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최적화 엔진으로 승부"…아크릴, 코스닥 도전 속 AX표준 노린다
인공지능 전환을 뜻하는 AX 기술이 기업 IT전략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한 가운데, 국내 AI 플랫폼 기업 아크릴이 코스닥 상장을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GPU 최적화 소프트웨어와 의료 AI플랫폼을 양축으로 삼아 데이터센터 효율과 헬스케어 디지털 전환을 동시에 겨냥하는 구도다. 업계에서는 이번 상장을 국산 AX 인프라 기업이 글로벌 엔비디아 생태계 안팎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을지 가늠하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아크릴은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업공개 설명회를 열고 코스닥 상장 계획과 중장기 AX 인프라 전략을 공개했다. 박외진 대표는 코스닥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AX 확산의 표준을 제시하겠다고 언급하며 소프트웨어 기반 AI 인프라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공모 주식 수는 180만 주로, 코스닥 상장 후 조달 자금을 인프라 확충과 해외 공략에 투입할 계획이다.

아크릴 기술 경쟁력의 중심에는 통합 AX 플랫폼 조나단에 탑재된 GPU 최적화 엔진 GPU베이스가 있다. GPU베이스는 그래픽처리장치 자원 배분과 연산 수행 방식을 소프트웨어 수준에서 정교하게 제어해 학습과 추론 효율을 끌어올리는 엔진이다. 같은 GPU 하드웨어에서 더 많은 모델을 동시에 돌리거나, 동일한 작업을 더 짧은 시간에 처리해 운영비용을 줄이는 구조다.
특히 이번 기술은 특정 벤더의 GPU에 종속된 최적화 방식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로 주목받는다. GPU베이스는 엔비디아, AMD, 국산 지능형 반도체 등 서로 다른 구조의 칩을 단일 소프트웨어 스택으로 관리하도록 설계됐다. 데이터센터 운영자는 하드웨어 교체 없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으로 성능 개선을 노릴 수 있어, AI 인프라 투자 비용과 락인 리스크를 동시에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해석된다.
아크릴은 GPU 최적화 분야에서 22건의 국내외 특허를 확보했다. GPU 메모리 활용 방식, 연산 스케줄링, 병렬 처리 구조 등의 알고리즘을 지식재산으로 쌓았다. 글로벌 시스템 소프트웨어 전문 학회인 USENIX ATC에서 기술 성과를 발표하며, 대규모 분산 시스템과 AI 인프라 분야에서 경쟁력을 검증받았다고 설명한다. 자체 벤치마크에서 동일 GPU 대비 학습과 추론 속도를 높이고 인프라 운영비를 줄인 사례를 축적하고 있는 점도 향후 영업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시장 측면에서는 AX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서비스, 제조, 헬스케어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생성형 AI 도입 과정에서 막대한 GPU 투자와 전력비 부담에 직면해 있고, 활용률을 최대화하는 소프트웨어 스택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아크릴은 조나단과 GPU베이스를 결합해 기업별 AI 도입 프로젝트에서 설계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을 묶어 제공하는 전략을 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GPU와 소프트웨어 스택을 통합한 생태계를 기반으로 CUDA, cuDNN, 자체 AI플랫폼 등을 제공하며 사실상 표준 지위를 확보한 상태다. 국내외 AI 스타트업과 클라우드 사업자들도 GPU 효율 최적화와 멀티 클라우드 대응을 앞세운 플랫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크릴은 하드웨어 비종속형 최적화와 AX 컨설팅 역량을 내세워 소프트웨어 계층에서 엔비디아 생태계를 보완하는 위치를 노리는 모습이다.
아크릴의 또 다른 성장 축은 헬스케어 AX 플랫폼 나디아다. 나디아는 의료기관의 비정형 임상 데이터를 표준화된 구조 데이터로 전환하고, 이를 기반으로 AI 의료기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나디아 코어는 병원 정보시스템과 연동해 영상, 진단명, 처방 기록 등 다양한 형식의 데이터를 자동으로 정형화하고 품질을 관리한다. 의료진과 개발사는 이 데이터를 활용해 신뢰도 높은 학습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나디아 에스더는 SaMD 개발과 검증 과정을 지원하는 도구로, 알고리즘 설계, 성능 평가, 임상시험 설계 지원 등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전 주기를 아우르는 개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 의료기관별로 분절된 데이터와 수작업 위주의 알고리즘 개발 방식이 디지털 의료기기 상용화를 늦추는 병목이었던 만큼, 데이터 표준화와 SaMD 전용 툴체인을 한 번에 제공하는 구조는 의료 AI 개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크릴은 나디아를 기반으로 국가 의료 AI 프로젝트 ARPA H 한국형과 Dr.Answer 사업을 동시에 수행 중이다. 대규모 다기관 데이터를 통합해 AI 진단 보조와 예후 예측 모델을 개발하는 사업으로, 의료기관·정부·기업 협업 구조 안에서 나디아의 데이터 표준화 기능과 SaMD 개발 지원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아크릴이 참여한 SaMD 4종이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를 획득했고, 추가 3종이 개발 및 임상 단계에 있어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도 진행 중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각국 규제가 상이하고 SaMD 인허가 요건이 엄격해, 플랫폼 기업의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FDA가 SaMD 가이드라인과 실증 기반 심사체계를 구축하고 있고, 유럽도 의료기기 규정 개편으로 AI 의료기기 심사를 강화하는 추세다. 국내 역시 식약처가 의료 AI와 디지털 치료기기 평가 기준을 구체화하면서, 임상 근거와 데이터 품질 관리가 핵심 요건으로 자리 잡는 흐름이다. 나디아 기반 SaMD가 연속적으로 허가를 받은 점은 아크릴이 규제 환경에 맞춘 플랫폼 역량을 축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아크릴은 조나단과 나디아를 앞세워 헬스케어, 공공, 제조,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170건 이상의 AX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LG전자, 삼성E&A, 삼성웰스토리,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씨젠 등 80여 개 고객사와의 프로젝트 경험은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AX 컨설팅과 운영 역량 확보로 이어지고 있다. 2023년 기준 매출은 134억원으로, 상장 이후 인프라와 제품 매출 비중 변화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코스닥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은 크게 세 축에 투입된다. 첫째, GPU 서버와 스토리지 확충, 클라우드 인프라 확장으로 AX 서비스 제공 능력을 키운다. 둘째, 국내외 마케팅과 인증, 해외 지사 설립 등 글로벌 사업 기반을 구축한다. 셋째, AX 인프라 고도화와 온디바이스, NPU 특화 플랫폼, 추가 디지털 의료기기 개발에 투자해 제품 라인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외 AI 인프라 시장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중심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상황에서, 아크릴이 소프트웨어 기반 GPU 최적화와 의료 AX 플랫폼을 앞세워 어느 수준까지 외연을 넓힐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엔비디아 중심의 글로벌 생태계 속에서 국산 AX 인프라 기업이 틈새를 공략할 여지가 커지고 있는 만큼, 산업계는 이번 상장이 실제 매출 성장과 글로벌 레퍼런스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