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선행지표로 부상한 비트코인…연준, 금리 결정과 위험자산 새 구도 촉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12월 통화정책 결정을 앞두고 비트코인이 어떤 경로를 밟을지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연준의 금리 동결이나 인하 여부와 무관하게 비트코인이 독자적인 가격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는 분석과, 여전히 글로벌 유동성 변화에 민감한 전형적 위험자산이라는 시각이 맞서는 양상이다. 주식과 채권, 가상자산이 동시에 흔들리는 상황에서 비트코인은 유동성 스트레스의 선행 신호로 주목받는 분위기다.
케빈 오리어리는 3일 블록체인 전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의 12월 회의에 대해 시장과 다른 관점을 내놓았다. 그는 연준이 연말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선을 그으면서, 설령 동결이 이어지더라도 비트코인 가격에는 뚜렷한 변화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만큼 여러 요인이 금리 동결을 지지하고 있으며, 금리 인하를 가정한 투자 전략은 배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가격에 반영된 전망은 상당히 다르게 움직여 왔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12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한때 80%대 후반까지 반영했다. 불과 11월 중순까지만 해도 인하 가능성은 30%대에 그쳤지만, 뉴욕 연준 존 윌리엄스 총재가 단기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기대가 빠르게 높아졌다. 유동성 완화 기대가 커질수록 통상 위험자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트코인에도 우호적인 배경이 형성됐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다만 최근 흐름은 이런 전통적인 상관관계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공언하자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커졌고, 그 여파로 뉴욕증시 3대 지수와 함께 비트코인이 6% 넘게 급락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저금리 엔화를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해오던 자금이 되돌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되면서, 가상자산도 단기간에 위험회피 매도세에 휩싸였다.
중국 인민은행의 규제 발언도 변동성을 키웠다. 인민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사기와 자금 세탁 위험을 수반하는 불법 영역으로 재차 규정하자, 주요 가상자산 관련 종목이 일제히 하락 압력을 받았다. 시장에서는 이를 특정 국가의 기준금리 조정보다 글로벌 자금 회수와 위험회피 심리가 비트코인 가격에 얼마나 빠르게 투영되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한다.
유동성 환경 자체도 변곡점에 서 있다. 연준이 2022년부터 이어온 양적긴축 기조를 이달 초 공식적으로 중단하면서 대차대조표 축소가 멈췄다. 그동안 채권 만기 재투자를 줄이는 방식으로 흡수하던 달러 유동성이 더 이상 축소되지 않게 된 것이다. 동시에 미국 재무부가 일반계정 자금을 다시 시장에 방출하는 흐름이 강화될 경우, 금리 수준이 당장 변하지 않더라도 시중 달러 유동성이 확대 국면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일부 증권사 리포트에서 제기된다.
이 같은 환경 변화는 연말 증시에서 이른바 산타랠리를 촉발할 재료로도 거론된다. 유동성 완화 조짐이 가시화될 경우 고위험 자산 선호가 회복되면서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시세 반등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기대가 신중하게 제시된다. 다만 과거와 달리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한 가지 요인보다 각국의 재정 운영, 규제 방향, 자금 배분 전략이 복합적으로 가격을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가 병행된다.
실제 최근 수개월간 비트코인의 등락폭을 보면 유동성 변수에 대한 민감도는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12월 금리 인하 기대가 90% 안팎까지 치솟았던 시기 비트코인 가격은 사상 최고가 부근까지 근접했다가, 인하 확률이 30%대로 되돌아가자 30% 넘게 급락했다. 같은 기간 나스닥 지수가 한 자릿수 하락에 그친 것과 달리 비트코인의 낙폭이 훨씬 컸다는 점은 가상자산이 전통 자산보다 먼저, 그리고 더 크게 유동성 충격을 반영하는 성격을 드러낸다. 연구자들은 금리 방향성에 대한 시장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 이 같은 과도한 변동성이 반복될 위험이 크다고 진단한다.
그럼에도 케빈 오리어리가 지적하듯 모든 가격 움직임을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 하나로만 설명하는 시각은 힘을 잃고 있다. 대형 상장지수펀드를 경유한 기관 자금의 유입과 유출, 각국 감독당국의 규제 기조 변화, 일본과 유럽 중앙은행의 정책 전환 등 복수의 요인이 동시에 비트코인의 방향성을 규정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제도권 금융 상품을 통한 자금 유입 비중이 커질수록 비트코인이 탈중앙 실험자산을 넘어 글로벌 위험자산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편입되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일부 전략가는 연말 이후를 기점으로 금리 동결과 인하를 둘러싼 공방보다 글로벌 유동성 재배분의 속도와 구조 변화가 비트코인의 중장기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고 본다. 미 국채와 달러, 신흥국 자산 사이의 자금 이동이 어떤 경로를 밟는지에 따라 비트코인이 수혜를 볼지, 유동성 축소의 직격탄을 맞을지가 갈린다는 판단이다. 특히 일본과 유럽의 장기금리가 본격적인 상향 안정 구간에 들어설 경우, 그간 미국과 가상자산 시장으로 흘러들어온 일부 자금이 역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투자자들 시각에서 중요한 변화는 비트코인이 더 이상 주변부 실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주식과 채권, 원자재가 일제히 방향성을 잃은 가운데 비트코인은 유동성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까지 진행됐는지, 또 언제 완화될지를 가늠하는 고위험 신호등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가격이 과도하게 선행 조정을 거칠 경우, 그 흐름이 일정 시차를 두고 다른 위험자산으로 확산됐던 과거 패턴이 재현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연말 연준 회의에서 금리 동결이냐 인하냐의 결과는 숫자 한 줄에 그치지 않는다. 통화정책 이후 비트코인의 다음 움직임에 담길 유동성 방향이 글로벌 위험자산 전반의 새로운 균형점을 읽어내는 잣대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물가와 성장, 각국 정책 전환 속도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며 비트코인의 신호를 해석하려는 시도를 이어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