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더 이상 캐시 카우 아니다”…WSJ, 글로벌 브랜드 수익 둔화와 생존 전략 전환 조명
현지시각 기준 1일, 미국(USA)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글로벌 소비재 브랜드의 중국(China) 사업을 집중 조명하며 “중국은 더 이상 서구 기업의 안정적인 현금 창출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중국 경제 성장 둔화와 소비 여력 약화, 토종 브랜드 약진이 맞물리며 서구 기업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번 평가가 글로벌 기업의 중국 재편과 공급망 전략에 어떤 변화를 유도할지 주목된다.
WSJ에 따르면 중국은 루이뷔통 모회사 LVMH, 스타벅스, 나이키, 애플, 테슬라 등 서구 대표 브랜드에 오랫동안 핵심 시장으로 작용해 왔다. 현지시각 기준 1990년대 후반부터 이어진 고도 성장 과정에서 수백만 명의 중국인이 중산층과 상류층으로 편입되며 이들 브랜드의 매출을 떠받쳤다. 그러나 최근에는 성장 둔화와 미중 갈등 심화, 현지 경쟁사의 부상으로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특히 커피·자동차 등 소비재와 내구재 분야에서 글로벌 브랜드의 입지가 눈에 띄게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커피 체인 스타벅스는 1999년 베이징에서 첫 매장을 연 이후 중국 전역으로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려 왔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충격과 저가 전략을 앞세운 중국 토종 브랜드의 공세로 실적과 영향력이 흔들리는 상황에 직면했다. 중국 커피 체인 루이싱커피는 2023년 스타벅스를 제치고 중국 최대 커피 체인으로 올라섰다.
이 같은 경쟁 심화 속에서 스타벅스는 최근 중국 사업 구조를 재편해 중국에 기반을 둔 사모펀드 보위캐피털에 중국 사업 지분 60%를 매각하기로 했다고 WSJ는 전했다. 현지 파트너와의 지분 재조정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시장 변화에 보다 민첩하게 대응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약세가 두드러진다. 독일(Germany) 폭스바겐은 2023년 중국 시장에서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에 판매 1위 자리를 내줬다. 최근 분기 기준 폭스바겐의 중국 내 차량 인도량은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WSJ는 “과거처럼 중국에서 손쉽게 높은 수익을 올리던 시기가 끝나가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할 기로에 서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환경 변화는 미중 간 전략 경쟁과 기술 패권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거론된다. WSJ는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글로벌 브랜드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와 중국의 반외국 제재 법제, 데이터·보안 규제 강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중국 사업을 둘러싼 정치·규제 리스크가 과거보다 크게 확대됐다는 평가다.
한편 글로벌 브랜드는 단순 철수가 아닌 ‘체질 개선’과 ‘현지화 심화’로 대응하고 있다. 명품과 생활소비재 기업들은 중국 소비자 취향을 세밀하게 반영한 제품 개발, 가격 전략 조정, 차별화된 마케팅을 내세워 경쟁 우위를 회복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WSJ는 일부 기업이 중국을 신제품과 서비스를 시험하는 혁신의 허브로 활용하며, 오히려 현지 기업으로부터 배우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컨설팅업체 후퉁리서치의 궈산 파트너는 WSJ 인터뷰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 현지 기업들과 경쟁하지 않으면, 결국 중국 밖에서 그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형성된 강력한 브랜드와 기술력이 곧바로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경쟁자로 등장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프랑스(France) 명품 그룹 LVMH 산하 화장품·향수 브랜드 겔랑은 중국 젊은 소비자를 겨냥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립스틱을 내년에 출시할 계획이다. 가격은 약 56달러 수준으로 전통적인 럭셔리 포지셔닝보다 낮춘다는 구상이다. 겔랑의 가브리엘 생제니 최고경영자(CEO)는 WSJ에 “시대가 변했다. (중국) 소비자들의 요구가 더 높아졌다”고 밝히며, 소비자들이 지불한 가격에 상응하는 품질과 경험을 더욱 엄격히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Sweden) 가구 소매업체 이케아도 중국 시장에서 가격 전략을 대대적으로 손보고 있다. 이케아는 중국에서 판매하는 150종 이상의 인기 제품 가격을 인하하는 동시에, 중국 소비자의 취향과 생활 방식에 맞춘 1천600종 이상의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케아 중국법인 대표 아이비 장은 회사를 “중국 시장을 혁신의 시험장으로 보고 있다”고 표현하며, 중국에서의 경험과 데이터를 글로벌 사업 전반에 반영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자동차 부문에서 폭스바겐은 단순 판매 확대를 넘어 기술 협력을 통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WSJ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최근 상하이(Shanghai)에서 열린 엑스포에서 중국 기업과 합작해 자율주행 및 운전자 보조 시스템용 자체 칩을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CEO는 “우리는 엔지니어링 역량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특히 중국에 투자하고 있다”며 중국을 “자동차 산업을 견인하는 가장 혁신적인 허브”라고 평가했다. 기술 동맹과 공동 개발을 통해 중국 전기차·배터리 업체의 공세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WSJ는 다만 모든 글로벌 브랜드가 중국에서 부진한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미국(USA) 패션 브랜드 랠프로런의 중국 매출은 최근 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늘어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또 다른 미국 화장품 업체 에스티로더의 중국 본토 매출도 7∼9월에 전년 동기 대비 약 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 이미지, 제품 포트폴리오, 가격 전략에 따라 중국 시장에서의 성과가 기업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국제 여론 역시 중국 시장을 둘러싼 글로벌 기업의 셈법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주요 경제 매체들은 중국을 더 이상 일방적인 성장 동력으로 보기보다, 고성장과 고위험이 공존하는 시장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일부 분석은 중국을 ‘리스크 분산이 필요한 필수 시장’으로 규정하며, 글로벌 기업이 동남아시아나 인도(India), 중동(Middle East) 등과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병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WSJ는 종합 평가에서 글로벌 브랜드들이 중국 내 경쟁 심화와 성장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 조정, 현지화 강화, 기술 협력, 혁신 허브 전략 등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시에 패션과 화장품 등 일부 분야에서는 여전히 의미 있는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부각했다. 국제사회와 투자자들은 이 같은 전략 전환이 중국 의존도를 어떻게 재구성할지, 또 미중 갈등 속에서 어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