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부리에 맞선 함성 기억하겠다”…이재명, 계엄 1년 맞아 특별성명·시민행진 나선다
정치적 충돌의 기억과 민주주의 회복을 둘러싼 물음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비상계엄 선포 후 1년을 맞은 시점에 대통령과 시민사회, 국회·사법부 수장이 한자리에 나서면서 향후 정국의 방향을 둘러싼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비상계엄 1년을 맞은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과 도심 일대를 오가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을 준비해 온 지난 1년의 소회를 밝히고, 국민 통합과 경제 비전을 묶은 메시지를 던질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오전 9시께 대통령실에서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을 발표한다. 성명은 전 국민을 상대로 생중계되며, 발표 뒤에는 짧은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된다. 청와대식 일방통보 형식에서 벗어나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강조하려는 취지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앞서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성명 내용을 예고하며 “총부리에 맞선 함성으로 극도의 혼란을 평화로 바꾼 대한민국 국민의 노고를 기억하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수석의 설명에 비춰볼 때, 계엄 국면에서 거리로 나온 국민의 저항과 참여를 국가 공식 기록 속에 자리매김하려는 의도가 담길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이어 오전 10시 대통령실에서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연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국제사회를 청중으로 삼아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을 선언하고, 국민 통합과 경제 성장, 대외협력 방향을 두루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치 일정이자 동시에 대외 메시지 창구로 활용해, 한국 민주주의의 정상화 과정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겠다는 계산으로 읽힌다.
정치권이 주목하는 일정은 정오 무렵부터 이어진다. 이 대통령은 우원식 국회의장, 조희대 대법원장,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김민석 국무총리,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을 대통령실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한다.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 헌법기관 수장이 모두 모이는 만큼, 지난 1년간의 국가적 위기와 혼란을 평가하고 제도적 보완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 자리에서 계엄 과정에서 드러난 헌법 질서의 취약점, 선거 관리와 사법의 독립성, 위기 상황에서의 권력 분산 장치 등 각 기관별 과제를 폭넓게 점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가 추진해 온 계엄 관련 국정조사와 제도개선 논쟁과도 맞물리며, 향후 입법·사법 분야 개혁 논의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오후 일정도 이어진다. 이 대통령은 오후 4시 30분에는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도핑방지기구 총회 참석차 방한한 커스티 코번트리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대통령실에서 접견한다. 이 자리에서는 세계도핑방지기구 총회의 성공적 개최 지원, 스포츠 공정성 강화, 국제 스포츠 외교 협력 방안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민주주의 회복을 강조하는 날, 공정 경쟁이라는 스포츠 가치도 함께 부각시키려는 포석으로도 읽힌다.
정치적 상징성이 가장 큰 장면은 저녁에 예정돼 있다. 이 대통령은 오후 7시 시민단체와 정당이 공동 주최하는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에 김민석 국무총리 등과 함께 참석한다.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장외 시민행진에 직접 동참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행보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위대한 대한국민에 대한 감사를 현장에서 직접 드리는 것이 여러모로 의미가 있겠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이 형식적 메시지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계엄 1년을 ‘거리 정치’가 아닌 ‘제도권과 시민이 함께 만든 전환점’으로 재정의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이 ‘빛의 혁명’을 상징하는 응원봉을 들고 행진에 참여하거나, 연단에 올라 직접 연설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 경내에 머무르던 과거 대통령들과 달리, 이 대통령이 시민 집회 현장에 서는 장면은 향후 권력 운영 방식과 소통 전략의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야권에서는 대통령의 장외행사 참여를 두고 정치적 상징 조작이나 과도한 정치 이벤트라는 비판이 제기될 여지도 있다. 반면 여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계엄 이후 1년 동안 거리에서 싸웠다고 자부해 온 시민들에게 대통령이 직접 감사 의사를 전하는 것은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치학계에서는 계엄 1년을 기점으로 한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가 향후 개헌 논의, 권력구조 개편, 검찰·사법 개혁 등 굵직한 의제와 연결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위기 극복을 자산으로 삼아 강력한 제도 개혁 드라이브로 이어갈지, 통합을 앞세운 점진적 조정 기조를 택할지에 따라 여야 대립의 양상도 달라질 수 있어서다.
이날 국회와 정치권은 대통령의 특별성명과 시민행진 참석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정부는 계엄 1년을 민주주의 복원과 사회대개혁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구상 아래 향후 관련 입법과 제도개선 과제를 검토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