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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시한 내 예산 합의”…여야 실세 의원들, 지역구 예산 대거 챙겼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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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합의 처리의 이면에서 여야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가 맞붙었다. 5년 만에 법정 시한을 지킨 내년도 예산안에 여야 지도부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핵심 의원들의 지역 사업이 대거 반영되면서 정치적 공방과 이해득실 계산이 교차하고 있다. 숫자로 드러난 증액 내역을 따라가 보면, 합의 처리의 배경에 실세 지역 예산 현안이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어 2025년도 예산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예산안이 법정 시한인 12월 2일 안에 처리됐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여야 지도부와 예결위 핵심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상당액 증액하거나 신규 반영한 사실이 3일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병기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예결위 수장들의 지역구 사업이 눈에 띄게 늘었다. 김병기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에서는 사자암 불교전통문화관 건립 예산 2억원이 증액됐다. 문화·관광 인프라 확충을 명분으로 한 사업으로, 지역 숙원 사업으로 꼽혀 왔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의 지역구인 충남 천안 일대에서는 사회간접자본과 산업 인프라 예산이 연쇄적으로 늘었다. 천안아산역 방음벽 설치 27억원, AI 기반 모빌리티 제조 혁신거점 조성 20억원, 천안에코밸리산업단지 진입도로 18억원이 증액됐다. 또 천안 성환에서 경기도 평택 소사를 잇는 국도 건설 10억원, 천안 동면에서 충북 진천을 연결하는 국도 건설 50억원도 추가 확보됐다.

 

예산 심사의 핵심인 예결위원장의 지역구도 예외가 아니었다.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의 지역구 전북 익산에서는 환경·교통·보훈·문화 분야 전반에 걸쳐 증액이 이뤄졌다. 용안면 동지산리 가축분뇨 공공 처리시설 설치에 14억원, 익산역 확장 및 선상 주차장 조성에 10억원, 군경묘지 정비 5억5천만원, 익산박물관 특별전 4억1천800만원이 반영됐다.

 

예결위 여당 간사로서 협상 창구 역할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과천에서도 정부청사와 문화시설 예산이 늘어났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운영 등 관련 예산 71억6천만원이 증액됐고, 과천청사 중장기 개선방안 연구용역에 3억원이 추가됐다. 행정 중심 도시 이미지 강화와 문화·예술 인프라 강화가 내세워졌다.

 

국민의힘도 예산 협상 전면에 나섰던 지도부와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를 중심으로 예산 증액이 집중됐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경북 김천에서는 대형 교통 인프라와 생활 기반 시설 사업이 줄줄이 증액 대상이 됐다. 양천에서 대항을 잇는 국도 대체 우회도로 착공비 10억원, 직지사 대웅전 주변 정비 2억2천500만원, 노후정수장 정비 9억5천900만원, 문경에서 김천을 연결하는 철도 건설 30억원 등이 늘어났다.

 

국민의힘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의 지역구인 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에서는 환경·도로·농업용수 관련 예산이 강화됐다. 평창 도암호 유역 비점오염저감시설 확충에 81억8천300만원, 평창 노동에서 홍천 자운을 잇는 국도 건설에 5억원, 홍천 자운지구 다목적 농촌 용수개발에 3억원이 반영됐다. 수질 개선과 농업 기반 확충을 동시에 겨냥한 사업들이다.

 

정책 방향을 총괄하는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원회 의장의 지역구인 부산 강서구도 SOC 예산 증가의 수혜를 입었다. 국회부산도서관 소방 안전시설전 개선 예산 24억3천만원, 부산 낙동강 하굿둑 상류 대저수문 등 개선사업 예산 30억원이 증액됐다. 도서관 안전과 수자원 관리 강화를 내세운 사업이다.

 

예결위 국민의힘 간사인 박형수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 의성에서는 국도 5호선 보행자통행로 시설 개선 예산 10억원이 추가됐다. 농촌 지역 주민 안전과 교통 편의를 높이는 사업으로 분류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충남 보령·서천에서도 산업단지와 지역 개발 사업이 증액됐다. 보령시 관창일반산업단지 노후 폐수관로 정비에 1억8천만원, 서천 주항지구 사업비 5억원이 늘면서 환경 인프라 정비에 속도가 붙게 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예산안이 5년 만에 법정 시한 내 합의 처리된 배경으로 여야 지도부와 예결위 핵심 인사들의 지역구 예산이 큰 갈등 없이 관철된 점을 꼽는 분석이 나온다. 실세들의 지역 사업이 신속히 정리되면서 다른 쟁점 사안에 대한 군살을 덜어낸 결과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예산 증액을 놓고 국회 안에서는 지역구 나눠먹기라는 비판과 지역 현안 해결이라는 옹호론이 엇갈리고 있다. 정치권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이른바 쪽지 예산이 반복되면 재정의 효율성과 형평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반면 지역 민원 해결과 국가 균형 발전 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정 과정이라는 해명도 제시된다.

 

향후 국회 예산정책처와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내년도 예산안의 세부 증액 내역에 대한 검증과 평가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회는 내년 정기국회에서 예산심사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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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한병도#송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