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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일방처리 협박에도 민생예산 확보"…국민의힘, 양보 감수했다는 평가 내놔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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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협상의 막판까지 여야가 강하게 맞부딪친 가운데, 이재명 정부 첫 예산안을 둘러싼 공방은 처리 시한 직전까지 이어졌다. 여야는 정쟁과 민생이라는 상반된 프레임을 내세우며 충돌했고, 법정 처리 시한 마지막 날인 2일 가까스로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2일 예산안 통과 직후 논평을 내고 이번 결정을 자평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자료에서 "경제위기와 민생고통 속에서 정쟁이 아닌 민생과 지역균형 발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야의 강대강 대치 속에서도 실질적인 민생 예산 확보에 방점을 찍었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협상 태도를 거론하며 강한 어조를 유지했다. 당은 "여당이 당연히 해야 할 양보까지도 대신 감수했다"며 "더불어민주당의 수적 우위를 내세운 일방 처리 협박에 굴하지 않고 국민 삶을 살리고 미래성장 기반을 다지는 민생예산을 얻어냈다"고 밝혔다.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의 압박 속에서도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선택을 했다는 논리다.

 

실무 협상에 참여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구체적인 평가를 내놨다. 박형수 의원은 예산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협상과 양보를 통해 차선의 결과는 얻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완전한 만족은 어렵지만, 협상 범위 내에서 가능한 민생 예산을 최대한 지켜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성과로 내세운 항목은 보육, 교육, 교통, 보훈 등 생활 밀접 분야에 집중돼 있다. 당은 대표적인 민생예산으로 보육교사의 수당과 0∼2세 어린이집 기관보육료 인상 재원을 포함해 706억원을 증액했다고 밝혔다. 영유아 보육 환경과 보육교사 처우 개선을 동시에 겨냥한 조정이라는 설명이다.

 

또 임산부 16만명에게 월 4만원 상당의 친환경 농산물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 158억원을 추가 반영한 점도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 사업이 임산부 건강 지원과 친환경 농산물 소비 확대라는 두 가지 효과를 노리는 정책이라고 부연했다.

 

청년과 대학생을 겨냥한 예산도 늘렸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대학생 맞춤형 국가장학금 인상을 위해 706억원을 추가 편성해 3% 인상분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대중교통 이용 부담을 덜기 위해 대중교통 정액패스 이용 한도를 폐지하는 데 305억원을 투입했다고 전했다. 당 관계자들은 교통비 부담 완화가 체감 가능한 민생 대책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지역 일자리 대책 역시 주요 성과로 꼽았다. 국민의힘은 지역 맞춤형 일자리 창출 사업에 25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한 점을 들며,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기반을 확충했다고 설명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확대를 동시에 겨냥한 조치라는 평가도 내놨다.

 

보훈 예산 증액도 핵심 성과로 부각했다. 당은 참전명예수당, 무공영예수당, 4·19혁명공로수당 등 각종 보훈수당을 월 1만원 인상하는 데 192억원을 더 편성했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참전유공자와 배우자의 생계지원금을 월 5만원 인상하는 데 132억원을 추가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국가유공자 예우 강화가 정부와 여당의 지속적인 기조라며 예산 반영의 의미를 설명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해 왔고, 국민의힘은 이를 일방 처리 협박이라고 규정했다. 여야 모두 민생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예산 배분 방향과 규모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시한 직전까지 긴장 국면이 이어졌다. 다만 법정 시한 내 예산안이 처리되면서 극단적인 정국 경색은 피한 셈이 됐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예산 협상이 향후 정기 국회와 추가 재정 논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하고 있다. 여권은 민생과 지역균형 발전을 내세우며 예산 집행 과정에서 성과 부각에 나설 전망이고, 야권은 세부 사업 구조와 재정 건전성을 문제 삼으며 공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후속 부대의견 이행 상황과 추가 예산 요구를 둘러싸고 다음 회기에서도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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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재명정부예산안#박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