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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손 꼭 잡고, 골목을 걷는다”…서울 가을 탐험, 가족과 나누는 작은 기쁨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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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는 서울의 풍경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예전엔 먼 교외로 나가야 계절의 변화가 느껴졌지만, 이제는 도심 곳곳에서 뜻밖의 휴식과 새로운 탐험의 기회가 펼쳐진다. 아이와 나란히 걷는 길, 그 속에서 우리는 계절의 온기를 더 가까이 만난다.

 

요즘 SNS에는 ‘서울 가을 나들이’ 인증이 부쩍 늘었다. 주말이면 퐁퐁플라워 건대센터와 같은 실내 놀이공간에서 아이의 웃음소리가 퍼지고, 맑은 날엔 서울숲 산책길이나 북악스카이웨이의 드라이브 인증샷이 잇따른다. 엄마 정선영(36) 씨는 “가을마다 색이 변하는 공원을 아이와 돌다 보면, 평소 모르던 대화가 자연스레 오간다”고 이야기했다. 해방촌 골목이나 카페거리에서는 가족과 나누는 소박한 식사가 특별한 추억이 되기도 한다.

서울숲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서울숲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이런 변화는 실제 공간의 숫자로도 확인된다. 서울 캠핑장, 대형 키즈카페, 도심 공원의 실내외 이용객은 5년 새 30% 이상 늘었다고 한다. 한강 강변 산책로에서 피크닉 매트를 펴는 가족, 골목길 탐험을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이 이제 도심 일상의 한 풍경이다.

 

아동 발달 전문가 김은수 소아정신과 교수는 “아이들에게 놀이와 휴식은 경계가 없다. 가을 공기와 계절의 변화 속에서 뛰노는 경험은 단순한 여가 이상”이라 표현했다. 엄마 아빠에게도 ‘휴식하다 소란 내며 놀다’를 반복하는 이 시간은 가족의 에너지를 다시 채우는 온기라고 덧붙였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작년 서울숲에서 첫걸음 뗀 아이, 올해는 팔각정에서 가을 멋 내고 사진 찍었어요”라며 성장과 계절을 함께 기록한다. 한 누리꾼은 “해방촌 골목길만 걸어도 가족끼리 대화가 많아진다. 아이가 지루할 틈이 없다고 했다”고 남겼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한때가, 도심의 변화무쌍한 풍경과 맞물려 있는 셈이다.

 

서울에서 보내는 가을 한복판의 탐험은 그저 여행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채우는 감정의 시간이다. 계절마다 다른 빛, 뛰어놀다 쉬는 작은 순간들, 그리고 한 장의 가족사진 속 웃음까지.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최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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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퐁퐁플라워#서울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