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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이용자정보 10.6퍼센트 증가”…정부, 수사협조 확대 흐름 재확인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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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에 대한 통신 데이터 제공이 올 상반기 눈에 띄게 늘었다. 개인정보와 통신기록이 범죄 대응의 핵심 수단으로 굳어지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통신비밀 보호와 데이터 활용 간 균형을 둘러싼 제도 논의가 다시 부상할 전망이다. 정부는 법원 허가와 법령상 요건을 전제로 한 제한적 제공이라고 설명하지만, 산업계와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디지털 수사 의존도가 높아지는 만큼 투명성과 통제 장치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6일 107개 전기통신사업자가 제출한 2024년 상반기 통신이용자정보,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통신제한조치 협조 현황을 공개했다. 기간통신 80개사와 부가통신 27개사가 집계에 참여했으며,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기타 수사기관이 공문 또는 법원 허가를 통해 요구한 자료 제공 규모가 전반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통신이용자정보 제공 건수는 150만5897건으로 집계됐다. 2023년 상반기 대비 14만4779건 늘어나 증가율 10.6퍼센트를 기록했다. 통신이용자정보는 이용자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서비스 가입 및 해지 일자, 전화번호, 아이디 등 기본 인적사항으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수사기관이 공문을 보내 요청할 수 있다. 정부는 주로 보이스피싱, 납치 등 긴급 범죄에서 피해자와 피의자 특정에 활용된다고 설명한다.  

 

통화와 인터넷 접속 이력 등 보다 세부적인 기록에 해당하는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도 늘었다. 전화번호 기준 제공 건수는 상반기 30만829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만5180건, 비율로 5.2퍼센트 증가했다. 문서 기준으로는 18만4837건이 제공돼 1만4111건, 8.3퍼센트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통신사실확인자료에는 통화 상대방 번호, 통화 일시와 시간, 인터넷 로그 기록, 접속지 인터넷 프로토콜 주소, 발신 기지국 위치추적자료 등이 포함된다. 이 자료는 통신비밀보호법상 내용이 아닌 ‘사실’에 속하지만, 범죄 수사와 형 집행에서 동선 추적과 공범 관계 파악 등 핵심 단서로 작용하는 만큼 제공 조건이 엄격하다. 수사기관은 통신비밀보호법에 정해진 요건과 절차를 따라 법원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요청이 가능하다.  

 

통신 내용 자체를 감청·도청하는 수준의 통신제한조치도 증가 흐름을 보였다. 올 상반기 통신제한조치 집행 건수는 전화번호 기준 5790건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보다 512건 많은 9.7퍼센트 증가율을 나타냈다. 통신제한조치는 통신비밀보호법상 공안을 해하는 죄, 폭발물 관련 범죄 등 중범죄에 한정되며, 마찬가지로 법원의 허가를 거쳐야 집행할 수 있는 강도 높은 수단으로 분류된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상반기 집행 건수 대부분은 국가정보원이 담당했다.  

 

사이버 범죄가 늘고 디지털 증거 의존도가 높아지는 추세에서, 통신 데이터 제공 증가는 어느 정도 예견된 방향으로 보인다. 특히 보이스피싱, 조직범죄, 디지털 성범죄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사건에서는 계정과 번호, 접속 기록이 수사 초기 단계에서 필수 정보로 취급된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전기통신사업법과 통신비밀보호법이 정한 보존 의무와 제공 의무를 병행해야 해, 데이터 관리와 보안 투자 부담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한편 해외에서는 디지털 수사와 개인정보 보호의 경계에 대한 규제 논의가 이미 본격화된 상태다. 유럽연합은 데이터 보안과 접근 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수사 목적 데이터 요청에 대한 투명성 보고 의무를 확대하는 흐름이다. 미국에서도 통신사와 빅테크 기업이 연례 투명성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정보 요청 규모를 공개하며 시민단체와의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기적인 통계 공개를 넘어, 자료 제공 사유와 유형, 수사 목적별 분석 등 보다 세분화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범죄 대응 효율성을 높이는 디지털 수사 인프라 확충과 함께, 정보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본다. 통신 데이터 수집과 제공이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만큼, 사후 통제와 감시 체계, 정보 주체 통지 제도 등 보완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산업계와 시민사회, 정부가 통신데이터 활용 기준을 둘러싸고 어떤 합의를 도출하느냐에 따라, 향후 디지털 수사 체계와 통신 서비스 신뢰 수준이 갈릴 가능성도 있다. 산업계는 이번 통계가 보여준 수사협조 확대 흐름이 실제 시장과 사회의 신뢰 속에서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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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통신이용자정보#통신비밀보호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