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감성 아닌 법리로 접근해야"…천대엽, 민주당 사법개혁법 위헌성 경고

장서준 기자
입력

사법개혁 법안을 둘러싼 여야 충돌 속에서 대법관 출신 법원 수장이 직접 위헌 우려를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 등 이른바 사법개혁 법안을 두고 사법부, 변호사회, 시민단체까지 잇달아 우려를 내놓으면서 정국 긴장이 커지고 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주당 주도의 사법개혁 법안에 대해 "이 부분은 감성적 차원, 정치적 차원보다는 정말로 정치하게 법리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게 대부분 법률가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법안 논의가 정치 공방을 넘어 헌법 질서와 직결돼 있다는 취지다.

천 처장은 이어 "정부의 국민주권 실현을 위해서, 충정을 위해 드리는 말씀으로 생각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입법부 논의에 개입하려는 것이 아니라, 헌법에 부합하는 절차와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기관 경고'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그는 특히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등 특정 사건을 겨냥한 법안이 향후 재판의 정당성을 뒤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천 처장은 "저희가 제일 큰 사명감을 느끼는 부분은 역사적인 이 사건 재판이 혹시라도 이런 위헌성 시비로 인해 장기간 진행이 안 되거나 위헌 판결을 받아 무효화하면 그에 따른 사법적·역사적 책임을 법원이 뒤집어써야 하는 중요한 기로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정치 쟁점화된 재판이 헌법재판소 판단에 따라 일괄 무효가 될 경우, 법원이 사법 신뢰 추락의 책임을 떠안게 된다는 우려다.

 

천 처장은 또 법조계와 시민사회 전반에서 제기된 위헌 가능성 지적을 일일이 언급했다. 그는 "최근 전국법관대표회의나 대한변호사협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모든 단체가 이 법에 위헌적 소지가 있으니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얘기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두 기관에서 얘기한다면 그 기관의 편견이나 무지의 결과일 수 있지만 모든 기관이 그렇게 얘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법부 내부와 변호사 단체, 시민단체 전반에서 위헌성 우려가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만큼 국회가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등 민주당의 사법개혁 법안을 놓고 공방을 이어갔다. 여당은 특정 사건을 겨냥한 입법이라며 위헌성이 크다고 지적했고, 민주당은 사법부의 정치화와 편파성 시비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천 처장의 발언은 이런 공방 한복판에서 나온 만큼 향후 상임위 논의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여야는 천 처장의 경고와 법조·시민단체의 우려를 둘러싸고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논의를 거쳐 사법개혁 법안 처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며, 위헌성 검토를 둘러싼 정치권의 충돌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장서준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천대엽#더불어민주당#사법개혁법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