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AI 인프라 동맹 넓힌다”…아마존, 오픈AI에 100억달러 투자 논의에 글로벌 파장 촉각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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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6일, 미국(USA) 주요 IT 업계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오픈AI(OpenAI)가 아마존(Amazon)으로부터 100억달러(약 15조 원) 이상을 유치하는 대형 투자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움직임은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중심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칩과 클라우드 인프라 공급망을 넓히려는 전략과 맞물리며, 글로벌 빅테크 간 AI 동맹 구도를 흔들 수 있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현지 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 통신, 로이터 통신은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오픈AI와 아마존이 대규모 지분 투자와 인프라 협력을 포함한 거래를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논의 중인 조건에 따르면 오픈AI의 기업가치는 5천억달러(약 740조 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협상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고 세부 조건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마존, 오픈AI에 100억달러 이상 투자 논의…기업가치 5천억달러 평가
아마존, 오픈AI에 100억달러 이상 투자 논의…기업가치 5천억달러 평가

협상안에는 오픈AI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자체 AI용 반도체 ‘트레이니엄(Tranium)’을 도입하고 사용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오픈AI가 AWS 클라우드 인프라 임대 물량을 늘리는 방안도 논의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이번 논의가 오픈AI가 AI 모델 학습과 운영에 사용하는 칩과 클라우드 인프라를 다변화하려는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투자 검토는 오픈AI가 핵심 파트너였던 마이크로소프트와 파트너십 구조를 재조정하는 새 협약을 체결한 직후 나온 것이다. 새 합의에 따라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클라우드를 최대 2천500억달러 규모까지 추가로 이용할 수 있게 됐고, 동시에 마이크로소프트 외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도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이 같은 조치는 오픈AI가 특정 사업자 의존도를 낮추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해당 합의 이후 오픈AI는 클라우드 시장 1위 사업자인 AWS와 향후 7년간 총 380억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 계약을 체결했다. FT는 현재 논의 중인 아마존의 신규 투자와 추가 클라우드·AI 칩 협력이 이 380억달러 계약과 별도로 진행되는 새로운 거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마존 입장에서는 자체 칩과 클라우드 인프라를 결합한 ‘패키지 딜’을 통해 AI 생태계 핵심 플레이어를 자사 플랫폼에 깊숙이 끌어들이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오픈AI는 이미 엔비디아(NVIDIA), 오라클(Oracle), AMD, 브로드컴(Broadcom) 등 주요 기술 기업들과 장기 공급 계약을 잇달아 체결해 칩과 데이터센터 자원을 확보해 왔다. 관련 계약 규모는 총 1조5천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와의 계약에는 수년간 최대 1천억달러를 오픈AI에 투자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으며, 오픈AI는 그 대가로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대량 구매하기로 했다.

 

오픈AI는 이와 별도로 브로드컴, AMD와도 AI용 칩 공급 계약을 맺었다. 특히 AMD는 오픈AI와의 협력 조건으로 자사 발행주식의 최대 10%를 오픈AI에 제공하기로 합의하면서, 단순 공급 관계를 넘어 상호 지분 참여 형태의 전략적 제휴에 나섰다. 아마존이 추진 중인 투자 협상 역시 칩·클라우드 구매와 결합된 구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처럼 오픈AI와 주요 칩·클라우드 공급사 간 상호 투자와 구매 계약이 얽히면서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순환 거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투자와 공급 계약이 상호 맞물리면서 실제 수요와 상관없이 매출과 기업가치가 부풀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글로벌 AI 경쟁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거대 모델 개발사와 인프라 사업자 간 밀착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경쟁사인 앤스로픽(Anthropic)의 행보는 이러한 논쟁에 복합적인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AI 챗봇 ‘클로드(Claude)’를 개발한 앤스로픽은 아마존, 구글(Google),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으로부터 총 260억달러를 조달했고, 이들 기업의 하드웨어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아마존은 지금까지 약 80억달러를 앤스로픽에 투자하며 최대 투자자 중 하나로 자리 잡았고, 자사 칩과 AWS 인프라 사용을 연계한 협력을 강화해 왔다.

 

국제 금융·기술 매체들은 이번 오픈AI–아마존 협상이 성사될 경우 빅테크와 AI 스타트업 간 협력 구도가 한층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 아마존–앤스로픽, 구글–자체 모델 진영으로 나뉘어 온 기존 판도가, 다수 기업이 서로 중첩 투자와 인프라 제공을 주고받는 ‘다극 동맹’ 구조로 재편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AI 칩과 클라우드 자원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면서 대규모 선제 계약과 상호 지분 참여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규제당국이 잠재적 이해상충과 시장 왜곡 가능성에 대한 조사에 나설 여지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픈AI와 아마존의 협상이 어떤 최종 형태로 귀결될지, 그리고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 재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국제 사회와 기술·금융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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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아마존#a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