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흉부엑스레이로 골다공증 선별…프로메디우스, 신의료기술 진입 의미
노화와 대사질환 분야 의료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골다공증 조기 선별 시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 의료 AI 기업 프로메디우스가 개발한 흉부 엑스레이 기반 골다공증 선별 소프트웨어가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 대상에 포함되면서다. 기존 흉부 촬영 영상만으로 골밀도 저하 가능성을 미리 걸러낼 수 있어, 의료현장의 선별 검사 패러다임을 바꿀 단초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선정이 영상 판독용 AI에서 예방 중심 AI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프로메디우스는 자사 골다공증 선별 AI 소프트웨어 오스테오 시그널이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 대상 의료기기로 선정됐다고 23일 밝혔다. 오스테오 시그널은 흉부 엑스레이 영상에서 뼈의 구조와 밀도 패턴을 분석해 골다공증 위험도를 높음과 낮음 두 단계로 구분해 제시하는 소프트웨어형 의료기기다.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에 연동돼 별도 검사 없이도 X선 데이터만으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 제도는 혁신성이 높지만 임상 근거가 아직 제한적인 기술에 대해, 일정 기간 건강보험 비급여로 사용을 허용하고 실제 현장에서 안전성과 유효성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오스테오 시그널 역시 국내 의료기관에서 평가 유예 기간 동안 비급여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조기 도입을 통해 환자 데이터를 축적하고, 개발사는 실제 진료 환경에서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한 셈이다.
오스테오 시그널의 기술적 핵심은 흉부 엑스레이 영상에서 뼈 영역을 정교하게 분리하고, 딥러닝 기반 패턴 인식을 통해 골밀도 저하와 상관관계가 높은 특징을 추출하는 데 있다. 기존 골다공증 진단은 이중에너지 X선 흡수계측 방식으로 뼈의 실제 밀도를 수치화해 평가하지만, 이 과정은 별도의 장비와 검사 예약이 필요하고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오스테오 시그널은 정밀 진단 대신 선별 검사 역할에 집중해, 동일 환자에게 이미 존재하는 흉부 영상으로 의심 환자를 먼저 가려내는 구조를 취한다.
특히 이번 기술은 추가 방사선 노출 없이, 흉부 촬영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된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선별 방식의 한계를 피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흉부 엑스레이 촬영 빈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골밀도 검사를 따로 받지 않은 숨은 고위험군을 찾아낼 수 있는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의료진은 AI가 제시한 위험도 정보를 참고해 정밀 골밀도 검사 의뢰 여부를 빠르게 결정할 수 있다.
시장 측면에서 보면 골다공증은 고령화와 함께 환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진단과 치료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골절은 노년층의 삶의 질과 의료비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무증상 기간이 길어 정기 검진을 미루는 사례가 많다. 흉부 엑스레이 데이터 기반 AI는 병원에 내원한 노년층 환자 대부분을 자연스럽게 스크리닝할 수 있어, 조기 발견률을 높일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골다공증 예측 알고리즘 경쟁이 이미 본격화된 상황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일반 촬영 엑스레이에서 추출한 영상 지표만으로 골밀도 감소를 상당 수준 예측하는 결과가 발표됐고, CT 데이터를 활용한 고위험군 예측 모델이 학술지에 보고되기도 했다. 다만 상용 의료기기 수준에서 신의료기술 제도에 진입한 사례는 아직 많지 않아, 국내에서의 평가 유예 선정은 상용화 경쟁의 초기 단계로 해석된다.
정책·규제 측면에서는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 제도가 핵심 관문이다. 일정 기간 동안 비급여로 사용되는 동안 수집된 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향후 정식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을지 여부가 다시 판정된다. 의료현장에서는 비급여 사용 시 환자 비용 부담과 의료진 설명 의무, 데이터 품질 관리 등이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향후 건강보험 등재 여부는 비용 대비 효과성, 골절 감소 기여도, 기존 검사 대비 추가 가치 등을 근거로 판단될 전망이다.
배현진 프로메디우스 대표이사는 이미 촬영된 흉부 엑스레이를 AI가 분석해 골다공증 위험도를 선별할 수 있는 점을 강조하며, 의료진과 잠재 환자 모두에게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의료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임상 근거를 충실히 확보하고, 노년층의 뼈 건강을 한 박자 앞서 관리하는 예방 중심 AI 의료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러한 AI 기반 선별 기술이 실제 건강보험과 진료 지침에 편입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