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대마 합법이라도 처벌”…정부, 겨울여행 마약 경보 강화
해외 여행지에서의 마약 노출이 다시 경고등을 켜고 있다. 대마초 흡입이 합법화된 국가를 포함해 일부 지역에서는 여행객이 문화 체험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접근하기 쉽지만, 한국 국민에게는 속인주의가 적용돼 현지에서 ‘합법’으로 보이는 행위도 귀국 후 국내법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 겨울방학과 연말연초 휴가 성수기를 앞두고 정부가 해외 마약 위험 경보 수위를 높이는 이유다. 당국은 특히 한 번의 사용만으로도 신체적·정신적 의존이 생길 수 있는 마약류 특성을 고려할 때, 초기 노출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바이오·공중보건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외교부, 관세청과 함께 최근 우리 국민의 해외 마약범죄 연루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겨울방학과 연말 휴가 시기에 맞춰 해외여행객을 대상으로 집중 홍보에 나섰다고 2일 밝혔다. 마약류는 국내에서는 규제 대상 의약품으로 분류돼 엄격한 처방 관리와 사용 통제가 이뤄지지만, 일부 국가는 기호용 대마를 허용하고 유통 경로도 상대적으로 개방적이다. 정부는 이 같은 규제 환경 격차가 여행객들에게 “여기서는 괜찮다”는 잘못된 신호로 작용해 범죄 연루 위험을 키우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은 속인주의다. 속인주의는 자국민의 범죄 행위에 대해, 행위가 발생한 장소와 상관없이 본국 법을 적용하는 원칙을 뜻한다. 한국의 마약류 관리 법제는 이 원칙을 채택하고 있어, 예를 들어 대마 사용이 허용된 국가에서 대마를 흡입했더라도 해당 행위는 국내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으로 판단될 수 있다. 현지에서 적발되지 않더라도 귀국 후 수사 과정에서 관련 사실이 확인되면 형사 처벌과 함께 향후 출입국 심사, 취업, 자격 취득 등에서 장기적인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정부는 이 같은 법적 리스크에 더해, 마약류 자체가 갖는 중독성과 뇌 신경계 손상 가능성을 과학적 근거를 들어 강조하고 있다. 대마를 포함한 다수 마약류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도파민 분비를 왜곡하고, 반복 사용 시 뇌 보상 회로가 변형되면서 강한 갈망과 금단 증상을 동반하는 의존 상태로 진행될 수 있다. 특히 초기에 ‘한 번 정도는 괜찮을 것’이라는 호기심에 시작했다가, 점차 더 강한 약물을 찾거나 용량을 늘려가는 이른바 단계적 노출 경로가 해외 체류 중에도 관찰된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이번 대책에서 정부는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데 방점을 찍었다. 우선 여행 출발 전에 반드시 거치게 되는 공항의 항공사 체크인 데스크와 출국장에 해외 마약 예방 리플렛과 배너형 홍보물을 비치한다. 해당 자료에는 속인주의 개념과 국내 처벌 기준, 자주 발생하는 해외 마약 노출 유형, 중독의 의학적 위험성이 도식화돼 제공된다. 동시에 공항 내 모니터에는 짧은 형식의 마약 예방 영상이 반복 송출돼, 대기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위험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당국은 영상 콘텐츠에 실제 수사 사례와 의료 현장에서 관찰된 중독 부작용 등을 반영해, 단순 경고 수준을 넘어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제작했다고 설명한다.
출국 이후에는 통신 기술을 활용한 맞춤 경보가 이어진다. 특히 대마 합법화 국가처럼 마약 관련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되는 국가에 도착하면, 로밍 가입자에게 안전문자를 자동 발송한다. 문자에는 해외 대마·마약 관련 경고 문구와 함께, 짧은 영상 링크를 통해 해외에서 마약을 사용했을 때 국내 법에 따른 처벌 사례, 중독으로 인한 인지 기능 저하와 정신질환 위험 등 주요 정보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정부는 이 로밍 기반 경보 체계를 향후 위험도 분석과 연계해, 특정 지역 행사나 축제 기간 등 마약 노출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기에 맞춰 발송 빈도와 내용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중이다.
홍보 내용은 실제 여행 상황에서 마주칠 수 있는 장면을 전제로 구성됐다. 예를 들어 여행객이 현지 시장이나 클럽 등에서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초콜릿, 젤리, 음료 등을 권유받는 경우, 그 안에 대마 성분이나 합성 마약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경고한다. 또 숙소나 이동 중 지인이 가벼운 부탁처럼 보이는 물건 운반을 요청할 때, 그 물건이 마약 운반에 이용될 가능성을 상기시키며, 요청 자체를 거절하고 필요 시 즉시 현지 공관이나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라는 행동 수칙도 담았다. 당국은 특히 “나도 모르게” 마약류를 구매·섭취하게 되는 상황이 실제 수사에서 반복 포착되고 있어, 여행객 스스로 경계심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마약 문제를 개인 일탈이 아닌 공중보건과 사회 안전망 차원의 과제로 규정하고 있다. 마약류는 한 번 의존 상태에 빠지면 뇌 기능 회복에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고, 우울증·불안장애·환각성 정신병 등 정신질환과 동반되는 비율도 높다는 점에서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을 준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의 1차 노출을 막는 것은 국가 차원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예방 의료 전략이기도 하다. 동시에 중독을 ‘도덕적 실패’가 아닌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도 병행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마약류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는 당사자와 가족, 지인을 위한 상담 채널도 안내하고 있다. 24시간 운영되는 마약류 전화상담센터 1342를 통해 전문 상담 인력이 비밀이 보장된 상태에서 중독 우려, 재사용 두려움, 치료 기관 연계 등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의료기관과 연계된 재활 프로그램 정보도 함께 제공돼, 초기 상담에서 치료와 사회 복귀까지 이어지는 연속적인 지원 체계를 지향한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해외여행이 새로운 문화와 경험을 쌓는 긍정적 기회인 만큼, 단발적인 호기심이나 현지 분위기에 휩쓸려 마약 관련 범죄에 연루되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거듭 당부했다. 특히 모르는 사람이 제공하는 음료와 음식, 정체가 불분명한 물건 운반 요청은 모두 잠재적 마약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신호로 보고, 단호하게 거절한 뒤 즉시 자리를 벗어나는 행동 원칙을 지켜달라고 강조했다. 산업계와 공중보건 분야에서는 과학적 중독 예방 정보와 법적 경고를 결합한 이번 캠페인이 실제 여행객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