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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디지털트윈 AMR…김해시, 동남권 물류대전환 시동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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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디지털트윈 기반 자율이동체 기술이 제조와 물류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자체가 주도하는 시험평가 인프라가 구축되면 항만과 대형 부품 공장 등에서 고중량 물류를 자동화하려는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김해시의 이번 행보를 동남권 제조·물류 산업의 디지털 전환 경쟁에서 분기점이 될 시도로 보고 있다.

 

김해시는 11일부터 12일까지 양일간 롯데호텔앤리조트 김해에서 AI·디지털트윈 기반 고중량물 자율이동체의 미래물류 혁신을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연다. 이번 행사는 김해시가 추진 중인 고중량물 자율이동체 시험평가센터 기반구축사업의 추진 현황을 공유하고, 향후 기술·정책 방향을 조율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고중량물 자율이동체는 수 톤급 이상 자재와 설비를 사람 개입을 최소화해 옮기는 자율주행 로봇을 가리킨다. 기존 소형 물류 로봇과 달리, 항만 컨테이너와 조선·자동차용 대형 부품 등 고하중 화물을 처리해야 해 정밀 주행 제어, 충돌 방지, 하중 분산 설계가 핵심 기술로 꼽힌다. 여기에 AI 기반 경로 최적화와 디지털트윈 기반 시뮬레이션 기술을 결합해 장비 운영 효율을 크게 끌어올리는 전략이 논의 중심에 선다.

 

디지털트윈은 실제 물류창고나 공장을 가상 공간에 똑같이 구현해 각종 운용 시나리오를 미리 시험하는 기술이다. 고중량물 자율이동체에 적용하면 장비 도입 전 주행 동선, 적재 위치, 충돌 위험 구간을 미리 검증할 수 있어, 테스트 시간을 줄이고 안전 기준을 사전에 명확히 설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AI는 이 디지털트윈 환경에서 생성된 방대한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학습해 최적의 운행 전략을 찾아내는 역할을 한다.

 

세미나에는 경남도, 김해시, 경남테크노파크 등 관계 기관과 관련 산업 전문가들이 참석한다. 참가자들은 항만, 자동차, 기계 등 동남권 주력 산업과 고중량물 자율이동체 기술을 어떻게 연계하고 고도화할 것인지에 대해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한다. 특히 기존 수동 크레인, 지게차 중심 물류 방식이 가진 인력 의존도와 안전사고 위험을 줄이는 대안으로 AMR 도입 전략이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발표 세션에서는 인제대학교 김민재 교수가 AI·디지털트윈·자율이동체가 여는 동남권 물류대전환을 주제로, 지역 물류망 구조와 스마트 물류 전환 로드맵을 제시한다. 쇼우테크 김광현 상무는 제조산업 AI 전환과 지역 산업계 AI 적용 방안을, KN로보틱스 김홍삼 대표는 항만 AGV와 AMR의 기술적 차이와 해외 운용 사례를 소개한다. 일본 아이즈대학 신중필 교수는 일본 AI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통해 글로벌 기술 경쟁 흐름을 공유할 계획이다.

 

항만 분야에서는 이미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AGV를 활용한 컨테이너 자동화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기존 AGV는 고정된 노선을 따라 움직이는 사례가 많아, 복잡한 제조 현장에서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해시가 추진하는 고중량물 AMR은 자유도 높은 자율주행 기술과 디지털트윈 기반 관제 시스템을 결합해 이러한 한계를 줄이고,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에도 대응하는 방향을 지향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책·제도 측면에서도 시험평가센터는 의미가 크다. 고하중 자율이동체는 중대 재해와 직결될 수 있어, 안전성 시험과 인증 기준이 엄격하게 요구된다. 시험평가센터가 가동되면 실제 산업 환경을 모사한 테스트 베드에서 주행 안정성, 하중 시험, AI 관제 시스템의 이상 대응 능력 등을 검증하는 체계 구축이 가능해진다. 향후 국가 차원의 안전 기준 수립과 인증 절차 정립에도 기여할 여지가 있다.

 

김해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지역을 첨단 스마트 물류와 로봇 산업의 거점으로 키운다는 전략을 내놓고 있다. 김해시 관계자는 고중량물 자율이동체 기술이 김해 주력 제조업의 생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일 핵심 기술이라며, 행정과 정책 지원 역량을 시험평가 인프라 조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한림면 명동일반산단에 들어서는 고중량물 자율이동체 시험평가센터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프로젝트다. 총 사업비 250억 원이 투입되며, 2027년 2월 개소를 목표로 한다. 업계에서는 센터가 본격 가동되면 장비 제작사와 항만·제조 기업 간 기술 검증과 공동 개발이 한층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동남권 제조업계는 노동력 부족과 물류비 상승에 동시에 직면해 있다. 고중량물 자율이동체와 디지털트윈 기반 관제 시스템이 실제 현장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가 향후 경쟁력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계는 김해시 시험평가센터를 축으로 한 기술 생태계가 얼마나 빠르게 자리를 잡을지 주시하고 있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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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시#고중량물자율이동체#디지털트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