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통관번호 바꿔라"…쿠팡발 보안 리스크에 해외직구도 긴장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이슈가 통관 시스템 보안까지 흔들고 있다. 30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쿠팡 이용자 정보 유출 우려가 제기되면서, 해외직구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즉시 변경하라는 온라인 운동이 번지고 있다. 단순 쇼핑 정보 수준을 넘어 이름과 연락처, 주소, 통관 고유번호가 결합할 경우, 해외발 택배 피싱이나 불법 물품 운송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전자상거래와 통관, 공공 알림서비스를 잇는 디지털 보안 체계를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쿠팡 사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개인통관고유부호 변경 방법을 공유하는 글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개인통관고유부호는 관세청이 해외 직구 등 수입 물품 통관 과정에서 개인을 식별하기 위해 부여하는 13자리 식별번호로,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하는 용도로 도입된 디지털 통관 아이디에 해당한다. 쿠팡 역시 해외 직구 서비스 이용 시 이 번호 입력을 허용해 왔다는 점에서, 이용자 정보와 통관 번호가 연계됐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X에서 확산된 한 게시글은 개인통관고유부호 유출이 현실적으로 어떤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파장을 키웠다. 작성자는 해외에서 발송된 시킨 적 없는 택배가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 실제 거주 주소를 정확히 기재한 채 도착했고, 발신지가 중국 번호라 연락도 닿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을 불러 확인해도 발송 주체를 특정하기 어렵고, 물품을 수거해 갈 주체도 없다며, 통관 번호 재발급이 사실상 스스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 조치라고 주장했다.
유출 의심 경험담도 연이어 공유되고 있다. 다른 이용자는 특정 쇼핑몰을 이용한 적도 없는데 관세청에서 해외 물품 통관 완료 알림을 받은 사례를 소개했다. 통관 시스템에서 물품 조회를 해보니 수령 주소가 전혀 생소한 지역으로 설정돼 있었고, 자신 명의의 개인통관고유부호가 제3자 배송에 활용된 정황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용자는 평소 완구류만 주문하는데 갑자기 가방 품목이 통관됐다는 문자 알림을 받았다며 관세청 안내 문자를 캡처해 게재하기도 했다.
특히 이런 사례는 통관 고유번호가 단순 식별정보를 넘어 실물 물류와 직접 연결된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부각된다. 악의적인 주체가 타인의 이름, 연락처, 주소, 개인통관고유부호를 확보할 경우, 불법 물품이나 고가의 물건을 타인 명의로 반복 수입해 법적·금융적 책임 전가를 시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신용카드 정보가 포함되지 않더라도 실제 주소지로 물품이 발송되고 세금이나 관세가 연계될 수 있어, 해외직구 기반 디지털 물류 생태계 전반의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이 같은 불안감 속에서 통관 번호를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방식의 자체 보안 강화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용자는 관세청 전자통관시스템 유니패스에 접속해 본인 인증을 거친 뒤 본인 명의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조회할 수 있고, 필요할 경우 기존 번호를 폐기하고 신규 번호를 발급받을 수 있다. 유니패스에는 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신고 메뉴도 마련돼 있어, 본인이 주문하지 않은 해외 물품이 통관된 정황을 확인할 경우 즉시 신고와 번호 변경을 병행하는 방식이 제안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디지털 알림 인프라를 통해 조기 탐지를 돕는 구조가 일부 갖춰져 있다. 행정안전부의 국민비서 구삐 서비스는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해 전자상거래용 수입 물품 통관 내역을 실시간에 가깝게 안내한다. 이용자가 해당 서비스를 활성화해 두면, 본인 명의 통관 건 발생 시 즉시 알림을 받을 수 있어, 모르는 품목이나 낯선 주소지로 등록된 통관 건을 빠르게 인지하고 대응할 여지가 생긴다. 다만 서비스 인지도가 아직 높지 않고, 사전 신청 기반이라는 한계가 있어 가입률 제고가 과제로 남아 있다.
보안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통관 시스템, 공공 알림 서비스 간 정보를 연계한 다층 보안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플랫폼 단계에서의 개인정보 보호와 침해사고 통제, 통관 단계에서의 비정상 패턴 탐지, 사용자 단에서의 알림 기반 모니터링이 결합돼야 실질적인 2차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해외직구 규모가 계속 확대되는 가운데, 개인통관고유부호 자동 변경 주기 설정이나 특정 한도 이상 수입 시 추가 인증 절차 부여 등 제도적 보완책 논의도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와 이용자 사이에서는 쿠팡발 개인정보 보안 리스크가 다른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통관 생태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지 주시하는 분위기다. 단기적으로는 개인통관고유부호 변경과 국민비서·유니패스 알림 설정 등이 현실적인 대응책으로 떠오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대규모 플랫폼의 보안 거버넌스와 공공 통관 시스템의 연계 관리 체계 재정비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전자상거래 성장 속도에 걸맞은 보안·제도적 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을 경우, 유출 사고 한 번이 디지털 물류 인프라 전체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산업계는 이번 사태가 실제 제도 개선과 안전망 확충으로 이어질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