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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해상도 0.3m 광학 눈”…아리랑7호, 독자위성 기술 도약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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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해상도 광학관측위성 아리랑7호가 한반도 상공에서 A4 용지까지 식별 가능한 시야를 갖춘 채 임무를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 시스템부터 본체, 탑재체까지 전 영역을 국내 기술로 개발한 첫 0.3m급 광학위성으로, 재난 대응부터 국토 관리, 민간 위성영상 서비스까지 한국 우주산업의 활용 지형을 넓힐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독자 초고해상도 광학위성 확보가 글로벌 상업용 위성영상 시장 진입을 가속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아리랑7호는 한국시간 2일 새벽 2시 21분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쿠루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발사된다. 유럽 아리안스페이스가 운용하는 베가 C 발사체에 실려 지구 저궤도 약 500km 높이의 태양동기궤도에 투입될 예정이다. 태양동기궤도는 항상 비슷한 태양 고도와 각도에서 지구를 관측할 수 있어 광학 관측에 최적화된 궤도다.

아리랑7호 사업은 2016년 8월 착수해 2026년 3월까지 진행되는 국가 위성 개발 프로그램이다. 사업 목표는 0.3m급 고해상도 전자광학카메라와 제어모멘트자이로 기반 고기동 자세제어 시스템을 포함한 세계 최고 수준의 고사양 광학위성을 국내 독자 기술로 확보하는 데 맞춰졌다. 위성 발사 중량은 1840kg(추진제 포함)으로, 1000kg을 넘는 대형급에 속한다.

 

핵심 탑재체인 AEISS HR 전자광학카메라는 0.3m 이하의 지상 해상도를 구현하도록 설계됐다. 해상도 0.3m는 우주에서 지상 약 30cm 크기 객체를 구별할 수 있는 수준을 가리킨다. 다목적실용위성 3호와 3A호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광학 설계, 정밀 지상처리, 자세제어 기술을 고도화해 전량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

 

기술 성능 향상 폭도 크다. 아리랑7호는 기존 다목적실용위성 3A호의 광학 해상도 0.55m와 비교해 관측 정밀도가 3배 이상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3A호가 차량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이었다면, 7호는 차량 종류까지 식별 가능한 단계로 올라섰다. 항공사진에 가까운 고해상도 덕분에 지상에 놓인 A4 용지, 노트북, 서류가방 등도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개발진 설명이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한국 위성 관측 방식의 한계를 고기동 성능으로 보완했다. 아리랑7호는 국내 위성 가운데 처음으로 제어모멘트자이로를 적용해 목표 지역을 빠르게 재조준할 수 있다. 제어모멘트자이로는 회전하는 휠의 각운동량을 이용해 위성의 방향을 정밀하게 바꾸는 장치로,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목표 지점을 촬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0.3m급 고해상도 영상을 연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급변하는 재난 현장 등에 대한 신속 대응력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대용량 데이터 처리 능력도 한층 강화됐다. 아리랑7호에는 테라비트급 대용량 저장장치와 이를 지상으로 빠르게 전송하기 위한 광전송 기술이 적용됐다. 초고해상도 영상은 데이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실시간에 가까운 처리와 전송 능력이 확보돼야 공공과 민간 수요에 모두 대응할 수 있다. 항우연은 이번 위성이 영상 처리 속도, 분석 효율 측면에서 이전 세대 위성 대비 한 단계 높은 수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관측 정밀도와 기동성 향상을 토대로 아리랑7호는 재난재해 감시, 국토 및 도시 관리, 환경·자원 모니터링, 국경과 해양 감시 등 다양한 국가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공식 임무 수명은 5년으로, 이 기간 동안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고품질 광학 위성영상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유지하게 된다.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 기업과 연구기관도 고정밀 영상을 활용할 수 있어, 스마트시티 구축, 인공지능 기반 공간정보 서비스, 정밀 농업, 인프라 안전진단 등으로 활용 범위가 확장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발사 절차는 초단위로 세밀하게 짜였다. 발사 후 약 2분 29초에 1단 엔진이 분리되고, 4분 35초에 2단 엔진이 분리된다. 이어 4분 46초경 위성을 보호하던 페어링이 제거되고, 7분 20초에 3단 엔진 분리가 진행된다. 최종적으로 발사 후 43분 54초 시점에 발사체로부터 위성이 분리되면서 목표 궤도에 안착하는 순서다.

 

궤도 투입 후에는 초기 상태 점검과 시험 운용이 이어진다. 발사 1시간 9분 뒤 남극 트롤지상국과의 첫 교신을 통해 위성체 기본 상태를 확인하고, 발사 후 2시간 43분 시점에 같은 지상국이 위성 상태를 공식 확인한다. 이후 약 1.5주 동안 초기 구동 및 점검 단계를 거치고, 발사 후 1.5주에서 3주 사이에는 위성 본체와 탑재체 간 연동 시험, 궤도상 운용 시험이 진행된다. 모든 초기 점검이 끝나면 내년 상반기부터 5년간의 공식 임무가 시작된다.

 

공급망 측면에서는 전 과정의 국산화가 갖는 의미가 크다. 총 발사 중량 1840kg에 이르는 대형 위성의 시스템, 본체, 탑재체를 모두 국내 기술력으로 완성하면서 한국 위성 산업의 자립도가 한 단계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본체 개발에 국내 기업들이 주관적으로 참여해 설계·제작·시험 전주기 경험을 확보한 것도 향후 상업용 위성시장 진출에 필요한 역량 축적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글로벌 시각에서 보면 상업용 초고해상도 광학 위성영상 시장은 이미 미국과 유럽 기업들을 중심으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미국의 맥사 테크놀로지스 등이 30cm급 광학영상 상용 서비스를 제공하며 방위, 지도, 보험, 금융 분야까지 고객을 확대해 왔다. 아리랑7호는 국가 위성으로 개발됐지만, 유사한 해상도와 안정적인 운용 경험을 확보하게 되면 국내 기업이 민간 상업용 위성 사업에 뛰어들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책적으로도 전략적 의미가 적지 않다. 한국은 최근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에 이어 독자 개발 초고해상도 위성까지 연이어 궤도에 올리며 발사체와 위성 기술을 동시에 고도화하고 있다. 정부는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공공 위성 수요를 장기적으로 제시하고 민간 참여를 확대해 우주산업 생태계를 키운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다만 상업용 서비스로 확장하려면 고해상도 영상의 보안 통제, 개인정보 보호, 국방·외교 이슈 등 복합적인 규제 논의도 병행돼야 할 전망이다.

 

항우연은 아리랑7호가 한국 우주개발 역사에서 상징적인 이정표라고 강조한다. 연구원 측은 위성 본체와 탑재체 전 영역을 국내 기술로 완성해 초고해상도 광학관측 위성을 독자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세계에 입증했다고 평가한다. 동시에 다수의 국내 기업 참여를 통해 우주산업 생태계 확장을 견인하며 상업용 위성시장 진출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산업계는 아리랑7호가 초고성능 관측력을 실제 임무 수행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보여줄지, 그리고 이 성과가 민간 우주 비즈니스로 어디까지 확장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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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7호#우주항공청#한국항공우주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