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주택공급 확대 기대감에 29.95 상승…일성건설, 정책 테마 타고 중소형 건설주 강세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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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 확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중소형 건설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12월 4일 건설주 테마가 장중 일제히 오르는 가운데 일성건설 주가가 상한가까지 치솟아 투자자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급 드라이브와 정비사업 수주 모멘텀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하면서도, 부채 부담과 적자 구조가 지속되고 있어 변동성 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4일 장중 기준 일성건설 주가는 1,883원으로 전일 대비 29.95 상승했다. 최근 한 달간 바닥권에서 횡보하던 주가는 이달 들어 강한 반등세로 돌아서며 상한가에 도달했다. 52주 최저가인 1,192원과 비교하면 50를 웃도는 급등 폭이다. 지난 6개월간 이어진 하락 추세선을 상향 돌파한 데 더해 5일선과 20일선이 정배열 구간에 진입하면서 단기 상승 탄력이 크게 강화된 모습이다. 장중 거래량과 거래대금도 급증하며 직전 저항 구간을 단숨에 돌파했다.

[분석] 주택공급 정책 기대감에… 일성건설 건설주 테마 강세 흐름
[분석] 주택공급 정책 기대감에… 일성건설 건설주 테마 강세 흐름

시장의 관심은 정책 방향성에 쏠려 있다. 이번 급등의 배경에는 정부의 강력한 주택 공급 확대 의지가 자리한다는 평가다. 김이탁 신임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취임사에서 국민이 원하는 입지에 충분한 주택을 공급하고 건설산업 회복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힌 점이 정책 테마를 자극했다. 여기에 서울 강서구 화곡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등 개별 정비사업 수주 모멘텀이 겹치며 일성건설 주가에 레버리지 효과를 낳은 것으로 분석된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엇갈린 매매가 변동성을 키우는 구조다. 최근 1주일간 수급 흐름을 보면 외국인은 12월 3일 약 49만 주를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반면 기관은 같은 날 6만 주, 전일 3만 주를 순매수하며 매도 물량을 받아냈다. 외국인의 대량 매도에도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한 것은 정책 테마를 신뢰한 개인과 기관 매수세가 매도 우위를 상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정책 기대감이 구체적인 공급 계획과 규제 완화 조치로 이어질 경우, 중소형 건설주 전반에 대한 수급 쏠림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성건설은 시가총액 1,017억 원 규모의 코스피 상장사로 시총 순위는 1,073위 수준이다. 상장주식수는 약 5,400만 주로, 대형 건설사에 비해 몸집이 작아 주가 탄력성이 큰 종목군에 속한다. 현대건설, 삼성E&A, GS건설 등과 비교하면 시가총액과 매출 규모는 작지만, 가격 변동폭은 더 가팔른 편이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외국인 보유 비중이다. 일성건설 외국인 지분율은 65.36로 현대건설 20.52, GS건설 25.27 등 상위 건설사보다 훨씬 높다. 외국인 수급 변화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다만 재무 구조와 밸류에이션은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2024년 12월 결산 기준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부채비율은 454에 달해 업계 평균을 크게 상회하며 재무 건전성 부담이 상당한 수준이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약 -60로 수익성 악화가 심화된 상태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97배로, 자산 가치 대비 주가가 높게 형성돼 있어 실적 턴어라운드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는 한 현 주가를 펀더멘털만으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주가를 떠받치는 가장 큰 동력은 정부의 공급 정책이다. 국토교통부가 9·7 공급대책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내고 주택정비 및 도시정비 사업 활성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관련 수혜주로 분류되는 중소형 건설주에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 시장은 정책이 발표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정비사업 인허가, 도심 공급 확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 실행 단계로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를 선반영하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건설 업황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기업 내부 요인도 주가 하방을 지지하는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 일성건설은 최근 국군재정관리단과 260억 원 규모 공사 계약을 체결하며 공공 공사 수주 역량을 과시했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도시정비 시장에서도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다. 백종탁 대표 체제에서 약 1조 6천억 원 수준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중장기적으로는 공사 물량이 매출로 인식되며 실적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다만 프로젝트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달 말 삼덕진주 아파트 소규모재건축 공사 계약이 해지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시장에서는 전체 수주 잔고 대비 비중이 크지 않아 단기 실적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ESG 등급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점, 높은 부채비율 등 구조적 리스크는 중장기적으로 기관 수급 유입을 제약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자본 확충을 위한 유상증자 가능성 등 잠재 이슈도 투자 판단에서 감안해야 할 변수로 지목된다.

 

건설 테마 안에서 일성건설은 정책 민감도가 높은 종목으로 분류된다. 상지건설, 동신건설, KD 등 다른 중소형 건설주도 최근 동반 급등세를 보이며 정책 테마 장세 흐름을 입증했다. 개별 실적보다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주택 공급 물량 확대 등 정책 뉴스에 주가가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패턴이 반복되는 구도다. 공급 대책이나 정비사업 관련 발언이 나올 때마다 단기적인 매수·매도 공방이 격화되며 변동성이 커지는 양상이다.

 

동일 업종 대형사와 비교했을 때 일성건설의 장점은 비교적 가벼운 시가총액에서 비롯되는 높은 주가 탄력성과 정비사업 테마와의 연동성이다. 반면 현대건설과 삼성E&A 등은 안정적인 영업이익과 상대적으로 양호한 재무 구조를 바탕으로 변동성이 덜한 편이다. 이 차이는 시장 상승기에는 일성건설 등 중소형 테마주의 수익률이 더 높게 나타나는 대신, 조정기에는 하락 폭이 더 클 수 있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향후 투자 전략을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단기적으로는 상한가 안착 이후 추가 정책 이슈에 따라 시세가 한 차례 더 분출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현재 가격대인 1,880원 선이 단기 지지선으로 기능할 경우 추가 상승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반대로 대량 거래를 동반하며 1,600원 선을 하회할 경우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급격히 쏟아질 수 있어 손절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는 경고도 나온다. 중기적으로는 지난 6개월간 누적된 하락분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수익성 개선과 재무 구조 안정이 확인돼야 하며, 2,200원 안팎의 매물대 소화 여부가 추세 전환의 경계선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주가 흐름이 펀더멘털보다는 정책 기대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정부의 공급 정책이 계획 대비 속도가 늦어지거나 규모가 축소될 경우, 정책 프리미엄이 빠르게 소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높은 부채비율과 적자 지속 상황은 금리 변동, 자금 시장 경색 등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여서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덧붙여진다. 향후 일성건설과 중소형 건설주의 주가 흐름은 정부 공급 대책의 실행 속도, 정비사업 수주 성과, 재무 지표 개선 여부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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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성건설#국토교통부#건설주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