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닮은 미래리저브”…평양 카페, 라부부 100달러 굿즈 전략
평양의 일상 소비 문화에 글로벌 프랜차이즈형 카페 모델이 유입되며 북한 내 디지털 소비와 캐릭터 굿즈 시장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평양 락랑애국금강관 안에 문을 연 카페 미래 리저브가 스타벅스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와 포인트 적립 방식으로 라부부 피규어 구매권을 사실상 100달러 수준에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전문가들은 모바일 기반 결제 인프라와 캐릭터 IP 산업 확대를 도모하는 북한 당국의 소비 정책 기류와 맞물려, 평양을 중심으로 한 제한적 디지털 경제 실험이 가속하는 신호로 보고 있다.
중국과 북한을 오가며 홍보 업무를 하는 샐리 인은 최근 소셜미디어 엑스에 평양 미래 리저브 내부 사진과 안내문을 공개했다. 해당 문구에는 라부부 구매권을 커피를 마시는 손님에게는 1달러, 커피를 마시지 않는 손님에게는 3달러에 판매하고, 구매권 100개를 모으면 라부부 피규어와 교환해 준다고 적혀 있다. 커피를 마시며 구매권을 모을 경우 피규어 하나를 얻기 위해 약 100달러를 써야 하는 구조다.

카페 내부는 원목과 가죽 소재, 낮은 톤의 조명, 긴 테이블과 개별 좌석 배치 등 미국 스타벅스의 프리미엄 매장인 리저브 매장을 떠올리게 하는 구조로 꾸며졌다. 책장 위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딸기 라떼 등 메뉴 사진이 진열돼 있으며, 테이블 곳곳에서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글로벌 카페 체인 특유의 ‘머물며 소비하는 공간’ 개념을 차용한 셈이다.
미래 리저브라는 명칭과 로고도 스타벅스 리저브를 정면으로 벤치마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곳은 미국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별 마크 대신 알파벳 M을 변형한 심볼을 전면에 내세운다. 국제 사회에서는 평양판 스타벅스로 불리며, 외신에 의해 이미 여러 차례 소개됐다. 스타벅스는 북한 내 운영 매장이 없다고 공식 선을 긋고 있어, 사실상 상표만 변형한 모방 매장에 가깝다.
라부부는 평양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로 알려졌다. 이번에 공개된 구매 구조는 모바일 게임의 유료 뽑기나 로열티 프로그램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커피 소비에 높은 가격의 굿즈를 결합해 결제 단가를 끌어올리는 전형적인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에 가깝다. 평양에서 활동한 중국인 어학연수생이 커피 3잔에 25달러를 지불했다고 전한 사례도 이런 고가 전략의 일면을 보여준다.
특히 라부부 구매권 구조는 디지털 굿즈 경제에서 흔히 활용되는 포인트 누적과 한정판 보상 모델을 오프라인 카페에 이식한 형태로 해석된다. 글로벌 IT 기업과 커머스 플랫폼이 제공하는 포인트, 한정판 캐릭터 피규어, NFT 굿즈 등이 이용자 체류 시간과 결제 빈도를 끌어올리는 도구로 활용되는 것과 유사한 작동 원리다. 북한의 경우 인터넷과 모바일 앱 기반 인프라는 제한적이지만, 오프라인 공간에서 비슷한 소비 유인을 실험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미래 리저브 사례가 북한 내부에서 진행 중인 이른바 정보기술과 소비 서비스 융합의 초기 단계를 상징한다고 평가한다. 평양에 집중된 고소득층과 외화 접근 계층을 대상으로 고가 커피, 프리미엄 인테리어, 캐릭터 IP 굿즈를 결합해 외화를 흡수하는 동시에, 젊은 층의 트렌드 지향 소비 문화를 자극한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상표와 매장 콘셉트에서 글로벌 브랜드를 사실상 모방하는 방식은 지식재산권과 상표권 보호 측면에서 국제 규범과의 괴리를 드러낸다.
해외에서는 스타벅스, 디즈니, 일본과 중국의 캐릭터 기업들이 AI 기반 고객 분석과 데이터 마케팅으로 굿즈와 F&B를 결합해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반면 북한은 온라인 데이터 기반 맞춤형 추천이나 디지털 결제 시스템보다는 제한된 도시 공간에서 오프라인 체험과 희소성에 집중하는 구조가 두드러진다. 그럼에도 굿즈 수집을 유도하는 방식 자체는 글로벌 IT 플랫폼과 유사해, 추후 내부 결제 시스템이 디지털화될 경우 데이터 기반 소비 관리로 확장될 여지도 제기된다.
북한은 제재 환경 속에서 외화 확보와 체제 내 소비 활성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상황이다. 평양 카페의 고가 전략과 캐릭터 굿즈 판매 방식은 이런 이중 목표를 뒷받침하는 일종의 실험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주민 간 소득 격차를 확대하고, 평양 외 지역과의 소비 경험 차이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 사회에서는 모방 브랜드 확산이 향후 지식재산권 분쟁과 경제 협력 협상 과정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와 연구자들은 평양 미래 리저브 사례가 북한식 디지털 소비 문화와 IP 산업의 전개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초기 신호로 바라보고 있다. 향후 북한이 통신망과 결제 인프라를 얼마나 디지털화하느냐에 따라, 라부부와 같은 캐릭터 IP가 게임, 모바일 앱, 온라인 굿즈로 확장될 가능성도 언급된다. 동시에 글로벌 브랜드 모방과 고소득층 중심 소비 구조가 국제 규범과 내부 사회경제에 어떤 파장을 낳을지에 대한 중장기적 관찰이 요구되고 있다. 산업계는 이런 변화가 실제 시장 구조로 안착할지 주시하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