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00만 주 매도 폭탄…이수페타시스, 단기 급등 피로에 신고가 랠리 제동
AI 가속기 대표 수혜주로 꼽혀온 이수페타시스 주가가 외국인 대규모 차익 실현에 직격탄을 맞았다. 12일 오전 장중 글로벌 투자은행 창구를 통한 매물이 집중되며 주가가 8% 넘게 밀리자,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국면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펀더멘털 개선 기대는 유효하지만 수급 불안이 당분간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어 투자 전략 재점검이 요구된다.
12일 오전 10시 56분 유가증권시장에 따르면 이수페타시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43% 하락한 13만 5,700원에 거래 중이다. 전날인 11일 외국인이 하루 만에 108만 주를 순매도한 데 이어, 이날 장 초반에도 모건스탠리와 제이피모간 등 외국계 증권사 창구에서 매도 주문이 쏟아지며 하락 폭을 키우는 모습이다. 장중 기준 13만 4,700원까지 밀리며 전날 기록한 장중 고점 14만 8,200원에서 상당 부분 되돌림이 나타났다.
![[분석] 외국인 100만 주 매물 폭탄… 이수페타시스[007660], 신고가 랠리 멈춰 세운 '차익 실현' (제공:AI제작)](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212/1765506570512_346716065.jpg)
최근 일별 시세 흐름을 보면 이수페타시스는 11월 초 10만 원대 초반에서 바닥을 다진 뒤 가파른 상승 랠리를 이어왔다. 지난달 27일 14만 6,300원을 찍은 이후에도 상승세를 지속하며 11일 장중 14만 8,200원까지 신고가를 높였으나, 12일 장대 음봉이 형성되며 5일 이동평균선을 강하게 하향 이탈했다. 단기 추세가 훼손될 수 있는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수급 구도 변화는 더 뚜렷하다. 11일 하루 외국인이 108만 주를 순매도한 반면, 기관은 129만 주를 순매수하며 대규모 손바뀜이 발생했다. 같은 날과 12일 오전 매도 상위 창구에 모건스탠리, 제이피모간, 메릴린치 등 외국계 증권사가 나란히 이름을 올리면서 글로벌 이른바 스마트 머니가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개인 비중이 높은 창구가 매수 상위에 포진해,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개인이 받아내는 취약한 수급 구조가 잡히고 있다.
시장에서는 개별 종목의 수급 꼬임 현상이 이번 조정의 직접적인 트리거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수페타시스는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 61위로,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 기판 관련 대형주 대비 외국인 지분율이 31.72%에 달하는 종목이다. 이날 하락률은 동일 업종 등락률인 마이너스 1.72%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업종 전반의 조정보다는 외국인 비중이 높은 종목에 집중된 차익 실현이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펀더멘털 측면의 성장 기대는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 한 달간 이수페타시스 주가를 이끈 핵심 동력은 구글 TPU 등 AI 가속기용 초고다층 PCB 수요 급증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18층 이상 고다층 기판 수주가 빠르게 늘었고, 내년 이후 실적 추정치 상향으로 직결되며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정당화해 왔다.
실적 전망을 보면 2024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23.83배 수준으로 높게 형성돼 있지만, 이익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부담이 빠르게 완화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추정치 기준 주당순이익(EPS)은 2025년에 1,116원에서 2,384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해 자기자본이익률(ROE)도 33.8%까지 치솟을 것으로 점쳐져 업계 최고 수준 수익성이 예상된다.
회사 체질을 뒷받침하는 것은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과 선제적 설비 투자다. 이수페타시스 매출의 95% 이상은 수출에서 발생하며, 특히 북미 지역 AI 가속기 및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장비 수요와 밀접히 연동돼 있다. 최근에는 대구 달성 2차 산업단지에 503억 원 규모 제4공장 신설 투자를 결정했고, 내년 1월 본격 양산이 시작되면 생산 병목 현상 해소와 함께 매출 성장 가속이 기대된다.
수급 변동성은 주요 주주의 행보에서도 드러난다. 제공된 변동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최근 지분 5% 이상을 취득하며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그럼에도 단기적으로 매도 물량을 시장에 내놓으며 변동성을 키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시장에서는 펀더멘털에 대한 장기 신뢰와는 별개로, 단기 급등 구간에서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의 매도가 뒤섞인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고객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고객 다변화도 긍정 요인으로 꼽힌다. 구글 TPU 관련 밸류체인에서의 입지가 강화되는 가운데 브로드컴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향 매출 비중이 늘고 있어 특정 고객사 의존도가 낮아지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여기에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우주항공 등 성장 산업 테마와의 연계성, 무역의 날 5억 불 수출의 탑 수상 소식 등도 기업 가치 평가에 우호적 요인으로 거론된다.
동일 업종 내에서의 상대적 경쟁력도 부각된다. 삼성전기, 심텍 등과 비교했을 때 이수페타시스는 영업이익률과 성장성이 모두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025년 예상 영업이익률은 19% 수준으로, 제조업 기준 이례적인 고수익 구조가 예상된다. 같은 기간 삼성전기의 ROE가 7.89% 수준에 머무르는 반면 이수페타시스는 20%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돼, 자본 효율성 측면에서 외국인 투자자 선호가 높았던 배경으로 지목된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는 단기 조정 리스크와 중장기 성장성을 동시에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기술적 분석 기준으로는 2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13만 원 초반대 지지 여부가 중요 분기점으로 거론된다. 이 가격대가 무너질 경우 12만 원대까지 조정이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며 14만 원선을 다시 회복한다면 전고점 재도전 흐름이 재개될 여지도 남아 있다는 평가다.
시장 참여자들은 당분간 공매도 잔고 추이와 외국계 증권사 창구 매매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AI 섹터 특성상 엔비디아, 알파벳 등 미국 기술주의 변동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글로벌 증시 환경 변화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펀더멘털 훼손 없이 수급 요인만으로 발생한 급락은 중장기 투자자에게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현재처럼 외국인 매도 강도가 강한 구간에서는 주가 상단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보수적 대응이 요구된다.
향후 이수페타시스 주가 흐름은 글로벌 AI 투자 사이클 지속 여부와 함께 외국인 수급 회복 속도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국내 증시에서는 다음 분기 실적 발표와 주요 빅테크 기업의 투자 계획 업데이트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