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5세까지 8∼12년 단계 연장”…민주당, 재고용 결합 절충안 가닥
정년연장을 둘러싼 노사 간 견해차와 더불어민주당의 조정 노력이 맞붙었다. 법정 정년을 65세까지 높이되 퇴직 후 재고용을 결합하는 절충안이 제시되면서, 정년연장 입법 논의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3일 국회와 노동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 소위원회는 전날 회의에서 정년연장을 8∼1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3개 방안을 검토했다. 모두 법정 정년을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올리되, 속도와 구간 배분을 조정하는 식이다.

1안은 2028년부터 정년 연장을 시작해 2036년까지 2년에 1년씩 정년을 늦추는 내용이다. 2안은 2029년 시작해 2039년까지 10년간 정년을 올리는 방식으로, 61·62세 구간은 3년에 1년씩, 63·64세 구간은 2년에 1년씩 연장하는 구조로 제시됐다. 3안은 2029년 출발해 2041년까지 12년간 3년에 1년씩 정년을 늘리는 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세 안 모두에 퇴직 후 재고용을 결합하는 방식을 함께 제안했다. 단계적 정년연장이 진행되는 동안 65세 이전에 정년을 맞게 되는 노동자에 대해서는 정년 도달 후 1∼2년간 재고용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장치를 두겠다는 것이다. 정년 규정과 재고용 제도를 연동해 전환기를 관리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이보다 앞서 정부는 현재 만 60세인 법정 정년을 2033년까지 만 65세로 순차 확대하는 방안을 담은 법안을 연내 추진하겠다고 지난 6월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맞춰 연내 입법을 목표로 정년연장특별위원회에서 노사 이견을 조율 중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빠른 법정 정년 상향을 요구하고 있고, 경영계는 법정 정년 상향보다 재고용 중심 접근을 선호해 왔다. 정년 시점 자체를 앞당겨 올리자는 노동계와, 법적 정년보다는 자율 재고용을 확대하자는 경영계 주장이 평행선을 그리자, 더불어민주당이 단계적 정년연장과 재고용을 포괄하는 절충 시나리오를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정년과 재고용 결합 입법 방향을 공언해 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만난 자리에서 "당 정년연장특위에서 정년 연장과 퇴직 후 재고용을 결합한 입법 및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층 고용 안정과 기업 부담을 동시에 고려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는 취지다.
정년 조정 논의와 맞물려 임금체계 개편 문제도 함께 다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를 완화해 임금체계 개편의 실효성을 높이자는 방안도 병행 제시했다. 연공 중심 임금구조를 조정하지 않으면 정년연장이 기업 비용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경영계 우려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때에는 노동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경영계는 그동안 합리성이 인정되는 임금체계 개편에 한해서는 노동조합의 동의를 필수로 하지 않고 의견 청취만으로도 변경이 가능하도록 근로기준법 개정 또는 특례 신설을 요구해 왔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안은 아직 소위 차원의 초안, 예시안 단계에 머물고 있어 향후 협의 과정에서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정년 연장 일정과 재고용 기간, 취업규칙 변경 절차 범위 등을 둘러싸고 노사·정치권의 추가 공방도 예상된다.
정년연장 논의가 속도를 내는 것과 달리 입법 과정의 절차성과 정당성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국회가 정년연장의 연내 입법을 목표로 삼았음에도, 노사 간 이견 탓에 지금까지 구체적인 안조차 제시하지 못한 점이 졸속 추진이라는 지적을 부르고 있다.
청년 세대 의견 수렴 과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년연장 제도 설계에 청년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며 정년연장특별위원회 산하 청년TF를 뒤늦게 발족했다. 그러나 올해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야 TF를 띄운 데다, 실제 논의 구조에서 청년 의견이 얼마나 반영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청년TF에 참여하는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정년연장에 청년 목소리를 반영하자는 취지인 것으로 들었는데 정작 구체적인 안조차 받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좀더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청년 고용과 세대 간 형평성을 둘러싼 쟁점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입법을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다.
국회와 정부는 정년연장과 재고용, 임금체계 개편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논의한다는 구상이지만, 노사·세대 간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회는 정년연장특별위원회 논의를 토대로 연내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유지하고 있어, 향후 상임위원회와 본회의 단계에서 구체적인 타협안 도출 여부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