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둔화가 반가운 월가”…미국, 금리인하 기대 속 다우 중심 랠리 확대
현지시각 3일, 미국(USA)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열린 정규 거래에서 3대 주요 지수가 이틀 연속 상승 마감했다. 민간 고용 감소라는 경기 둔화 신호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 확대에 무게를 두면서 우량주와 전통 산업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됐다. 이번 흐름은 고용 지표를 핵심 변수로 삼겠다는 연준의 최근 메시지와 맞물리며 금융시장 전반의 기대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현지시각 기준 3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408.44포인트(0.86%) 오른 47,882.9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0.35포인트(0.30%) 상승한 6,849.72를 기록했고, 나스닥종합지수는 40.42포인트(0.17%) 올라 23,454.09에 장을 끝냈다. 지수별로는 전통 산업과 대형 가치주 비중이 큰 다우지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시장의 시선을 끈 것은 11월 미국 민간 고용 부진이었다. ADP 전미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11월 민간 부문 고용은 전달보다 3만2천명 줄었다. 시장이 1만명 증가를 예상했던 것과 달리 감소로 돌아선 것으로, 고용 여건이 예상보다 빠르게 약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소규모 사업체 부문에서 고용이 12만명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 소상공인과 소매업 등 내수 기반 부문에서 체감 경기가 눈에 띄게 위축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연준이 지난 9월부터 재개된 금리인하 국면에서 고용 지표를 통화정책 방향의 핵심 변수로 제시해 온 점을 감안할 때, 이번 고용 부진은 추가 완화 기조를 정당화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시장에서는 고용 약세가 물가 압력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연준이 경기 둔화 리스크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스콧 웰치 서튜이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고용 시장”이라며 “다음 주 기준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식은 업종·지수별 수익률 차이로 드러났다. 다우지수 내에서는 대형 기술주가 약세를 보인 반면, 월마트와 홈디포, 프록터앤드갬블, 코카콜라, 유나이티드헬스, 캐터필러,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소매·금융·산업 관련 종목으로 매수세가 쏠렸다. 상대적으로 경기 민감 업종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면서, 금리인하 수혜 기대가 전통적인 경기순환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중소형주 비중이 큰 러셀2000 지수도 같은 날 1.91% 급등했다. 그동안 고금리 부담에 취약했던 중소기업 종목 전반에 금리 하락 기대가 반영되면서, 밸류에이션 매력과 정책 수혜 가능성을 동시에 노린 매수세가 강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조치는 미국 내 자본시장에서 실물 경기 둔화 우려와 통화 완화 기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주식시장 내에서 업종·규모별 차별화 장세를 심화시키고 있다.
반면 기술주 전반의 투자심리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둘러싼 부정적 보도 탓에 위축됐다. 미국(USA) IT 전문매체 더인포메이션은 MS가 일부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제품의 매출 성장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고, 영업사원의 판매 할당량도 줄였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MS가 특정 제품의 판매 할당량을 축소한 조치를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면서, 기업용 AI 플랫폼 파운드리 등이 조정 대상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제품군의 매출 목표는 달성에 실패하면서 올해 목표치가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MS는 성명을 통해 “영업사원의 판매 할당량이나 목표치를 낮추지 않았다”고 반박했지만, 투자심리 개선 속도는 더뎠다. MS 주가는 이날 2.5% 떨어지며 지수 상단을 눌렀고, 엔비디아와 애플, 아마존 주가도 1% 안팎 하락했다. 미국 기술주를 둘러싼 이 같은 조정 흐름은 고성장 AI 기대가 다소 과열됐다는 인식과 맞물려, 단기적으로 수급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S&P500 업종별로는 유틸리티와 기술을 제외한 전 업종이 상승 마감했다. 특히 금융과 에너지 업종은 각각 1%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금리 하락 기대와 함께 은행·보험 등 금융주에 대한 재평가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에너지 업종 역시 글로벌 수요 회복 기대와 배당 매력에 힘입어 매수 우위를 보였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세일즈포스가 장 마감 후 발표한 3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이 시장 전망을 상회한 영향으로, 시간 외 거래에서 5% 넘게 급등했다.
반도체 업종 강세도 이어졌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날 1.83% 오르며 이틀 연속 급등세를 이어갔다. 최근 4거래일 중 3거래일에서 1.8%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강한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어, 글로벌 IT 수요 회복과 AI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실물 경제 지표에서는 서비스업이 확장 국면을 유지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11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확정치가 52.6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10월 52.4에서 0.2포인트 오른 수준이며, 시장 예상치 52.1도 소폭 웃돌았다. 서비스업 PMI가 기준선인 50을 상회한 가운데 완만한 개선세를 이어가면서, 고용 둔화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부문은 확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온도차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미국 경제가 특정 부문 의존도가 강화되는 구조적 변화에 직면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연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게 반영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 선물시장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25bp(1bp=0.01%포인트) 인하될 확률을 89.1%로 반영했다. 이는 연준이 고용 둔화와 물가 안정 추세를 근거로 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시장의 강한 신뢰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 대비 0.51포인트(3.07%) 하락한 16.08을 기록했다. VIX가 16선 초반으로 내려앉으면서 단기 위험 인식이 완화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주요 매체들도 미국 증시의 최근 상승세를 두고, 연준의 완화적 스탠스를 선반영하는 움직임으로 평가하는 한편, 고용 둔화와 서비스 부문 견조세 간의 괴리를 향후 경기 국면의 변수로 꼽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USA) 증시가 금리인하 기대를 바탕으로 연말까지 완만한 상승 흐름을 이어갈 수 있지만, 고용 악화가 장기화할 경우 투자심리가 다시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서비스업 확장과 중소기업 고용 급감이 공존하는 현재의 비대칭적 성장 구조가 지속된다면, 향후 통화정책 운신 폭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고용 부진과 증시 랠리가 미국과 글로벌 금융시장에 어떤 방향 전환을 예고하는지 국제사회는 연준의 다음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