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슈 아니다"…외교부, 한국 전자입국신고서 중국 대만 표기 논란에 기존 입장 재확인
한중 관계와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민감한 외교 지형 속에서 전자입국신고서 표기를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부상했다. 외교부가 한국 전자입국신고서에서 대만을 중국 대만으로 표기한 관행을 두고 대만 당국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존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11일 대만이 한국 전자입국신고서 E-Arrival Card 상의 중국 대만 표기에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새로운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여러 사안을 감안해 검토하고 있다며 새로운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의 기본적 입장하에서 이 사안을 잘 다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2004년부터 외국인등록증과 비자 등에 대만을 중국 대만으로 표기해왔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 같은 표기 관행은 장기간 유지돼 왔고, 대만 측도 그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전해졌다. 전자입국신고서에 사용된 표기 역시 이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의 기본 노선을 재차 확인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한 대만 간 비공식적인 실질 협력을 증진해 나간다는 기존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며 이런 기본 입장하에서 이를 다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려하면서도 경제·문화 등 영역에서 대만과의 실질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기존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외교부 안팎에서는 원래부터 유지해온 표기 방식인 만큼 즉각적인 변경보다는 상황 관리에 무게를 두겠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대만 병기 방식은 중국과 대만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민감한 외교 인식을 반영해 도입된 것으로, 표기 조정은 곧바로 중국과 대만 양측에 외교적 파장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만 측 반발은 수위가 높아지는 양상이다. 지난 3일 대만 외교부는 한국 전자입국신고서 상 중국 대만 표기에 대해 정정을 요구했다. 이어 9일 정례 브리핑에서도 같은 문제를 재차 거론하며 한국 정부에 시정을 촉구했다. 반복된 공개 문제 제기는 대만이 이 사안을 자국 내 여론과 연계된 민감한 주권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도 직접 나섰다. 그는 10일 발언에서 한국도 대만 인민의 의지를 존중해달라고 언급하며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를 압박했다. 총통이 직접 특정 국가의 입국 관련 서류 표기를 거론한 것은 이 사안이 양안 관계와 대만 내부 정치에 미치는 상징적 함중을 드러낸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한국 정부는 한중 관계, 대만과의 실질 협력, 국내외 여론을 두루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과제를 안게 됐다. 중국과의 전략적 관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대만의 반복된 정정 요구를 어떻게 수용하거나 관리할지에 따라 향후 한중 대만 삼각외교 구도가 미세하게 변할 수 있어서다.
다만 외교부가 새로운 이슈가 아니라며 진화에 나선 만큼 당분간 표기 변경보다는 상황 관리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는 기존 표기 관행과 하나의 중국을 존중하되, 비공식 실질 협력 확대라는 기존 기조를 통해 대만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균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구체적인 여야 공방이 본격화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대중 외교 노선과 대만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 특히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를 중심으로 전자입국신고서 표기 문제와 함께 한중 관계, 인도 태평양 전략, 대만해협 정세에 대한 정부 보고 요구가 제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외교부는 대만 측 문제 제기를 계속 주시하면서 대만과의 소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는 가운데 한 대만 간 비공식 실질 협력을 강화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사안의 추이는 향후 한중 및 역내 정세와 맞물려 주목받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