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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링크 저궤도 위성통신 상륙…스페이스X, 한국 가정용 서비스 개시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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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궤도 위성통신 기술이 국내 통신 시장의 지형을 바꾸는 변수가 되고 있다. 미국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가 한국에서 정식 상용 서비스에 들어가면서, 도서 산간과 통신 인프라 취약 지역은 물론 기존 유선 통신망 의존도가 높은 도시권에도 새로운 선택지가 열렸다. 업계에서는 이번 진입을 글로벌 저궤도 위성통신 경쟁이 국내 시장으로 확산되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4일부터 한국에서 스타링크 서비스를 개시한다. 스타링크 공식 홈페이지에는 이미 가정용 위성통신 요금제가 선공개된 상태로, 월 8만7000원에 데이터 용량 제한 없는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페이스X는 첫 가입자를 대상으로 30일 무료 체험을 제공하며, 서울을 포함한 일부 지역은 신청 수요가 몰리며 보증금을 선납하는 선주문 방식으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링크의 기술적 핵심은 지구 상공 약 수백 킬로미터 저궤도에 다수의 소형 위성을 띄우고, 이를 통해 지연 시간을 줄인 광대역 인터넷을 제공하는 구조에 있다. 기존 정지궤도 위성통신은 지상에서 약 3만6000킬로미터 떨어진 궤도에 위치해 전파 왕복 시간이 길어 지연이 크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저궤도 위성망은 이 거리를 수십 분의 1 수준으로 줄여 웹 서핑, 화상회의 등 일반 인터넷 사용에 적합한 속도와 응답성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공개된 스타링크 가정용 서비스는 다운로드 속도 135Mbps, 업로드 속도 40Mbps를 제시했다. 일반 가정 광랜 서비스보다는 다소 낮지만, 기존 유선망 구축이 어렵거나 품질이 불안정한 지역에서는 대체재로 작동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이를 이용하려면 약 55만원 상당의 스탠다드 키트 설치가 필요하다. 이 키트는 위성 신호를 수신하는 안테나와 킥스탠드, 공유기, 스타링크 전용 케이블, AC 전원 케이블, 전원 공급 장치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실질적으로는 가정 내에 소형 위성 지구국을 설치하는 형태에 가깝다.

 

특히 이번 서비스는 한국 통신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구축되지 않은 도서 지역이나 산간 지역, 건물 배선이 어려운 농어촌 마을 등에서 실효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광케이블 포설 비용이 높아 경제성이 떨어지는 구역에서는 저궤도 위성통신이 초기 인프라 투자 부담을 크게 줄여줄 수 있다.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실시간 동영상 시청 등 고대역폭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지역 격차 해소 도구로 부상할 전망이다.

 

서비스 공급 구조 측면에서는 국내 통신사 계열 기업들이 스타링크의 파트너로 합류한다. 스타링크 요금제는 SK텔링크와 KT 계열 위성통신 회사인 KT샛이 공식 계약을 통해 국내 유통을 맡게 된다. 기존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하지 못하던 위성 기반 광역 서비스가 유선·무선 통신망과 결합되면, 통신 기업 입장에서는 백업망 혹은 보완 인프라로 활용 범위를 넓힐 여지도 있다.

 

글로벌하게는 스타링크를 비롯해 원웹, 아마존 프로젝트 쿠이퍼 등 저궤도 위성인터넷 사업자 간 경쟁이 이미 가속화된 상태다. 북미와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스타링크가 농촌 지역 고정 인터넷 대체재로 자리 잡고 있고, 항공·해운·군수 분야에서도 활용 사례를 넓히고 있다. 한국 시장 진출은 이러한 글로벌 확산 과정의 연장선에 있으며, 향후 국내 위성통신 사업자와의 경쟁·협력 구도를 동시에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서비스 상용화를 둘러싼 규제와 제도적 쟁점도 남아 있다. 위성통신 서비스는 주파수 이용, 전파 혼신 방지, 보안·감청 이슈 등 다층적인 규제 검토 대상에 포함된다. 해외 위성망을 통해 국내 인터넷 트래픽이 오가는 구조상 데이터 주권과 보안 관리 체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 향후 전기통신사업 인가·등록, 주파수 이용 허가, 망 중립성 원칙 적용 범위 등에서 구체적인 정책 정비가 필요해질 전망이다.

 

스페이스X는 서울 지역의 서비스 용량이 이미 한도에 도달했다고 공지하면서도, 추가 위성 발사와 지상국 증설을 통해 처리 용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서비스 가능 국가 지도의 한국 표기도 조만간 정식 서비스 국가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스타링크가 당장 도시권 유선 광대역을 대체하기보다는, 통신 사각지 해소와 재난·비상 통신, 산업용 백업망 영역에서부터 영향력을 넓혀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재난망과 군 통신체계, 원양 해운·항공의 통신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위성 기반 수요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여기에 에너지, 건설, 광산업 등 원격 현장 업무가 많은 산업군에서도 안정적인 위성 데이터망 수요가 적지 않다. 스타링크의 상용 서비스 이후 국내 기업들이 이를 어떻게 사업화 포트폴리오에 편입할지에 따라 산업적 파급력은 달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국내에서도 저궤도 위성통신을 활용한 다양한 융합 서비스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5세대 이동통신과 위성망을 연동한 하이브리드 네트워크, 사물인터넷 단말의 글로벌 연결, 자율주행 선박·항공기와 연계된 실시간 모니터링 등이 거론된다. 동시에 통신 규제 체계가 유선·무선·위성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재설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업계는 스타링크가 한국 시장에서 어느 수준의 가입자 기반을 확보할지, 또 기존 통신사와 어떤 협력 모델을 구축할지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 전반에서는 저궤도 위성통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해 통신 인프라 구조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 지켜보는 분위기다.

송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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