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경량화로 교통난 잡는다”…노타, 나이로비 ITS 수출로 글로벌 공략
AI 모델 경량화 기술이 교통 인프라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노타가 케냐 나이로비 지능형 교통 체계 구축에 참여하며, 엣지 환경에 최적화된 스마트교차로 시스템을 수출한다. 두바이 등 중동에 이어 아프리카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면서 국내 AI 교통 솔루션의 글로벌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을 K AI 기반 ITS 수출 확대의 분기점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노타는 케냐 나이로비 지능형 교통 체계 구축 사업에 스마트교차로 시스템 기술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계약은 케냐 도시도로공사와 LG CNS가 추진하는 교통관제 센터 구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일 에스티엠이 전체 시스템 설계와 관리를 담당하고 노타가 AI 모델 경량화와 최적화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교차로 시스템을 엣지 환경에 맞춰 구현하는 구조다.

노타가 제공하는 AI 경량화와 최적화 기술은 대규모 인공지능 모델의 연산량과 메모리 사용량을 크게 줄여 엣지 디바이스에서 효율적으로 구동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엣지 디바이스는 중앙 서버가 아닌 현장 단말에서 직접 연산을 수행하는 장비를 뜻하며, 저전력과 저지연 특성이 중요한 환경에서 주로 사용된다. 특히 전력 인프라나 통신 인프라가 제한적인 지역에서는 이러한 엣지 중심 구조가 필수 요건에 가깝다.
이번에 나이로비에 도입되는 스마트교차로 시스템은 AI 경량화 기반 알고리즘을 교차로 현장 CCTV에 직접 탑재하는 방식이다. 분석에 필요한 모델을 소형화하고 카메라 환경에 최적화하면서, 중앙 서버 개입 없이 교차로 단에서 차량 종류 분류, 교통량 집계, 대기행렬 길이 등 주요 교통 지표를 실시간 분석한다. 기존 서버 기반 분석 방식에서 발생하던 전송 지연을 줄이고, 통신 장애에도 현장 단위 분석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교통 흐름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경량화된 AI 모델은 동일한 엣지 디바이스에서 더 많은 CCTV 채널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노타는 단일 엣지 장비로 다수의 채널을 관리하고 실시간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어, 센서와 서버를 대규모로 구축해야 하는 기존 ITS 대비 구축 및 운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디바이스 수를 줄이고 서버 증설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어, 예산 제약이 큰 신흥국 교통 인프라 사업에 적합한 구조라는 분석도 뒤따른다.
관리자 입장에서는 현장 엣지에서 전처리된 데이터를 활용해 교통 상황을 즉시 파악하고, 장기적으로 교차로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 수립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중앙 서버에는 요약된 핵심 정보만 전달해 네트워크 부하를 낮추고, 장애나 해킹에 따른 중앙 시스템 의존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엣지 중심 ITS 구조가 에너지 비용과 보안 리스크를 동시에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노타는 이미 국내에서 지능형 교통 체계 기술의 성능과 안정성을 검증받았다. 노타 기술을 적용해 구축한 스마트교차로 시스템과 돌발상황 검지 시스템은 실시간성과 정확도가 핵심 지표로 평가되는 ITS 기본성능평가에서 최상급 등급을 확보했다. 이는 교통량 분석과 돌발 상황 탐지에서 업계 상위 수준의 인식률과 응답성을 입증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사업 성과도 뒤따르고 있다. 노타는 최근 영천 지능형 교통 체계 보강 사업에서 전 항목 평균 99.5퍼센트 수준의 성능을 기록하며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교차로별 교통량 분석, 돌발 상황 인식, 데이터 처리 성능 등 주요 지표에서 목표치를 상회하며 지방자치단체가 요구하는 수준 이상의 품질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이러한 국내 레퍼런스가 해외 수주전에서 신뢰도 확보에 직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 시장에서는 이미 중동과 북미를 중심으로 ITS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상황이다. 노타는 앞서 아랍에미리트 교통 인프라 기업 ATS와 파트너십을 맺고, 두바이 교통국과 ITS 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또 아부다비 교통청과 ITS 구축 사업 추진을 놓고 논의를 진행했고, 소니와 협력해 미국 레이크우드 지역에서 보행자 안전 지원과 교통량 분석 솔루션 검증을 완료했다. 글로벌 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기술을 검증받으며 레퍼런스를 쌓아온 셈이다.
특히 ITS 분야에서 AI 경량화 기술은 각국이 직면한 공통 과제인 전력 비용, 통신 인프라 한계, 보안 리스크를 동시에 줄일 수 있는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규모 클라우드 기반 교통 관제 시스템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인프라 여건이 제한적인 신흥국에서는 엣지 중심 ITS가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논의된다. 나이로비 프로젝트 역시 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엣지 최적화 기술을 앞세운 K AI의 수출 사례로 평가된다.
정책 측면에서는 각 국가와 도시가 교통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을 둘러싸고 개인정보 보호, 공공 데이터 관리 기준을 재정비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교통 CCTV로부터 수집되는 영상 데이터가 차량과 보행자 정보를 포함하는 만큼, 익명화 처리와 보안 설계가 사업 수주와 유지에 핵심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엣지 단에서 민감 정보를 비식별 처리하고, 중앙에는 통계 정보 위주로 전송하는 구조가 향후 글로벌 ITS 프로젝트의 기본 요건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케냐 나이로비 사업이 노타의 기술을 아프리카 대도시 교통 인프라에 확산시키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도시 인구 밀집과 만성적인 교통 정체를 겪는 여러 아프리카 도시가 향후 유사 사업을 추진할 경우, 나이로비 사례가 대표 레퍼런스로 작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나이로비 교통 체계의 디지털 전환 성과에 따라, ITS 분야에서의 한국 기업 입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채명수 노타 대표는 노타의 AI 경량화와 최적화 기술이 두바이에 이어 나이로비 교통 혁신에도 기여하게 됐다고 강조하며,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글로벌 시장에서 AI 경량화와 최적화 기술의 영향력을 더욱 넓혀 가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산업계는 나이로비에서의 실증 결과가 향후 글로벌 ITS 수주전과 K AI 교통 인프라 수출 전략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