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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잠 건조·투자상한 명문화”…이재명, 한미 협상서 실리 확보 강조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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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안정과 핵잠수함 건조, 한미동맹의 현대화 등 다층적 쟁점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실질적 투자상한과 산업 전략에 관한 문구가 명확히 합의되면서, 두 나라 정상회담이 가져온 파장은 정치권 안팎에서 적지 않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5개월간 압박과 논의가 교차했던 한미 협상의 결과는 14일 대통령실과 백악관이 동시 발표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발표자료)에서 집약됐다. 핵심 내용은 한미 상호관세의 15% 인하, 한국의 총 3천500억 달러 대미 투자, 그리고 연 200억 달러 투자 상한 명문화다. 여기에 주한미군 지속 주둔, 전작권 전환에 대한 미국의 지지, 핵 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등도 공식 합의문에 포함됐다.

브리핑에 나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외환 투자는 한국에 일방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으며,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반도체 관세 조건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팩트시트에는 “연도별 200억 달러 상한을 명시해, 어느 해에도 초과 조달이 요구되지 않으며, 시장 불안 유발 시 조정 요청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아울러 “한국은 외환 조달 방식을 다양화해 시장 영향 최소화에 힘쓴다”는 정부 방침도 반영됐다.

 

현안이던 반도체와 농축산물 관세와 관련해선, 한국은 “교역 규모 이상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약속받았고, 농·축산물 시장 개방 우려는 “비관세 장벽 협의와 긴밀한 협력”으로 막아냈다. 다만 ‘상업적 합리성 원칙’은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아, 대통령실은 “향후 맺을 양해각서(MOU) 제1조에 명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합리성 있는 프로젝트 투자가 이뤄진다”고 직접 발표했다.

 

안보 부문에서는 ‘한미동맹 현대화’라는 타이틀 아래, 미국의 지속적 주한미군 주둔과 대한방위 공약이 재확인됐다. 2006년 합의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을 양국이 다시 명시했고, “전시작전권 전환을 위한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임기 내 전작권 전환 추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반도 북한 비핵화,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 공동성명 이행 약속 등도 문서에 명기됐다.

 

에너지·조선 분야에서는 “미국, 한국의 평화적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 지지” 및 “한국이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이 공식화됐다. 양국이 협정 내 법적 요건을 전제로 연료조달 등 기술협력도 담보했다. 위성락 실장은 “핵잠 건조는 처음부터 한국 내 진행이 전제였다”며, 국내 조선업 활성화까지 기대감을 표했다.

 

아울러 미국 상선뿐 아니라 미 해군 전투함조차 한국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선박 건조 확대’ 논의도 이뤄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미 해군 함정까지 대한민국 내에서 건조할 제도 개선책을 모색하겠다”며 “양국 조선업 발전의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국회와 정치권은 한미 협상 결과를 두고 실익과 부담, 국익의 균형 등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여야는 외환시장 안전장치와 안보의 실질성, 대미 투자 규모 등의 효과를 놓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향후엔 양해각서 체결, 한미 조정위원회 실무 논의, 관련 법령 정비 등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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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한미정상회담#팩트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