구조다.

 

새롭게 추가된 AI 스튜디오는 생성형 이미지 모델을 소셜 경험과 결합한 기능이다. 최대 6명까지 인원 구성을 설정하고 콘셉트를 선택하면 촬영 없이도 단체 사진을 만들어준다. 카카오는 로맨스 판타지, 청춘 서사, 키즈 모델, Y2K 스타일, 크리스마스 등 9가지 콘셉트를 기본 제공한다. 스타일 프롬프트와 인물 배치가 사전에 튜닝된 템플릿 방식으로, 이용자는 복잡한 프롬프트를 직접 입력하지 않고도 4컷 이미지를 하루 1회 무료로 생성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템플릿형 생성 이미지 기능이 고도화될 경우, 사진관·스튜디오를 대체하기보다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메신저에서 소비되는 ‘밈 이미지’와 프로필 사진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본다.

 

대화 중 정보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웹 검색 기능도 눈에 띈다. 사용자가 채팅창 하단 플러스 버튼을 누르면 카나나가 실시간 웹 검색 결과를 기반으로 답변을 제시하는 구조다. 이는 사전 학습 데이터에 한정된 답변을 보완하기 위한 하이브리드 검색·생성 방식으로, 시의성 있는 정보나 최신 이슈에 대한 답변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카카오는 여기에 답변 공유 기능을 더해, 카나나에서 받은 설명이나 요약을 웹 링크 형태로 변환해 지인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생성형 답변을 다시 소셜 공유 콘텐츠로 재활용하는 장치를 둔 셈이다.

 

카나나의 이번 개편은 글로벌 생성형 AI 흐름과 비교해도 차별점이 뚜렷하다. 오픈AI, 구글, 메타 등은 고성능 모델과 개발자 API를 중심으로 생태계를 확장하는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카카오는 메신저 기반 사용자 풀을 활용해 ‘친구 같은 AI’ 경험과 엔터테인먼트형 기능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특히 AI 스튜디오와 같은 단체 사진 생성 기능은 스냅챗의 AR 필터, 틱톡의 유행 필터처럼 Z세대 사용자의 놀이 문화와 맞닿아 있어, 젊은 층 유입에 유리한 요소로 평가된다.

 

다만 개인정보와 생성 이미지 활용에 대한 국내 규제 환경도 변수다. 카나나의 AI 스튜디오는 문장 기반 캐릭터 생성 중심으로 설계돼 실제 인물 얼굴을 그대로 합성하는 딥페이크와는 거리를 둔 형태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지 생성 AI가 성인·아동 모델이나 특정 집단을 stereotype으로 재현하는 문제, 동의 없는 초상 활용 이슈 등은 향후 제도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향후 데이터 관련 일반법 등이 AI 서비스에 어떻게 적용될지가 관건이다. 유럽연합이 AI 법안을 통해 고위험 AI와 딥페이크 표시 의무 등을 구체화하는 흐름도 국내 사업자에는 참고할 만한 기준이 된다.

 

카카오는 카나나를 통해 단순 챗봇을 넘어선 에이전트형 서비스로 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메신저, 포털, 콘텐츠 플랫폼을 두루 보유한 카카오 입장에서는, 카나나가 향후 다른 서비스와 연동되면 일정 관리, 쇼핑, 콘텐츠 추천 등으로 역할이 확대될 여지도 있다. 다만 실제 상용화 단계에서는 생성 AI의 오류와 편향, 과도한 의존성을 어떻게 통제할지, 그리고 광고·구독 모델 등 사업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지가 과제로 남는다.

 

김종한 카카오 카나나 성과리더는 이용자 일상 속 활용도 향상에 중점을 둔 개편이라고 설명하며, 개인화 경험 확대와 커뮤니티형 AI로의 진화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카나나가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생성형 AI가 접점을 넓혀가는 테스트베드가 될지, 그리고 이용자의 실제 사용 패턴이 새로운 수익 모델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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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카나나#ai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