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기로 양치 헹군다"…비결핵마이코박테리아 우려 커져
샤워기를 틀어놓은 채 양치 후 입안을 헹구는 생활 습관이 특정 조건에서는 세균 감염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의료계 경고가 나왔다. 특히 만성 폐질환을 앓거나 면역 기능이 저하된 사람에게는 일상 속 사소해 보이는 물 사용 방식이 폐 질환 발병과 직결될 수 있어, 가정 내 수도 기구 관리와 구강 세척 습관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는 수돗물 속 환경 세균 자체보다, 샤워기와 호스 내부에서 형성되는 미생물막이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샤워기 물로 입안을 직접 헹구는 행동은 비결핵마이코박테리아 노출을 늘려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비결핵마이코박테리아는 결핵균과 같은 마이코박테리아 계열에 속하지만 사람 간 전파보다 환경 노출을 통해 폐에 침투하는 특성이 있다. 호수와 강, 토양 등 자연 환경에 널리 분포하며, 가정과 병원의 수도관, 샤워기, 가습기 등 물이 고이거나 분무되는 장비에서도 검출 사례가 보고돼 왔다.

비결핵마이코박테리아의 위험성은 염소 소독에 강한 내성과 표면에 부착해 생존하는 성질에서 비롯된다. 이 균은 수도관과 샤워기 내부에 부착해 바이오필름, 즉 물때 형태의 미생물막을 형성하며 증식할 수 있고, 특히 샤워기 호스 내부처럼 물이 정체되기 쉬운 좁고 긴 구조에서는 농도가 더 높아지기 쉽다. 샤워를 시작할 때 분사되는 첫 물줄기에 이 미생물들이 함께 배출될 수 있고, 미세한 물방울 형태로 공기 중에 퍼지면 호흡기를 통해 흡입될 가능성이 커진다.
샤워기 물로 구강을 직접 헹구는 습관은 이런 에어로졸과 미생물이 구강과 상기도 점막에 더 가깝게, 더 농축된 상태로 닿게 만든다. 입안에 머금은 물이 다시 흡인되거나 미세하게 폐로 넘어갈 경우, 비결핵마이코박테리아가 폐 깊숙이 도달할 위험성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인 샤워만으로도 어느 정도 노출은 이뤄지지만, 입과 인두에 물을 직접 머금는 행동은 노출량과 접촉 시간을 늘려 잠재적 흡입 가능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건강한 사람에게서 비결핵마이코박테리아 노출이 곧바로 질병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긋는다. 정상적인 면역 체계를 가진 사람은 흡입된 균을 폐의 방어 기전으로 제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감염이 일어나더라도 증상 없이 지나가는 사례가 많다. 문제는 기저 폐질환이 있거나 면역 억제 상태에서 이 균이 만성 폐질환 형태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의료계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과 기관지확장증, 과거 결핵으로 인해 폐 구조가 손상된 환자, 면역억제제를 장기 복용하는 환자 등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하며 일상 속 환경 노출 관리 필요성을 강조한다.
비결핵마이코박테리아 폐질환은 기침, 가래, 피로감, 체중 감소 등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시작해 장기간 방치될 경우 폐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기존 결핵과 달리 감염 경로가 주로 환경이기 때문에 병원 내 전파 차단만으로 예방하기 어렵고, 생활 환경 관리가 치료 전략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특히 샤워기와 가습기, 치과용 유니트체어 수관 등 물이 분무되거나 미세 입자로 흩어지는 장비가 위험 경로로 지목되고 있다.
의료진은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한 첫 단계로 샤워기 위생 관리를 제시한다. 샤워기 헤드와 호스를 일정 주기로 분리해 세척하고, 뜨거운 물로 내부를 충분히 흘려보내 바이오필름 축적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사용 후 샤워기 헤드에 남은 물을 털어내고, 호스가 늘어져 물이 고이지 않도록 정리하는 습관도 권장된다. 장기간 사용해 내부 부식과 물때 축적이 심해진 샤워기는 구조상 완전한 세척이 어려운 만큼, 일정 기간마다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도 뒤따른다.
구강 관리 측면에서는 양치 후 헹굼은 가능한 세면대 수돗물을 이용하고, 샤워 중에 샤워기 물을 입안에 직접 받아 헹구는 습관을 피하라는 권고가 나온다. 특히 만성 폐질환자나 면역저하자는 병원 진료 시 자신의 물 사용 습관을 의료진과 공유하고, 감염내과나 호흡기내과 전문의와 상담해 생활 속 노출 줄이기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의료계는 가정 내 수도기기 관리와 구강 세척 방식의 작은 변화가 고위험군의 비결핵마이코박테리아 폐질환 발생률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비결핵마이코박테리아 폐질환 환자가 늘어날 가능성에 주목한다. 감염 예방을 위해 물 인프라 설계 단계에서부터 바이오필름 억제 기술을 적용하고, 세균 저감 기능을 갖춘 스마트 위생기기 개발을 촉진하는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산업계에서는 위생 센서와 항균 소재를 결합한 차세대 샤워기와 수전 등 디지털 헬스케어 연계 위생 솔루션 시장이 확대될 여지도 있다. 의료계와 업계 모두 샤워기와 같은 일상 기기가 미생물과 건강을 매개하는 접점이 되고 있다며, 생활 속 물 사용 방식을 포함한 환경 관리가 향후 호흡기 감염 관리 전략의 핵심 요소로 부상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개인 위생 습관과 가정 내 설비 관리가 감염 위험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에 산업계와 의료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