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구조조정·해킹 리스크가 시험대"…KT 차기 대표 4강 압축, 정치·보안 부담이 변수

조보라 기자
입력

구조조정과 해킹 논란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격화된 가운데 KT 차기 대표 선임을 두고 이사회와 정치권, 통신업계의 이해가 맞부딪치고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 연이은 해킹 사고, 정치적 부담이 얽힌 상황에서 누가 새 수장으로 낙점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9일 대표이사 후보군 7명을 상대로 온라인 면접을 진행하고, 이 가운데 3∼4명을 최종 후보군으로 압축할 계획이다. 이어 16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최종 면접을 거쳐 주주총회에 상정할 대표이사 후보를 정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앞서 2일 기존 16명에 달하던 후보를 7명으로 1차 압축했다. 최종 압축 명단에는 김철수 전 KT스카이라이프 사장,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 남규택 전 KT CS 사장,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이현석 KT 커스터머부문장, 주형철 전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홍원표 전 SK쉴더스 대표가 포함됐다.

 

통신업계 안팎에서는 이 가운데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이현석 KT 커스터머부문장, 주형철 전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가 사실상 4강 구도를 형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형철 전 대표를 제외하면 모두 KT 출신 인사라는 점에서 내부 책임론과 조직 안정을 둘러싼 이해가 교차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태호 전 사장은 1986년 KT 운용기술부에 입사해 IT기획실장을 거쳐 2009년 경영지원실 연구위원으로 재직한 뒤 회사를 떠났다. 이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초대 서울교통공사 사장을 지내며 공공기관 경영 경험을 쌓았다. 통신업계에서는 김 전 사장이 KT 전직 대표들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이사회 밖 구 인맥의 영향력이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김태호 전 사장은 김영섭 현 대표 선임 전후로 구성된 현 이사회보다는 전 이사회와 가까운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과 경영 정상화를 주도해야 할 차기 수장을 현 이사회가 직접 선택하려 할 경우 최종 선택지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시각도 함께 제기된다.

 

박윤영 전 사장은 대표적인 정통 KT 출신 인사로 꼽힌다. 1992년 한국통신에 입사해 KT 기업사업부문장과 기업부문장에 올랐고, 동남아시아 등 해외 법인 사업을 이끌어온 기업대기업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앞서 구현모 전 대표 선임 당시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고, 김영섭 현 대표 선임 때도 최종 후보 3인 명단에 포함된 바 있어 사실상 세 차례 연속 대표 후보군에 오른 셈이다.

 

다만 박 전 사장은 2016년 이른바 KT 불법 정치자금 쪼개기 후원 사건 과정에서 송금 계좌 제공자로 이름이 거론됐던 전력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당시 송금액이 500만 원 미만으로 법적 처벌 대상은 아니었다는 점이 확인됐지만,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민감하게 반응했던 사건이라는 점에서 사법 리스크가 다시 쟁점화될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유일한 현직 후보인 이현석 KT 커스터머부문장은 1997년 KTF 무선단말팀 입사 이후 줄곧 무선 사업 부문을 거치며 현장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 관련 신사업 구상을 내부적으로 공유하며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신망이 높다는 평가도 뒤따르고 있어 현장직 구조조정과 해킹 대응,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 갈등을 조정할 적임자라는 기대가 교차한다.

 

그러나 커스터머부문장으로 재직하며 무단 소액결제와 해킹 사태의 책임 라인에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통신사 보안 의무와 소비자 보호 강화 방안을 잇달아 논의하는 상황에서 이현석 부사장의 책임 한계와 리더십 검증 문제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변수로 꼽힌다.

 

외부 출신인 주형철 전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정치권과의 접점이 넓은 인사로 분류된다. 주 전 대표는 SK텔레콤 출신으로, 김동연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연구원장을 지냈고, 이후 더불어민주당 집권플랜본부 먹사니즘본부장을 맡았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뒤에는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으로 참여해 국정과제 설계에 관여한 이력도 있다.

 

다만 과거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던 네이트와 싸이월드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던 점이 부담이다. 당시 주형철 전 대표는 고객정보보호 스페셜태스크포스장을 맡아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KT가 연이은 해킹과 정보유출 의혹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른 상황에서 보안 리스크를 안고 있는 후보라는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동시에 보안사고 수습 경험이 KT의 해킹 사태 매듭짓기에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치권 부담을 최소화할 카드로는 김철수 전 KT스카이라이프 사장이 거론된다. 김 전 사장은 뚜렷한 정치권 이력이나 논란이 적어, 대표로 선임될 경우 여야 공방이 증폭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가 통신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그러나 현재 판세에서는 4강 후보들에 비해 주목도가 낮아 이사회가 어떤 평가를 내릴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함께 제기된다.

 

이번 대표 선임 과정은 단순한 인사 절차를 넘어 구조조정 방식, 해킹 재발 방지 대책, 통신·플랫폼 규제 환경에 대한 대응 전략을 한꺼번에 가늠하는 시험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통신사 보안의무 강화와 소비자 보호 입법 논의가 이어지는 만큼, 차기 KT 대표의 면면은 향후 정책 협의와 규제 방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오는 9일 온라인 면접에서 구조조정 원칙, 해킹 대응 전략, 정치적 중립성 확보 방안 등을 중점적으로 따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와 정부도 KT 차기 수장의 거취를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이사회가 16일 최종 후보를 확정하면 주주총회에서의 검증 공방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보라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kt#김태호#주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