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두고 현금 살포 논란"…농어촌 기본소득 탈락한 충북 지자체, 잇단 민생지원금 카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 선정에서 제외된 충북 농촌 지자체들이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1인당 최대 50만원 규모의 민생지원금을 잇따라 추진하면서, 지방 재정 악화와 선심성 예산 논란이 동시에 고조되고 있다.
9일 충북도와 각 군에 따르면 정부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곳은 충북에서 옥천군이 유일하다. 옥천군은 2026년부터 2027년까지 2년간 모든 군민에게 한 달 1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할 계획이다. 발표 이후 옥천군에는 나흘 동안 315명이 전입하는 등 주소 이전이 이어지면서 인근 군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 상황이다.

탈락한 지자체 가운데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괴산군이다. 괴산군은 내년 1월 19일부터 2월 27일까지 신청을 받아 군민 1인당 50만원의 민생안정지원금을 지역화폐인 괴산사랑카드에 담아 지급하기로 했다. 대상은 군민 3만5천600여명으로, 총예산은 180억원 수준이다. 송인헌 괴산군수는 "서민 생활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여 지원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동군도 비슷한 안을 검토 중이다. 군은 1인당 50만원 지급을 전제로 민생경제활성화 지원 조례를 입법예고하고 행정절차에 들어갔다. 영동군 관계자는 "의회 동의 절차 등이 남아 있지만, 인근 지자체가 농어촌 기본소득과 민생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한 군민 상실감을 외면할 수 있느냐"며 "내년 설에 맞춰 50만원을 선불카드에 담아 지급하는 쪽으로 내부 의견을 정했다"고 전했다.
단양군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군은 군민 1인당 20만원의 민생안정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한 관련 조례를 군의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단양군 관계자는 "이달 19일 조례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내년 설에 맞춰 54억원 규모의 지원금이 풀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은군 역시 1인당 50만원 수준의 민생지원금 지급 방안을 고심 중이다. 보은군 관계자는 "인접 지자체가 앞다퉈 민생지원금을 지급하는 상황이어서 우리도 재정안정화기금 등을 활용해 비슷한 금액을 준비하고 있다"며 "조만간 군수가 지급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군들이 줄줄이 지원 발표에 나서자, 보은군도 뒤처질 경우 군민 여론 악화를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을 두고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현금 지원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은 국비 40퍼센트, 도비 30퍼센트, 군비 30퍼센트로 재원을 분담하지만, 각 군이 추진하는 민생지원금은 전액 자체 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 재정자립도 10퍼센트에도 못 미치는 지자체가 최대 200억원대 지원금을 마련할 경우 향후 사회복지, 지역개발 등 다른 필수 예산에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 시민사회도 우려를 표시했다.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옥천군은 농어촌 기본소득 공모를 꾸준히 준비해 결실을 맺은 반면 다른 지자체는 상황이 다르다"며 "서민 생활안정과 경제 활성화를 표방하지만 정책의 일관성이 없고, 선거를 앞두고 일종의 '현금 살포' 붐이 이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준비된 농어촌 기본소득과 뒤따라 나오는 일회성 지원이 성격이 다름에도, 정치권이 이를 혼재해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편 정부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농어촌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26∼2027년 2년간 옥천군을 포함한 전국 10개 지자체에서 한 달 1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정부와 국회는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농어촌 지역 상시 지원제도 도입 여부를 검토할 예정인 가운데, 지방선거를 앞둔 충북 각 군의 민생지원금 경쟁이 향후 예산 편성과 지역 정치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