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일회용 컵 사라진다”…정부, 유상 판매·보증금제로 본 탈플라스틱 방향
정부가 카페 등에서 제공하는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더 이상 무료로 줄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일회용품 사용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도입됐다가 사실상 중단된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어떻게 재정비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는 17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플라스틱 일회용 컵의 무상 제공을 금지하고, 유상 판매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연내 확정할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에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처럼 음료값에 포함된 형태의 사실상 ‘무료 제공’을 허용하지 않고, 컵에 별도 가격을 매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컵값은 점주가 자발적으로 설정하며 금액은 100~200원 선으로 본다”며 “컵의 공급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최소한의 컵값이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점주 자율에 맡기되, 최소 가격 수준을 통해 일회용 컵 사용을 억제하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현재 시행 중인 주요 감축 정책은 일회용 컵 보증금제다. 이 제도는 프랜차이즈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에 음료를 주문할 경우 소비자가 300원의 보증금을 함께 내고, 사용 후 컵을 반환하면 300원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컵을 반납하도록 유도해 회수·재활용률을 높이겠다는 목적이다.
보증금제는 원래 2022년 6월 전국 시행이 예정됐으나, 소상공인 단체와 업계가 회수·보관·정산 비용 부담을 호소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논의 끝에 같은 해 12월 세종과 제주 지역에서만 우선 시행됐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전국 확대 계획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제도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일회용 컵 유상화 추진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보증금제와 병행하거나 보완하는 방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가격 신호를 강화하는 한편, 회수·재활용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지가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자영업자의 비용 부담과 소비자 불편 사이에서 제도의 현실성이 주요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플라스틱 빨대 규제도 다시 손질된다. 기후부는 앞으로 플라스틱 빨대를 고객이 요청할 경우에 한해 무상 제공을 허용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현재 법상으로는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금지돼 있지만, 계도기간이 무기한 연장된 상태라 사실상 규제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앞서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 전면 금지를 추진했다가, 준비 미비와 업계 반발 등을 이유로 돌연 계도기간을 무기한 부여했다. 이 과정에서 종이 빨대 등 대체재 생산업체들은 설비 투자와 생산 확대에 나섰다가 실제 수요가 줄어드는 바람에 경영난을 호소해 제도 예측 가능성 부족 논란이 일었다.
이번 기후부 방안은 무상 제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소비자 요청 시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리한 것이다. 환경단체는 플라스틱 사용을 강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장애인·노인 등 일부 이용자들은 종이 빨대 사용이 어렵다며 유연한 예외 규정을 요구해 왔다. 기후부의 구체적인 기준 설정에 따라 다시 논쟁이 불거질 수 있는 지점이다.
정부는 또 제품의 제조, 유통, 사용, 폐기 전 과정에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한국형 에코디자인’ 도입도 예고했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이 쉽고 불필요한 포장을 줄이는 방향으로 기준을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플라스틱 컵·빨대뿐 아니라 다양한 포장재와 생활용품에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소비자단체와 환경단체는 일회용 컵 유상화 자체는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실제 현장에서 지켜지도록 단속과 인센티브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카페 업계와 소상공인 단체는 “가격 책정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 “추가 인력·시스템 비용이 또 생길 수 있다”며 세부 설계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기후부는 다음 주 초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초안을 공개한 뒤 공청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정부는 연내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으며, 제도 도입 과정에서 소비자 불편과 영세 사업자 부담을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논의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