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당심 70% 상향 실익 있나"…국민의힘 최고위서 양향자·김민수 정면충돌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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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노선 갈등과 경선룰을 둘러싼 긴장이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면으로 부딪쳤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심 강화에 무게를 두는 지도부와, 중도 외연 확장을 주장하는 최고위원 간 균열이 노골화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과 김민수 최고위원은 15일 국회 내 천막 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당 지지율이 20%대 중반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장동혁 대표의 행보를 둘러싼 이견이 다시 표면화된 것이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보수층 내부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선거 전망에 회의를 드러냈다. 그는 "보수층에서도 절반 이상이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 선거를 치른다면 국민의힘이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 지도부가 추진 중인 지방선거 경선룰과 강경 지지층 중심 노선을 겨냥했다. 양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상대 더불어민주당보다 지지율, 결집도, 중도 확장성, 그 총합인 선거 경쟁력에서 크게 뒤지고 있다"고 전제한 뒤 "이런 상황에서 경선의 당심 반영률을 높여서 후보를 공천하는 게 본선 경쟁력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물었다.

 

또 그는 "중도층이 공감하지 않는 계엄 정당론이나 부정선거론, 과연 도움이 되겠느냐"고 거듭 반문했다. 당의 이념적 색채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양 최고위원은 "당의 염도가 적당해야 더 다양한 지역과 계층, 성별과 연령층의 국민 지지가 찾아온다"며 "강성 지지층도 좋지만 합리적 지지층, 특정 주장이 아닌 보편 정서에 어필할 정책, 메시지, 행보, 인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당내에서 제기돼 온 계엄 사과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요구에 선을 긋고, 윤 전 대통령과 유사한 주장을 이어가는 장동혁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지도부가 강경 보수층에 치우친 행보를 조정해야 한다는 경고성 메시지에 가깝다.

 

이에 김민수 최고위원이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는 추가 발언을 신청해 "왜 우리 손으로 뽑은 당 대표를 흔들려고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며 양 최고위원 발언을 정면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여론조사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최고위원은 "민주당·통일교 문제, 대장동 항소포기, 양평 공무원 자살사건, 관세, 부동산, 환율, 김현지, 캄보디아, 무비자 입국까지 너무나 많은 문제가 있는데 왜 이런 문제에 공격을 집중하지 않고 당내를 공격하느냐"고 반문했다. 야당과 정부·여당을 둘러싼 각종 논란을 열거하며, 내부 비판보다는 대여·대야 공세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한 셈이다.

 

그는 "진짜 지방선거에서 이기고 싶다면, 무너지는 대한민국을 지키고 싶다면 어떤 기준을 들고 우리가 방향성을 정해야 할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보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선 당내 갈등보다 진영 결집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충돌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층을 향한 외연 확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커지는 가운데, 지도부가 당심 중심 전략을 고수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계엄 정국과 윤석열 전 대통령 책임론을 둘러싼 당내 논쟁이 여전히 정리되지 못한 점도 갈등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당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이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기존 50퍼센트에서 70퍼센트로 높이는 방안을 마련한 것도 핵심 쟁점이다. 당심 비중이 커질수록 강성 지지층 친화적 인사가 공천에서 유리해지고, 중도층 호소력이 있는 인사의 진입 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에서 확정된 사안이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박 수석대변인은 "원외 당협위원장과 현역 단체장 의견을 듣는 등 의견 수렴 과정이 많이 남아있다"고 설명하며, 경선룰을 둘러싼 내홍 진화를 시도했다.

 

한편 장동혁 대표는 이날 재선 의원 모임인 대안과 책임 소속 의원들과 오찬을 갖고 경청 행보를 이어갔다. 장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당 기조 변화, 지방선거 당심 70퍼센트 경선룰 등 현안을 둘러싼 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원론 수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안과 책임 소속 의원들은 16일 자신들이 주최하는 토론회에 장 대표의 참석을 요청했지만, 장 대표로부터 구체적인 답은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회 참석 여부에 따라 장 대표의 향후 노선과 당내 소통 기조가 어느 정도 드러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앞으로 지방선거 경선룰을 최종 확정하는 과정에서 당내 중도 확장파와 강경 보수층 사이의 추가 충돌 가능성을 안게 됐다. 국회와 당 지도부는 의견 수렴 절차를 이어가며, 다음 회기와 당 공식 일정에서 당심과 민심의 균형을 둘러싼 논의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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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양향자#장동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