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봉투에 버려진 신생아 숨져”…베트남유학생 신생아유기치사 혐의 체포
14일 서울 시내에서 출산 직후 종이 쇼핑백에 담긴 채 버려진 신생아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취약한 임신·출산 여성과 신생아 보호 체계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베트남 국적 유학생을 긴급 체포하고 정확한 유기 경위와 혐의 적용 범위를 조사 중이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14일 오후 6시 25분께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 인근 건물 앞에서 신생아를 유기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베트남 국적 20대 여성 A씨를 현행범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같은 날 동국대 캠퍼스 내 한 건물에서 아기를 출산한 뒤, 인근 건물 앞에 신생아를 종이 쇼핑백에 넣어 두고 떠난 혐의를 받고 있다.

유기된 신생아는 발견 직후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정확한 사망 시각과 사인은 의료기관의 소견과 부검 여부 등을 통해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신생아가 발견된 건물에 입주한 회사 직원 B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종이 쇼핑백 안에 검은색 비닐봉지가 있었고 주변에 옷가지와 신발이 떨어져 있었다”고 말하며 당시 현장에 물품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던 상황을 전했다. 발견 당시 신생아의 상태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구조 직후부터 위중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베트남에서 유학을 온 20대 유학생으로, 사건 직후 경찰에 체포된 뒤 출산으로 인한 건강 상태를 고려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가 혼자 출산을 했는지, 출산 과정에 다른 인물이 관여했는지, 사전에 출산과 유기 계획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주변 CCTV 영상과 통신기록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수사 과정에서 적용 혐의가 신생아유기죄에 그칠지, 신생아유기치사나 영아살해 등으로 확대될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경찰은 신생아의 사망 경위와 시간대, 유기 당시 환경과 보호 가능성 등을 종합해 법률 검토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정확한 진술을 확보해 유기 동기와 사건 전후 상황을 면밀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예상치 못한 임신·출산 상황에 놓인 외국인 유학생 등 취약계층이 충분한 상담과 지원을 받지 못한 채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는 구조적 문제를 다시 한 번 드러낸다는 지적도 낳고 있다. 현행법상 ‘익명 출산’ 제도나 비밀 보장을 전제로 한 공적 보호 장치는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어, 위기 임신 여성이 안전하게 아이를 출산하고 보호 기관에 연계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자·체류 문제, 언어 장벽, 경제적 어려움 등에 직면한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임신 사실을 주변에 알리기 어렵고, 의료기관이나 복지서비스 접근도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출산 직전까지 보호 체계 밖에 머물다, 출산 직후 신생아 유기·사망으로 이어지는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찰은 향후 아동학대 전담기관 및 복지부서와도 정보를 공유해, 유사 사례 방지 대책과 취약 임산부 지원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병행할 방침이다. 수사 당국은 A씨의 진술과 의료 기록, 현장 감식 결과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규명하는 한편, 신생아 사망에 대한 법적 책임 소재를 가리는 조사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