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밀고 들어오면 아작내라”…윤석열 전 대통령, 공수처 체포영장 불발 후 경호부에 강경 지시 증언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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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충돌이 다시 불거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간 체포영장 집행을 둘러싼 갈등이 법정 증언을 통해 한층 뚜렷이 드러났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체포영장 1차 집행이 불발된 이후 경호부에 강경 대응을 지시했다는 전직 경호부장 증언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 속행 공판에서 이강 전 대통령경호처 경호5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지난 1월 11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경호처 부장급 간부 등 9명이 참석한 오찬에서 직접 들은 발언을 기록한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근거로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이 전 부장은 "경호처가 나의 정치적 문제로 고생이 많다. 밀고 들어오면 아작난다고 느끼게 위력순찰하고 언론에도 잡혀도 문제 없다"는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을 당시 그대로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 "총기를 노출하는 것도 괜찮다는 의미였다"며, 'TV에 나와도 된다'는 식의 직접적 지시였다고 진술했다. 아울러 "헬기를 띄운다, 여기는 미사일도 있다, 들어오면 부숴버려라" 같은 무장 대응 언급도 메시지에 남겼다고 전했다.

 

과격한 발언의 대상으로 공수처와 경찰을 지목하면서, 경호처 내부에 계엄 선포와 관련한 경고성 발언도 나왔던 것으로 보인다. 메시지에는 "'계엄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경고용이었다', '설 연휴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문구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이 전 부장은 “우리가 침체돼 있다는 얘기를 듣고 격려 차원일 줄 알았으나, 20~30분 동안 집행 저지 관련 발언 일색이었다”며 "혹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또, 2차 집행 당시(1월 15일)에는 부하 직원들에게 "더 이상 영장 집행을 저지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밝혀 내부 지침 변화의 이유도 함께 밝혔다. 그는 “철조망을 치고 스크럼을 짰던 당시 상황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처벌이나 연금 문제를 우려해 임무를 수행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이 전 부장은 "만약 대통령의 판단이 옳았다면 내가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는 문제다. 양심에 따라 행동했다"고 맞섰다.

 

윤 전 대통령의 강경 대응 지시가 법정에서 신빙성 있게 진술되면서, 향후 재판 결과와 정치적 파장이 예사롭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법정에서 확인된 오찬 발언의 적절성, 지휘 명령 체계의 합법성 여부를 둘러싸고 여야의 공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현 경호처 지휘방식과 대통령 권한 행사의 한계에 대해 치열한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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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공수처#경호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