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발 2,030억 수주에 NCG 모멘텀까지…한화시스템, 방산·우주 쌍끌이 상승세
한화시스템이 대규모 방산 수출 계약과 한미 핵협의그룹 NCG 회의 개최에 따른 지정학적 이슈가 겹치며 강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12일 오전 한화시스템 주가는 5만 원을 돌파하며 52주 신고가 영역을 위협했고, 거래량도 전일 대비 5배 이상 급증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방산 수출 실적이 구체적인 숫자로 드러난 가운데 우주·무인체계 사업의 성장 기대까지 더해지며 중장기 투자 매력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일 금요일 오전 10시 49분 기준 한화시스템은 전 거래일보다 10.09퍼센트 오른 5만2,900원에 거래됐다. 장 초반 시가 4만8,300원으로 출발한 뒤 한때 5만4,600원까지 치솟으며 강한 매수세를 확인시켰다. 이 과정에서 단기 저항선으로 거론되던 5만 원 선을 돌파했고, 11월 말부터 이어진 4만6,000원대 박스권 흐름에서 벗어나 상방을 열어가는 구간으로 진입했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분석] 2000억 잭팟 터졌다… 한화시스템, 방산·우주 '쌍끌이'로 신고가 랠리 (제공:AI제작)](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212/1765505487266_247459615.jpg)
수급 측면에서는 개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가 특징으로 꼽힌다. 이날 오전 기준 거래량은 495만 주를 넘어 전일 92만 주의 약 500퍼센트를 상회했다.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개인 비중이 높은 창구가 매수 상위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신한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등 기관 창구에서도 매수 주문이 유입되며 수급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국인은 단기 급등 구간에서 차익 실현과 신규 매수가 맞부딪치며 치열한 손바뀜을 보이고 있다. 거래대금이 2,600억 원 수준까지 늘어난 점은 장 내 유동성이 한화시스템으로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가 급등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폴란드 K2 전차 관련 대규모 수주가 꼽힌다. 한화시스템은 현대로템과 2,030억 원 규모의 폴란드 K2 전차 사격통제시스템 및 조준경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2027년까지로 설정돼 향후 3년간 안정적인 매출원이 확보됐다는 평가다. 방산 수출 물량이 장기간에 걸쳐 매출로 인식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적 가시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커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지정학적 변수도 주가를 자극하고 있다. 12일 오전 한미 핵협의그룹 NCG 회의 소식이 전해지며 방산주 전반에 매수 심리가 확산됐다. 안보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방산주는 투자자들이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헷지 수단으로 주목받아 왔다. 한화시스템은 감시정찰과 지휘통제 시스템 등 핵심 방산 전자장비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관련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수혜 기대가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우주·무인체계 사업 확장도 밸류에이션 재평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제주우주센터 준공을 통해 위성 제조와 발사, 관제를 아우르는 밸류체인 기반을 구축했고, 국내 최초 위성용 우주반도체 개발에도 착수했다. 이와 함께 미국 해군용 수중드론 UUV 개발사에 대한 투자로 해양 무인체계 분야로 외연을 넓히며 미래 성장 스토리를 강화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상에서는 K2 전차 관련 장비로 실적을 내고, 우주와 해양에서는 신기술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적 측면에서도 체력이 뒷받침되고 있다. 2024년 12월 기준 한화시스템의 매출액은 2조8,036억 원, 영업이익은 2,193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14.3퍼센트, 영업이익은 78.9퍼센트 늘어 수익성이 뚜렷하게 개선됐다. 특히 2025년 3분기 9월 기준 지배주주 순이익은 1,516억 원으로 시장 컨센서스였던 489억 원을 약 210퍼센트 상회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513퍼센트 증가한 수준이다. 방산 수출 물량이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되고 환율 효과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향후 이익 성장 속도에 대해서는 시장의 눈높이가 다소 조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5년 연간 추정치 기준 PER은 39.84배 수준으로, 2024년 실적 기준 9.4배 대비 상당폭 높아지는 것으로 예상된다. 부채비율은 136퍼센트지만 유보율이 177퍼센트로 개선되는 추세를 보여 재무 건전성은 일정 부분 방어되고 있다는 평가다.
동종 업계와의 비교에서도 한화시스템의 상대적 매력도가 부각된다. 한화시스템은 코스피 시가총액 62위, 시총 약 9조9,938억 원, 상장주식수 1억8,891만 주 규모의 대형주다. 같은 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 LIG넥스원 등 주요 방산주는 각각 0.04퍼센트, 0.05퍼센트, 0.02퍼센트 상승하는 데 그치며 강보합권에 머무른 반면, 한화시스템은 10퍼센트가 넘는 독보적인 상승률을 기록했다. 업계 평균 PER이 21.53배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한화시스템의 2024년 실적 기준 PER 9.4배는 여전히 저평가 구간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화시스템이 방산과 우주를 동시에 품은 하이브리드 테마주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방산 경기가 숨을 고를 때 우주·무인체계 모멘텀이 주가를 지지하고, 반대로 우주 관련 이슈가 약해질 때는 방산 수주와 실적이 하방을 보완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방산과 우주 모두 대규모 선투자가 필요한 분야인 만큼, 중장기 수익성과 투자 효율성에 대한 점검이 이어져야 한다는 신중론도 상존한다.
향후 주가 흐름에서는 5만 원 선 안착 여부가 핵심 분수령으로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강한 거래량이 뒷받침되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상방 압력이 우세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단기간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고 경계한다.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주가가 5만 원 지지선을 굳히고 전고점 5만4,600원을 상향 돌파할 경우 6만 원대 추가 랠리 가능성도 열어두는 분위기다. 반면 보수적인 시각에서는 과열 조정 시 4만8,000원 이탈과 4만6,000원 부근 재조정 가능성도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적 변동성과 수급 쏠림을 동시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2025년 순이익이 2024년 대비 둔화될 것이라는 시장 컨센서스가 존재하는 만큼, 향후 분기별 실적에서 이익 개선 추세가 얼마나 유지되는지가 현재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할 기준이 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 개인 매수가 과도하게 몰릴 경우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추격 매수보다는 수급과 실적 확인을 병행하는 보수적 접근이 요구된다. 시장에서는 한미 안보 협력의 방향과 글로벌 방산 수주 경쟁 구도, 우주·무인체계 관련 정책 지원 여부가 한화시스템의 중장기 주가 흐름을 가를 핵심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