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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민주당도 지원 진술 있었다"…민중기 특검 "수사 대상 아냐, 다른 기관 이첩"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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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수사 범위를 둘러싼 논란과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해명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가 법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원 의혹을 언급한 뒤 특검팀의 편파수사 비판이 커지자, 특검 측이 관련 진술 확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수사 대상이 아니라며 선을 그은 것이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8일 통일교 관련 수사와 관련해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로부터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측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사안은 특별검사팀이 담당할 수 있는 법률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결론 내리고, 사건기록을 작성해 다른 수사기관에 이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오정희 특별검사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8월 윤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온 진술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는 "지난 8월 윤씨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최근 법정 진술과 관련한 내용을 청취하고, 윤씨의 서명 날인을 받은 뒤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받아 사건기록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오 특검보는 "그 진술 내용이 인적·물적·시간상으로 볼 때 명백히 특검법상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향후 수사기관에 인계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특검팀 내부 이견은 없었고, 기존 법리와 판례를 종합해 내린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특검법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과 윤석열 대통령 주변 인사를 둘러싼 특정 사안을 중심으로 설계된 만큼, 여야를 망라한 통일교와 정치권의 전반적 관계는 수사 범위 밖이라는 논리다. 오 특검보는 윤씨가 민주당 측을 지원했다고 주장한 시점이 2022년 대통령선거보다 한참 이전이라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시기적으로도 특검팀이 맡은 대선 전후 의혹과는 거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검팀은 또 경찰에서 이첩된 통일교 한학자 총재의 도박 혐의 사건 역시 같은 이유로 수사하지 않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중심에 둔 특검법 취지에 비춰볼 때, 통일교 관련 모든 의혹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수사는 권한 밖이라는 입장이다.

 

편파수사 논란을 두고 특검은 강하게 반박했다. 오 특검보는 "윤씨의 진술 내용은 특정 정당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며 "특정 정당을 의도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일부 시각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검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고 있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사실이 아닌 막연한 추측에 기초한 잘못된 논란을 제기하는 건은 특검법에 규정된 김건희·윤석열·명태균·건진법사에 대한 수사라는 본질을 흐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논란의 발단은 윤영호씨의 법정 발언이었다. 윤씨는 5일 자신의 업무상 횡령 등 혐의 사건 공판에서 2022년 2월 교단 행사인 한반도 평화서밋을 앞두고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과도 접촉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현 정부 장관급 인사 네 명에게 접근했고 이 중 두 명은 한학자 총재와도 만났다고 말했다. 또 2017년부터 2021년까지는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관계가 더 가까웠다는 취지의 진술도 내놨다.

 

윤씨는 이 같은 내용을 특검 조사 과정에서도 말했고 수사보고서에도 기재됐다고 주장하며, 왜 관련 내용이 증거기록에는 포함되지 않았는지 특검팀에 따져 묻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야권에서는 특검팀이 국민의힘 및 권성동 의원과 관련된 불법 후원 의혹만 기소 대상으로 삼고 민주당 연루 정황은 외면했다며 편파수사 논리를 제기해 왔다.

 

현재 특검팀은 윤씨와 한학자 총재에게 국민의힘과 권성동 의원에 대한 불법 후원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긴 상태다. 이 지점에서 민주당 지원 진술이 누락된 배경을 두고 정치권 공방이 거세진 상황이다.

 

특검이 민주당 관련 진술을 내사 처리해 사건기록으로 남겼다고 공식 확인한 만큼, 경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이를 넘겨받아 독자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관련 기관이 실제로 수사에 나설지는 진술의 구체성과 객관적 자료 확보 여부, 공소시효 등 법적 변수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정치권 공방은 한층 격화될 조짐이다. 야권은 통일교와 여야 정치권의 연결고리를 폭넓게 규명해야 한다며 특검 수사 확대와 추가 특검 도입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고, 여권은 특검법상 수사 대상을 벗어난 사안을 정치 쟁점화하는 것이라며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민중기 특검팀이 민주당 지원 진술과 관련해 수사 확대보다는 다른 수사기관 이첩 쪽으로 방향을 잡은 만큼, 향후 경찰과 검찰, 공수처의 대응이 새로운 정치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정치권은 통일교와 정계의 연결 의혹을 둘러싸고 법적 책임과 정치적 책임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정부와 수사기관은 특검 기록 이첩 이후 사건 접수와 수사 여부를 검토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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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기특별검사팀#통일교#더불어민주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