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삼성 BMW 차량용 칩 동맹 기대감"…제이엔비, 품절주 효과에 상한가 직행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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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독일 완성차 업체 BMW에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관련 수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정의 핵심 파트너로 꼽히는 제이엔비가 직격 수혜주로 부각되면서 상한가까지 치솟아 투자자 관심이 집중됐다. 단기적으로는 품절주 특유의 높은 변동성이, 중장기적으로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 가능성이 교차하는 구간으로 해석된다.  

 

30일 오후 2시 15분 기준 제이엔비는 전 거래일보다 29.96퍼센트 1,630원 오른 7,070원에 거래되며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했다. 시가총액 600억 원대의 중소형 장비주로, 삼성전자의 차량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의 BMW 공급 결정이 알려지자 곧바로 매수세가 유입됐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라인의 가동률 개선 기대가 제이엔비 수주 증가 전망으로 연결되며 주가를 밀어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 제이엔비가 삼성전자의 BMW 반도체 공급 소식에 힘입어 상한가를 기록했다. 사진=톱스타뉴스
▲ 제이엔비가 삼성전자의 BMW 반도체 공급 소식에 힘입어 상한가를 기록했다. 사진=톱스타뉴스

이날 급등은 거래량 급증과 함께 나타났다. 제이엔비 주가는 최근 1주일 동안 5,400원대에서 6,000원 초반 사이 박스권에 갇혀 방향성을 탐색해왔다. 12월 16일 이후 일일 거래량이 5만 주 미만으로 줄며 관망세가 짙었지만, 이날 오후 2시 기준 거래량은 104만 주를 넘어서 전일 1만 5천 주 대비 약 70배 폭증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악성 매물이 단기간에 소화되면서 직전 고점 부근의 저항을 상향 돌파한 만큼 기술적 측면에서 추가 상방 압력이 유효한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번 상한가의 핵심 배경으로는 삼성전자의 전장 사업 확장이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차량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를 BMW에 공급하기로 하고, 관련 생산을 파운드리 라인에 배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파운드리 가동률이 높아질 경우 공정 내 필수 장비로 사용되는 진공펌프 스태커를 공급하는 제이엔비의 설비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캡티브 마켓인 삼성전자의 고객 기반이 글로벌 완성차로 넓어지면서 협력사의 기업가치 재평가가 이뤄지는 전형적인 낙수 구조라는 평가다.  

 

수급 구조도 주가 급등을 뒷받침했다. 제이엔비의 상장주식수는 약 961만 주로, 시장에서 통상 품절주로 분류되는 구간이다. 유통 주식수가 적으면 상대적으로 적은 매수 주문만으로도 호가가 빠르게 비며 주가가 큰 폭으로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 이날 외국인 보유율이 2퍼센트 초반에 머무르며 외국인 순매매는 제한적인 수준이었지만, 개인 투자자 중심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상한가에 도달했다. 매도 상위 창구에 개인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이 이름을 올린 점은 단기 차익 실현 물량이 계속 나오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이 물량이 시장에서 대부분 흡수되며 주가 탄력이 유지되고 있다.  

 

동종 업계 내에서의 움직임도 대비된다. 반도체 대표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날 0.01퍼센트 안팎의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동안, 제이엔비는 중소형 반도체 장비주 특유의 민감한 탄력성을 보이며 관련 섹터 상승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단순 테마주로만 보기 어려운 지점은 펀더멘털의 개선이다. 제이엔비는 2023년 연결 기준 당기순손실 25억 원으로 적자를 기록했지만, 2024년에는 당기순이익 19억 9,000만 원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3억 6,000만 원으로 집계되며 전년 대비 소폭 성장했다. 실적 턴어라운드가 확인된 가운데 수주 기대가 더해지면서, 이번 주가 급등은 실적 개선을 기반으로 한 재평가 과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리스크 요인도 상존한다. 제이엔비는 지난 5월 약 8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향후 주식 전환이 진행될 경우 발행 주식수가 늘어나면서 잠재적인 매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매출 상당 부분을 삼성전자에 의존하는 사업 구조는 전방 투자 사이클의 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현재 주가 기준 제이엔비의 주가수익비율 PER는 약 22배 수준으로 업종 평균과 비교해 과도하게 높지는 않다는 평가지만, 단기 급등으로 인한 괴리 확대는 언제든지 차익 실현성 매물을 부를 수 있는 요인이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향후 삼성전자의 구체적인 전장용 반도체 투자 계획과 장비 발주 일정이 제이엔비 주가의 방향성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오늘 상한가가 삼성 BMW 동맹이라는 뉴스에 기반한 기대 심리 선반영 성격이 강하다며 실질적인 수주 공시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변동성 관리에 초점을 두는 보수적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8월 기록한 전고점 8,900원 회복 여부가 중기 추세 전환을 가늠할 기술적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향후 삼성전자의 전장 사업 확대 속도와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 구체화 정도에 따라 관련 협력사들의 주가 재평가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국내외 금리 흐름과 반도체 업황, 전기차 수요 등 전방 지표를 함께 점검하며 대응 전략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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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엔비#삼성전자#bm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