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허무맹랑한 주장”…안귀령, 계엄군 총기 연출 논란 제기한 김현태 상대로 법적 대응 착수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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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다시 격돌했다.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의 총구를 붙잡은 장면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은 안귀령 대통령비서실 부대변인이, 해당 장면이 연출된 것이라는 법정 증언을 두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계엄 책임을 둘러싼 법정 다툼이 이어지는 가운데, 핵심 장면의 진위까지 논란에 휩싸인 모양새다.

 

안귀령 부대변인은 2025년 12월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김현태 전 707특수임무단장을 겨냥해 법적 조치 착수를 밝혔다. 안 부대변인은 “김현태가 허무맹랑한 주장으로 내란을 희화화하고 있다”며 “윤석열의 계엄 선포 당일 저는 어떠한 계산도 없이 오직 내란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행동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일관되게 밝혀온 사실”이라며 자신의 당시 행동이 연출이었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안귀령, 계엄군 총기 잡은 모습 연출 주장에 법적 대응…“내란의 진실 호도” (사진: 유튜브 채널 ‘BBC News 코리아’)
안귀령, 계엄군 총기 잡은 모습 연출 주장에 법적 대응…“내란의 진실 호도” (사진: 유튜브 채널 ‘BBC News 코리아’)

안 부대변인은 김현태 전 단장의 과거 진술 태도도 문제 삼았다. 그는 “김현태는 내란에 가담했음에도 국회, 헌법재판소 등에서 여러 차례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거나 진술을 번복했다”며 “김현태의 말을 믿을 국민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현태의 주장이 저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이고 내란의 진실을 호도하고 있기에 단호하게 법적 조치할 것임을 알려드린다”고 강조했다.

 

또 안 부대변인은 “김현태의 비상식적인 주장이 검증 없이 보도되거나 확산돼 내란의 진실을 둘러싸고 혼란을 조장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넘어, 계엄 사태 전체에 대한 왜곡 우려를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논란의 발단은 12월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부 심리로 열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관련 속행 공판에서 나왔다. 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현태 전 707특수임무단장은 법정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본회의장 인근에서 계엄군의 총구를 붙잡은 안귀령 부대변인의 행동과 관련해 연출에 가까운 장면이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엄 작전 수행 라인의 핵심 인물이 상징적 장면의 진정성을 문제 삼으면서 정치권뿐 아니라 사법 절차에도 파장이 번지는 분위기다.

 

문제가 된 장면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2024년 12월 3일 새벽에 촬영됐다. 당시 국회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는 계엄군과 이를 막으려는 국회의원·정치인들이 긴박하게 대치했고, 그 과정에서 안귀령이 계엄군의 총구를 양손으로 붙잡는 모습이 국회 라이브 영상에 고스란히 잡혔다.

 

영상 속에서 계엄군은 안귀령에게 “떨어져. 움직이지마”라고 경고했지만, 안귀령은 “부끄럽지도 않냐”라고 소리치며 총구를 놓지 않았다. 이후 계엄군이 안귀령의 손을 뿌리치고 뒤로 물러나는 장면과, 계엄군이 안귀령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모습까지 실시간으로 송출돼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국회 안팎에서는 비상계엄의 정당성과 계엄군 투입의 위법성 등을 둘러싼 규탄과 항의가 이어졌다.

 

해당 영상 클립은 사회관계망서비스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BBC와 CNN 등 해외 주요 언론도 이 장면을 12·3 비상계엄 사태의 상징적 화면으로 반복해 사용했고, 안귀령과의 인터뷰를 잇달아 진행했다. 국내 정치 갈등의 한복판에서 촬영된 순간이 국제사회에는 한국 민주주의 위기를 보여주는 대표 장면으로 소비됐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안귀령 부대변인은 방송 기자 출신 정치인으로, 상징성 있는 계엄 저지 장면과 함께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1989년 6월 1일 태어난 안 부대변인은 한국낚시방송과 광주방송 등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했고, 이후 YTN 앵커를 맡으며 언론 경력을 쌓았다. 2022년 1월 YTN을 퇴사한 지 열흘 만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시 대통령선거 후보 직속 국가인재위원회에 영입돼 정계에 입문했고, 당 대변인으로 인선됐다. 대선 국면에서 이재명 대통령 후보 캠프 대변인을 맡아 유세 현장 사회를 담당했고, 현재는 대통령비서실 부대변인을 맡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 부대변인이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진실 규명 공방이 더 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국회와 헌법재판소 등에서 관련 책임을 따지는 절차가 진행돼 왔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을 대상으로 한 형사 재판도 이어지는 만큼, 핵심 증인 간 진술 신빙성을 둘러싼 법정 다툼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법부 판단과 별개로, 계엄 선포와 집행의 책임 소재를 두고 여야가 정면 충돌하는 상황에서 상징적 장면을 둘러싼 논쟁까지 더해지며 정치적 파장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국회와 사법당국은 향후 재판 증언과 관련 기록 검증을 토대로 계엄 사태 전모를 규명해 나갈 것으로 보이며, 정치권은 내란 책임과 진실 왜곡 논란을 두고 계속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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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귀령#김현태#윤석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