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공포”…일본, 30년 만의 금리 인상에 가상자산 시장 ‘긴장’
현지시각 기준 20일, 일본(Tokyo, Japan)에서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3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중대한 정책 전환을 발표했다. 수십 년간 글로벌 위험 자산 랠리를 떠받쳐 온 일본발 초저금리 유동성이 뒤흔들리면서, 국제 금융 시장과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긴장이 번지고 있다. 특히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부각되며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이 새로운 금리 환경에서 어떤 경로를 밟을지 관심이 쏠린다.
현지시각 기준 20일 오전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0.75%까지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199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사실상 ‘제로 금리’에 가까웠던 기존 정책 기조에서 벗어난 조치다. 일본은행은 물가와 임금의 동반 상승, 완만한 경기 회복을 근거로 들며 “완화적이지만 보다 균형 잡힌 금리 수준을 지향한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놓았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상이 추가 긴축의 신호탄인지 여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은 1990년대 자산 버블 붕괴 이후 장기 디플레이션과 저성장을 겪으면서 마이너스 또는 제로에 가까운 금리를 유지해 왔다. 이 과정에서 엔화는 초저금리 통화로 자리 잡았고, 글로벌 투자자들은 엔화를 빌려 수익률이 높은 다른 통화나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전략을 확대해 왔다. 일본발 싼 자금은 미국(USA)과 유럽(EU)은 물론, 신흥국 주식·채권·부동산·가상자산 시장까지 광범위하게 흘러들어가 위험자산 랠리를 뒷받침했다.
이번 금리 인상은 엔 캐리 트레이드 구조 자체에 균열을 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일본과 타국 간 금리 차가 줄어들면 엔화를 빌려 외화 자산에 투자하는 매력이 약화되고, 기존 포지션을 축소하거나 청산하는 움직임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엔화 강세와 글로벌 자산 매도 압력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주변국 금융시장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당장 가격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종목은 정책 발표 직후 단기 변동성을 보였지만, 즉각적인 급락세로 이어지지는 않는 모습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미 일본의 정책 정상화가 예견돼 있었다는 점을 들어 “단기 재료 소화 과정”이라고 해석한다. 그럼에도 엔 캐리 트레이드가 점진적으로 축소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위험자산 전반에 매도 압력이 누적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진다.
각국 중앙은행과 규제 당국도 일본의 행보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이 고금리 기조에서 출구를 모색하는 가운데, 일본이 뒤늦게 금리 정상화에 가세하면서 글로벌 통화정책 지형이 재편되는 구도다. 신흥국 통화당국은 엔화 강세와 글로벌 자금 회귀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외환시장 안정 조치와 금리 정책 조합을 재검토하는 분위기다.
국제 주요 매체들도 일본은행의 결정을 글로벌 유동성 사이클의 분기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 유력지는 “수십 년 동안 세계 시장에 값싼 자금을 공급해 온 일본이 방향을 틀고 있다”고 전하며, 엔 캐리 트레이드 포지션이 얼마나 빠르게 축소될지에 주목했다. 유럽 언론은 일본이 유럽 금융시장 내 채권 및 파생상품 거래 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며, 단기 변동성 확대를 경고하는 전문가 의견을 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편에서는 “위험자산 축소 국면에서 비트코인도 초기에는 매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법정통화 가치 변동성이 커질수록 비트코인의 ‘디지털 가치 저장 수단’ 서사가 강화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을 제시한다. 또 다른 시각에서는 일본 내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과정에서 가상자산 비중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지, 아니면 0.75% 수준에서 숨 고르기에 들어갈지에 따라 글로벌 자산시장 경로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속도와 범위, 그리고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 시점이 맞물릴 경우,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이 어떤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국제사회와 투자자들은 일본의 정책 전환이 가져올 구조적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