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생산지 요금 더 낮게”…이재명, 반도체·균형발전 연계 전략 부상
정치권의 지역 불균형 논쟁과 산업정책 구상이 다시 맞물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을 지방 균형발전과 직접 연결짓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전력요금 체계 개편과 토지수용권 부여 논의가 정국의 새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인공지능 시대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 보고회에서 "기업들이 지역 균형발전에도 기여를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첨단산업 육성 정책 방향을 설명하면서, 비수도권 중심의 산업 생태계 구축을 정부 국정과제로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균형발전 전략에 부합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구상을 직접 소개했다. 그는 "균형발전 전략에 맞게 경영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세제와 규제, 인프라 구축 등에서의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 투자 방향과 입지 선택 과정에 정부 정책 신호를 분명히 주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특히 이 대통령은 "더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남쪽 지방으로 눈을 돌려서 그 지역에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정부 역시 이를 위해 획기적인 정책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해 에너지 입지와 산업 정책을 연계한 새로운 지원책을 예고했다.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송전거리 비례요금제 논의를 공개적으로 꺼냈다. 그는 "앞으로는 송전 비용을 전기요금에 부담하는 시스템을 피할 수가 없을 것 같다"고 밝히면서, 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에 생산기지를 설치하는 기업들이 전기요금 측면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 간 거리 차이를 요금에 반영해 입지 유인을 조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이와 연결해 "소위 지산지소, 지방에서 생산하고 지방에서 소비한다는 원칙에 따라 전력 생산지의 전기요금을 낮게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정부 방침"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균형발전이 중요한 만큼 가급적 지역에서 생산시설을 가동하면 좋겠다"고 재차 당부했다. 수도권 과밀 논란과 비수도권 소외 문제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토지 제도와 관련한 발언도 나왔다. 이 대통령은 "지방에서 대규모 개발이 이뤄질 경우 필요하면 기업들에 토지수용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를 해뒀다"고 밝혔다. 이어 "(지방의 경우) 대규모 개발 자체를 기업이 주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 주도 수용 방식에 더해 민간 기업에 일정한 수용권을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 테이블에 오른 셈이다.
이 대통령은 과거 경기도지사 시절 경험을 언급하며 수도권 편중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그는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를 위해 노력했던 일을 떠올린다"며 "저도 경기도와 관련된 일이라 열심히 뛰어다녔는데, 대통령이 되고 나니 내가 왜 그랬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비수도권에 첨단 클러스터를 배치하는 것이 국가 전체 균형발전 측면에서 더 나은 선택이었을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 성장의 과실을 특정 지역과 소수 기업에만 집중시키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전체 파이가 커지는 것도 매우 중요한 대전제"라고 전제하면서도 "그 파이가 더 많은 사람에게 다양하게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 육성과 함께 공정성장을 병행하겠다는 메시지다.
산업 구조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우물을 좁게 파면 빨리 팔 수 있지만 깊게 파기는 어렵다"고 비유했다. 이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더 넓게, 더 깊게 파는 길을 갔으면 좋겠다는 게 정책 최고책임자로서의 제 소망"이라고 밝혔다. 단기 성과에 치우치지 않고, 지방과 청년, 중소기업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장기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치권 안팎에선 송전거리 비례요금제와 기업 토지수용권 부여 검토가 현실화할 경우 강한 논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에너지 요금 체계 개편은 지역 간 부담 조정 문제와 직결되고, 토지수용권은 재산권과 개발 이익 배분 구조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방 소멸 위기와 수도권 집중 완화 필요성이 커진 만큼, 여야 모두 균형발전 대안 마련에서 공통 분모를 찾을 여지도 있다.
정부는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산업 입지 전략과 전력요금 체계, 토지 제도 개편 방향을 종합한 후속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국회는 관련 법률과 제도 개선 논의를 향후 정기국회와 상임위원회에서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