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군집위성 발사 또 멈췄다"…우주항공청, 원인 규명이 2단계 관문
국내 최초 양산형 초소형 지구관측위성 사업의 첫 단계 격인 초소형군집위성 검증기 발사가 또다시 무산됐다. 지난 11일 1차 발사 시도에서 통신 오류로 카운트다운이 중단된 데 이어, 16일 2차 시도에서는 이륙 신호와 엔진 점화까지 이뤄지고도 실제 이륙이 이행되지 않았다. 한반도 상공을 촘촘히 관측할 군집위성 체계의 실행력이 검증 단계에서 차질을 빚으면서, 발사체를 맡은 미국 로켓랩의 일렉트론 시스템과 전체 사업 일정에 대한 재점검이 불가피해 보인다.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초소형군집위성 검증기는 16일 오전 9시 55분 우리 시각 기준 뉴질랜드 마히아 발사장에서 발사될 예정이었다. 발사 서비스는 미국 민간 우주기업 로켓랩이 제공하며, 소형 전용 발사체 일렉트론이 위성을 궤도에 투입하는 구조다. 일렉트론은 저궤도 소형위성 전용 상업 발사체로 수십 차례 이상 운용된 기종이지만, 이번 미션에서 연속적인 이륙 중단 상황이 발생했다.

1차 발사 시도는 11일이었다. 당시에는 발사체와 지상장비 간 통신 오류가 발생해 카운트다운 도중 두 차례 홀드가 걸렸고, 발사가능시간대를 의미하는 론치 윈도우 내에서 문제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임무를 중단했다. 발사 준비 자체가 본격 점화 단계에 이르기 전 시스템 보호 차원에서 멈춘 사례였다.
2차 시도에서는 상황이 보다 진전된 단계에서 문제에 봉착했다. 카운트다운 구간에서 별도의 홀드 없이 최종 10초까지 순조롭게 진행됐고, 발사통제센터에서 공식 이륙 선언을 내린 뒤 발사체 엔진에 점화 신호도 전달됐다. 지상 중계 영상에서는 엔진 점화에 따른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이 포착됐지만, 일렉트론은 이륙하지 못했다. 로켓랩 측은 생중계에서 카운트다운 중단 신호가 포착됐다며, 당일 론치 윈도우가 짧은 만큼 카운트를 재활용하지 않고 발사 시도를 종료한다고 설명했다.
엔진 점화 단계 이후 이륙 직전에 임무가 중단됐다는 점에서, 로켓랩은 추진계통, 자동 비상정지 시스템, 발사대와의 인터페이스 등 기계·소프트웨어 양 측면에서 원인 분석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 상업용 소형 발사체는 자동화된 비상 중단 시스템을 통해 안전 한계를 넘는 진동, 압력, 자세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이륙 직전에도 점화를 차단하거나 추력을 즉시 줄이도록 설계된다. 연기가 관측됐지만 상승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은 이러한 보호 로직이 작동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구체적인 중단 원인과 재시도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우주항공청은 로켓랩으로부터 기술적 분석 결과와 수정된 발사 계획을 전달받는 대로 공식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발사체 자체 결함인지, 지상 설비와의 연동 문제인지, 혹은 안전 규정을 우선 적용한 보수적 중단 결정이었는지에 따라 향후 발사 일정과 비용 구조도 달라질 수 있다.
초소형군집위성은 질량 100킬로그램 미만의 초소형위성을 여러 기 동시 운용해 한반도와 주변 해역을 고빈도로 감시하는 체계를 목표로 한다. 기존 중대형 단일 지구관측위성은 고해상도 영상을 제공하지만, 동일 지역 재방문 주기가 길어 갑작스러운 재해나 재난, 군사·안보 상황 변화에 대한 실시간 대응에 제약이 있었다. 반면 군집위성 방식은 다수 위성이 서로 다른 궤도면과 궤도 위치를 차지해 매일 세 차례 이상 한반도 상공 촬영을 수행하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홍수, 산불, 농업 피해, 해양 오염 등 재난 재해 현장을 보다 빠르게 파악할 수 있고, 안보 및 해상 감시 역량도 보완된다.
초소형군집위성 사업에서 검증기의 역할은 향후 양산형 군집위성 성능과 운용 개념을 미리 점검하는 데 있다. 지난해 4월 발사된 시제기는 국내에서 설계·제작한 초소형위성 플랫폼의 기본 성능과 궤도 유지, 통신, 전력 시스템 등을 시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에 발사되는 검증기는 실제 양산형에 가까운 구조와 탑재체를 장착해 영상 품질, 자세 제어 정밀도, 군집 운용을 위한 지상국 통제 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단계로 설계됐다.
양산형 초소형군집위성은 내년 6월 5기, 내후년 6월 5기 등 총 10기 발사가 계획돼 있다. 검증기 발사 지연이 길어질 경우, 양산형 위성의 발사 연쇄 일정과 궤도 배치 전략에도 조정이 필요해질 수 있다. 특히 위성 개발과 발사 서비스 계약, 지상국 확충, 데이터 처리 인프라 구축이 연동돼 추진되는 만큼, 발사 성공 시점을 기준으로 설정된 후속 사업 마일스톤도 재검토 대상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우주산업에서는 이미 소형위성과 군집위성을 활용한 고빈도 지구관측 경쟁이 본격화됐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민간 위성영상 기업이 수십 기 이상의 소형위성 군집을 운영하며, 상업·국방 수요를 모두 겨냥하고 있다. 국내 초소형군집위성 프로젝트는 아직 초기 축에 속하지만, 국산 위성과 해외 민간 발사체를 결합한 혼합형 모델을 채택해 기술 내재화와 비용 효율을 동시에 추구하는 구조다. 이번 발사 중단은 발사체 선택의 위험 분산 필요성과, 향후 국내 독자 발사역량 강화 논의를 자극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단일 실패 사례보다는 연속된 중단 양상과 그에 대한 원인 규명 과정을 주시하고 있다. 우주 발사 과정의 특성상 사소한 센서 오류도 안전을 위해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반복되는 이륙 중단은 통제 시스템 신뢰성에 대한 질문을 낳을 수 있어서다. 특히 국가 전략 인프라를 담당할 군집위성의 초기 발사가 상업 발사체에 의존하는 구조인 만큼, 정부와 우주항공청이 발사 서비스 제공사의 품질관리 기준과 비상 대응 절차를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초소형군집위성 체계가 본 궤도에 오르면, 재난 관측과 안보 감시뿐 아니라 기후변화, 농업 생산성 분석, 스마트시티 인프라 관리 등 다양한 데이터 기반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 위성 영상과 인공지능 분석 기술을 결합하면, 하루 단위가 아닌 수시간 단위로 지구 환경 변화를 추적하는 서비스 시장도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뒤따른다. 산업계와 연구계는 우선 검증기 발사가 안전하게 마무리돼, 계획된 군집운용 실증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