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디지털헬스케어 복지 인프라”…세라젬, 과천시에 기기 무상공급 나선 배경

조현우 기자
입력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지방자치단체 복지 인프라와 결합하며 지역 단위 건강관리 모델 구축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가정용 의료기기와 건강 측정 장비를 복지시설에 직접 보급해 고령층과 취약계층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구조로, 의료 접근성이 낮은 인구의 만성질환 관리에 파급력이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이런 시도가 디지털 헬스케어와 공공복지가 맞물리는 분기점이자, 향후 데이터 기반 지역 건강 플랫폼 경쟁의 출발선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세라젬은 1일 과천시청 본관에서 과천시와 행복백세 헬스케어 지원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5년간 관내 복지시설에 헬스케어 장비를 무상 공급한다고 밝혔다. 총 지원 규모는 약 5억 2000만원으로, 과천시 관내 복지시설 144개소에 순차 설치된다. 세라젬은 장비 공급과 설치를 담당하고, 과천시는 운영과 복지·건강관리 서비스 연계를 위한 행정 지원에 나선다.

이번 사업은 노인복지관, 경로당, 종합사회복지관 등 38개 복지시설과 어린이집 등 106개소를 아우른다. 세라젬은 척추 관리 의료기기 마스터 V6 41대, 안마가전 파우제 M2 4대, 로봇청소기 세라봇S 109대, 디지털 건강 측정 기기 세라체크 38세트를 배치한다. 단일 품목 중심이 아닌 척추 치료, 안마, 환경 관리, 건강 측정까지 묶은 패키지 공급으로, 생활공간 전반의 건강·편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구조에 가깝다.

 

핵심 기기인 마스터 V6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인증을 받은 척추 관리 장비다. 추간판탈출증 치료 도움, 퇴행성 협착증 치료 도움, 근육통 완화, 혈액순환 개선 등 4가지 사용 목적을 인정받았다. 척추 관련 질환은 고령층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대표적 만성질환이어서, 생활권 안에 설치된 의료기기를 통한 반복적 관리 수요가 크다. 세라젬은 관내 어르신과 주민이 별도 병원 방문 없이도 일정 수준의 척추 케어를 경험할 수 있게 된 점을 강조했다.

 

디지털 건강 측정 기기가 설치되는 세라체크존은 정보기술을 접목한 비대면 건강관리의 관문 역할을 한다. 이용자는 체성분, 혈압, 스트레스 지수 등 주요 기초 건강지표를 한 번에 측정할 수 있다. 측정 결과를 통해 비만, 고혈압, 스트레스성 질환 등 만성질환 위험을 조기에 인지하고 생활습관 교정이나 의료 상담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조다. 기존에 자주 찾던 복지시설 내에서 이뤄지는 만큼, 디지털 기기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도 자연스럽게 활용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세라봇S와 파우제 M2는 건강관리 환경의 질을 보조하는 장비다. 로봇청소기는 쾌적한 실내 환경 유지를 통해 호흡기 질환과 알레르기 유발 요인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고, 안마 가전은 근골격계 피로 완화와 휴식 제공을 목표로 한다. 산업 측면에서는 단일 의료기기 판매를 넘어, 생활 환경 관리까지 포함한 통합 헬스케어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공공 영역에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는 병원 중심의 인공지능 판독과 원격 모니터링 솔루션이 빠르게 증가해 왔다. 반면 복지시설과 연계된 지역 단위 건강관리 인프라 구축은 아직 초기 단계라는 평가가 많다. 미국과 유럽에서 원격진료, 가정용 측정기기, 보험 청구가 통합된 커뮤니티 케어 모델이 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지자체와 기업이 함께 만드는 파일럿 프로젝트 중심 성장 국면에 가깝다.

 

세라젬의 이번 행보는 의료기관이 아닌 지자체 복지 네트워크를 거점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병원을 찾기 전 단계에서 자신의 기초 지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변화 추이를 기반으로 의료 상담을 결정하는 형태의 전주기 관리가 가능해진다. 장기적으로는 복지시설별 이용 패턴, 연령대별 건강지표 통계 등 데이터가 축적될 경우, 지역 보건정책의 근거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다.

 

다만 의료데이터의 수집·활용 범위, 개인정보 보호, 의료 행위와 비의료 서비스의 경계 등 규제 논의는 향후 과제가 될 전망이다. 현재 세라체크존과 같은 기초 측정 서비스는 의료 행위로 분류되지 않지만, 측정 결과를 토대로 진단·치료를 연계하는 단계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정한 규제 틀을 정교하게 따라야 한다. 유럽연합의 의료기기 규정이나 미국의 원격의료·디지털 헬스 가이드라인처럼, 데이터 기반 지역 건강관리 서비스에 맞는 기준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세라젬 관계자는 자사 기술력을 활용해 지역사회 건강 수준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사회적 책무라고 강조하며, 과천시와 협력을 확대해 생활 속 건강관리 환경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을 계기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과 지자체 간 협력 모델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런 시범 사업이 실제 주민 건강지표 개선으로 이어지고, 제도적 기반과 데이터 활용 원칙이 정립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조현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세라젬#과천시#마스터v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