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관여 정황 없다"...내란특검, 조희대·지귀연 불기소 결론
내란·외환 혐의 수사를 둘러싼 공방과 사법부 책임론이 다시 맞부딪쳤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고발된 조희대 대법원장과 지귀연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면서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15일 최종 수사결과 브리핑을 열고 조희대 대법원장과 지귀연 부장판사 등 사법부 관계자에 대한 고발 사건을 지난 14일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조 대법원장 등에 적용됐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시민단체는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열렸던 것으로 알려진 대법원 간부회의를 문제 삼으며, 조희대 대법원장과 사법부 고위 관계자들이 계엄 선포를 사전에 인지했거나 계엄 조치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고발장을 제출했다.
특검팀은 대법원 소속 사법행정기구인 법원행정처 관계자와 계엄사령부 담당자들을 잇따라 조사하고 통신기록을 분석했다. 그 결과 비상계엄 당시 조희대 대법원장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비상계엄 관련 조치사항을 준비하거나 논의하기 위해 별도의 간부회의를 소집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결론냈다.
특검 수사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계엄사령부는 대법원 측 실무자에게 연락관 파견을 요청했으나, 대법원은 이에 대해 거부 의사를 분명히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이 대목을 근거로 사법부가 계엄사령부의 초기 요청 단계에서부터 조직적으로 협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지영 특별검사보는 브리핑에서 당시 시각과 동선에 대한 구체적 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박 특검보는 "비상계엄 선포 후인 4일 0시 46분께 계엄사령관 지시와 매뉴얼에 따라 대응했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확인 결과 조희대 대법원장은 0시 40분께, 천대엽 처장은 0시 50분께 대법원 청사에 도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고려하면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이 주재하는 자리에 언론 보도와 같은 논의가 진행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신속히 처리했다는 이유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한 사건도 함께 불기소 처분했다. 특검은 대법원의 재판 진행과 선고 시점이 내란 혐의와 직접 연관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해석했다.
지귀연 부장판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제기된 공모 혐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검팀은 지 부장판사의 결정 과정과 당시 사법부 내부 보고 체계를 점검했으나, 사법부 관계자와 사전에 공모해 구속 취소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 부장판사에 대한 내란 중요임무종사 관련 고발 사건도 불기소로 종결됐다.
다만 특검팀은 내란 수사와 관련해 또 다른 핵심 인물로 거론된 심우정 전 검찰총장 사건에 대해서는 직접 처분을 유보했다. 심 전 총장은 지귀연 부장판사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해 검찰이 취할 수 있는 불복 절차인 즉시항고를 하지 않았다는 등의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특검팀은 심 전 총장에 대한 사건 처분을 스스로 하지 않고, 추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경찰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하기로 했다.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그 이유에 대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 휘하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팀 상당수가 현재 특검팀에 합류해 공정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국수본으로 넘기기로 한 사건 34건 가운데 10건이 심우정 전 검찰총장에 대한 고발 건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란·외환 사건과 관련한 사법부 및 검찰 지휘부 책임 논란은 향후 경찰 수사와 수사 결과에 따라 또 한 차례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특검팀이 조희대 대법원장과 지귀연 부장판사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면서,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됐던 '사법부 계엄 관여' 의혹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양상이다. 그러나 심우정 전 검찰총장 관련 고발 사건들이 경찰 수사 단계로 넘어간 만큼, 정국은 내란 수사 책임 공방을 둘러싸고 다시 격랑에 휩싸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치권은 특검 결론과 국수본 수사 이첩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향후 경찰 수사 결과와 추가 사법 절차에 따라 내란 수사를 둘러싼 책임 공방은 재점화될 수 있으며, 국회는 관련 보고와 현안 질의를 통해 쟁점을 다시 부각시키는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