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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정부 갈등조정협의회 구축"…유철환 권익위원장, 집단민원 해결·청렴도 제고 구상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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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민원을 둘러싼 갈등 관리와 반부패 체계를 놓고 행정부와 독립위원회가 맞붙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범정부 갈등조정 협의체와 상담체계 통합 구상, 반부패 입법 지원 방안을 제시하면서 향후 국회 논의와 정부 조직 운영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은 16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관계기관이 함께하는 범정부 갈등조정협의회 구성 계획을 내놨다. 집단 갈등과 대규모 민원 사안을 개별 부처 차원을 넘어 정부 전체 현안으로 묶어 조정하겠다는 구상이다.

유 위원장은 보고에서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갈등조정협의회 구성을 추진해 범정부 차원의 집단 갈등 해결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주권정부의 갈등 관리 로드맵을 수립해 집단 민원에 대한 종합적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복합·대형 민원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도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민 민원 창구도 통합 방향으로 재편된다. 유 위원장은 “비긴급 상담번호를 권익위의 110 번호로 통합할 것”이라며 “국민이 모든 부처의 상담 전화를 기억하기 어렵기 때문에 2027년까지 110에서 모든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의 상담번호를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028년까지는 34개 중앙부처 대표번호와 상담번호를 110으로 일원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분산된 상담 채널을 단계적으로 통합해 접근성을 높이고, 부처 간 책임 공방을 줄이려는 시도로 읽힌다.

 

권익위는 디지털 기반 민원 시스템도 강화한다. 유 위원장은 “AI 기반 국민권익플랫폼을 구축해 국민이 쉽게 민원을 신청하고 AI가 답변을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반복 민원에 대한 신속 답변과 초기 상담을 지원하고, 복잡한 사안은 담당 부처로 연계하는 구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반부패 정책에서는 국가청렴도(CPI) 순위를 20위권에 안착시키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유 위원장은 “부패와 공익 침해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처리해 국가청렴도(CPI)를 20위권에 안착시키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국민권익위원회는 국회 입법 과정 지원과 제도 개선에 직접 나선다.

 

권익위는 공직자의 배우자가 금품수수 금지의무를 위반했을 때 처벌 규정이 신설되도록 국회 입법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해관계자가 공직자 본인 대신 배우자를 통로로 활용하는 편법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또 신고 유형에 따라 보호 수준이 달라지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신고자가 어떤 신고를 하든 동일한 보호 및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반부패 관련 법률 전면 개정을 추진한다. 부패행위 신고, 공익신고, 내부제보 전반을 하나의 보호 체계로 묶겠다는 방향이다.

 

이해충돌방지 제도도 한층 강화된다. 권익위는 고위공직자의 민간부문 업무 활동 내용 공개를 의무화해 공직 수행과 사적 이해관계 간 충돌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공공기관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권을 확대·강화해 조사 과정에서의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부패행위 조사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행정심판 제도 개선도 보고에 포함됐다. 유 위원장은 행정심판 원격화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온라인 행정심판 시스템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원거리 거주자나 고령층, 장애인 등 대면 출석이 어려운 국민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국선대리인 선임을 확대하고, 현재 50만원인 국선대리인 보수 상한선을 현실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제적 여건 때문에 행정심판을 포기하는 사례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정치권에서는 갈등조정협의회와 반부패 입법 지원을 두고 각 정당의 이해관계가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 여당은 집단 갈등 사안을 행정적으로 조정하고 민원 창구를 정비하는 방안에 대해 행정 효율성과 국민 편익 증대 차원에서 긍정적 평가를 내릴 공산이 크다. 반면 야당은 공직자와 그 가족에 대한 규제 강화가 미흡하다거나, 신고자 보호 수준을 둘러싸고 보다 강한 입법을 요구할 수 있다.

 

또 국가청렴도 제고 목표와 관련해 시민단체들은 실제 수사·감사기관과의 연계, 제재 실효성 확보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AI 기반 민원 시스템 확산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알고리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를 수 있다.

 

향후 쟁점은 국회 입법 과정과 예산 배분이 될 전망이다. 공직자 배우자 처벌 규정 신설과 반부패 법률 전면 개정은 정무적 이해가 첨예한 만큼 여야 협상이 불가피하다. 상담번호 110 통합과 행정심판 온라인 시스템 고도화, 국선대리인 보수 현실화 등은 예산·인력 투입과 직결돼 기획재정부와의 조율도 예상된다.

 

이날 대통령 업무보고를 계기로 국민권익위원회의 갈등관리·반부패 구상이 공개된 가운데, 국회와 정부 부처 간 후속 논의가 본격화하면 제도 설계 과정에서 적지 않은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관련 법·제도 정비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고, 국회는 관련 법안 심의와 예산 심사를 통해 구체적 내용을 확정할 계획이다.

신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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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철환#국민권익위원회#갈등조정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