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클라우드 재해복구 실증…NIA, 공공 AI 인프라 안정성 높인다
멀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재해복구 기술이 공공 정보 인프라의 새로운 표준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디지털서비스 서밋을 통해 국가 재해·재난을 가정한 재해복구 시나리오를 공개 검증하면서, 공공 인공지능 인프라의 연속성 확보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국내 주요 클라우드 기업들도 GPU 기반 AI 자원과 멀티 클라우드 구조를 결합한 차세대 인프라 전략을 제시해 공공과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AI 클라우드 생태계 전환이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5 인공지능을 위한 데이터 앤드 클라우드 진흥주간의 일환으로 17일 디지털서비스 서밋을 개최했다. 행사는 공공부문의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도입을 촉진하고 최신 기술과 우수 도입 사례, 상호운용성 기술을 공유하는 장으로 기획됐다. 국내 오픈 클라우드 플랫폼 활성화를 목표로 구성된 민간협의체인 오픈 클라우드 플랫폼 활성화를 위한 민간협의체가 공동 주관을 맡아 공공과 민간 클라우드 간 기술 연계를 전제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행사에서는 먼저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이 인공지능과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산업 전반을 전환하는 인공지능전환 전략을 제시했다. 인공지능전환은 데이터와 클라우드를 전제로 행정, 산업, 생활 영역 전반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구조적 변화를 뜻한다. 발표는 국내 공공과 민간에서 진행 중인 인공지능전환 추진 현황을 짚고, 대규모 인공지능 학습과 서비스를 뒷받침할 수 있는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방향을 제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어 네이버클라우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NHN클라우드의 최고기술책임자가 차례로 발표에 나섰다. 각사는 자사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성능 인공지능 연산을 지원하는 인프라 전략을 소개했다. 특히 인공지능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 자원을 필요 시점에만 빌려 쓰는 클라우드 방식인 GPU 서비스형 구조를 공공과 민간에 어떻게 확장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GPU 서비스형은 초기 설비 투자 없이도 인공지능 개발용 연산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공 기관이 한정된 예산으로 다양한 인공지능 실증 사업을 수행할 수 있게 해주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멀티 클라우드 인공지능 시대를 전제로 한 비용 효율성과 가용성 극대화 전략도 공유됐다. 발표에서는 서로 다른 사업자의 클라우드를 동시에 활용해 특정 업무는 비용이 낮은 플랫폼에, 고가용성이 필요한 업무는 재해복구가 검증된 플랫폼에 배치하는 분산 전략이 소개됐다. 또 인공지능 에이전트를 업무 흐름에 적용해 문서 작성, 민원 응대, 데이터 분석 등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사례가 제시됐다. 인공지능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지시를 이해하고 여러 시스템을 오가며 연속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형 비서를 의미한다.
행사의 핵심은 상호운용성에 기반한 재해복구 실증이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과 참여 기업들은 상호운용성이 확보된 클라우드 플랫폼들을 연계해 국가 재해와 재난 상황을 가정한 재해복구 서비스 구성 방안을 공개 검증했다. 상호운용성은 서로 다른 클라우드 환경 간에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 관리 기능이 호환되도록 설계하는 개념으로, 특정 사업자에 종속되지 않고 서비스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 핵심 요소로 꼽힌다. 이번 검증에서는 한 클라우드에서 장애가 발생해도 다른 사업자의 플랫폼으로 핵심 서비스가 자동 또는 신속하게 전환되는 구조가 시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런 방식의 재해복구 구조는 국가 기반 산업이나 공공 정보 시스템에서 기존 단일 클라우드 또는 자체 센터 기반 재해복구 체계의 한계를 보완하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기존에는 동일 사업자 내 다른 리전이나 별도 센터로 서비스를 이중화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으나, 사업자 자체 장애나 광역 재해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멀티 클라우드 기반 재해복구는 물리적으로 떨어진 여러 사업자의 인프라를 동시에 활용해 장애 범위를 분산시키는 전략으로, 국가 재난 상황에서도 핵심 공공 서비스 중단 시간을 줄일 방안으로 거론된다.
공공 클라우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글로벌 환경도 이번 논의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여러 클라우드 사업자의 인프라를 혼합해 사용하는 멀티 클라우드 전략이 금융, 공공, 제조 분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국내에서도 공공 부문의 디지털 서비스가 확장되면서 특정 사업자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상호운용 기준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이 상호 연동 표준과 보안 규격을 공유할 수 있는 민관 협의체가 활성화될 경우, 해외 의존도가 높은 고성능 인공지능 인프라 부문에서도 협력 기반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행사에서 디지털서비스 프런티어 어워즈와 K 서비스형 플랫폼 공모전, 우수 활용 기관 시상을 통해 공공과 민간에서의 디지털 서비스와 공공 플랫폼 활용 성과도 조명했다. 공공 기관이 민간 디지털 서비스를 도입해 업무 효율을 높인 사례와, 공공 플랫폼을 활용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기업들이 수상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공 플랫폼은 행정과 공공 서비스에 필요한 공통 기능을 모듈화해 제공하는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으로, 민간 기업이 이를 기반으로 공공용 애플리케이션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원장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첨단 산업 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한 필수 기반으로 클라우드를 지목하면서, 이를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한 멀티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재해복구 중요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관이 지속적으로 협력해 클라우드 플랫폼 중심의 범국가적 상호운용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재해복구 실증과 상호운용성 논의가 실제 공공 조달과 규제 체계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