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6.60% 급락"…펩트론, 공시 번복 여파에 24만원 지지선 흔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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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트론 주가가 공시 번복 논란 여파로 급락세를 이어가며 투자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17일 오전 11시 현재 펩트론[087010]은 전 거래일보다 6.60% 하락한 24만 7,500원을 기록 중이다. 전날 890억 원 규모의 오송 제2공장 건축 허가라는 대형 호재가 발표됐지만, 글로벌 제약사와의 계약 관련 신뢰 훼손 이슈가 부각되면서 투자심리 위축이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기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향후 기술이전 성과와 신뢰 회복 여부가 중장기 투자 판단의 분기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7일 시장에 따르면 펩트론 주가는 지난달 기록한 52주 신고가 39만 2,500원 이후 내리막을 지속하고 있다. 이날 장중 한때 24만 5,500원까지 밀리며 고점 대비 낙폭이 37%에 근접했다. 신공장 건축 허가는 통상 중장기 성장 기반 확충으로 평가되지만, 현재 시장은 성장 스토리보다 공시 번복으로 드러난 경영 리스크와 불확실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주가는 주요 이동평균선을 모두 하향 이탈하며 24만 원 초반대를 향한 추가 조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 펩트론[087010]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 펩트론[087010]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

주가 급락의 촉매로 지목되는 것은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의 공동연구 계약 공시 정정이다. 펩트론은 이달 1일 릴리와 체결한 기술평가 계약 기간을 당초 시장에 알려진 14개월이 아닌 최대 24개월로 정정 공시했다. 기술이전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최초 공시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점이 시장 신뢰를 훼손했다는 평가다. 전날 발표된 오송 신공장 허가 소식조차 주가 하락을 되돌리지 못한 배경으로 이 같은 매니지먼트 리스크가 꼽힌다.

 

수급 측면에서도 불안이 뚜렷하다. 최근 매도 상위 창구에는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 창구가 포진한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가 이탈을 주도하는 흐름이다. 16일 하루에만 외국인 순매도는 약 6만 주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17일 장중에도 매도 우위 기조가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대로 개인 투자자들은 하락을 매수 기회로 인식해 물량을 받아내고 있으나,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 물량을 흡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같은 수급 불균형은 주가의 하방 경직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바이오 섹터 내에서의 상대적 위치도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같은 플랫폼 기반 바이오 기업인 알테오젠은 이날 1%대 상승세를 보이며 시가총액 22조 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알테오젠이 머크와의 독점 계약을 통해 이미 흑자 기조를 구축한 반면, 펩트론은 아직 실적보다는 기대에 의존하는 적자 기업이라는 점이 차별 요인으로 거론된다. 시가총액 기준 코스닥 9위 수준인 펩트론이 알테오젠과 같은 고가 바이오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단순 양해각서나 평가 계약이 아닌, 구체적인 마일스톤 수취와 본 계약 체결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재무 측면에서도 현재 주가 수준과 펀더멘털 간 괴리가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시장에서는 펩트론의 2024년 예상 매출을 30억 원 수준, 영업손실을 165억 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시가총액은 5조 7,000억 원 안팎으로, 스마트데포(SmartDepot)로 알려진 약효 지속형 플랫폼 기술의 잠재력과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 확대 기대감이 상당 부분 선반영된 상태다. 영업적자를 내는 기업 특성상 향후 외부 자금 조달 이슈나 유동성 부담이 부각될 경우, 밸류에이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빠르게 증폭될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5배를 웃도는 점도 실적 가시성 확보 전까지 고평가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요소로 꼽힌다.

 

전날 충북 오송 제2공장 건축 허가 소식은 펩트론의 성장 전략을 상징하는 이벤트로 평가된다. 총 890억 원이 투입되는 이 공장은 향후 글로벌 파트너사 대상 임상 시료와 상업화 물량을 생산하는 거점으로 계획돼 있다. 기술이전 이후 위탁개발생산(CDMO)까지 사업을 확장하려는 구상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다만 공장 착공에서 완공, GMP 승인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만큼, 단기적으로는 재무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실적이 없는 상태에서 대규모 설비투자가 진행될 경우 추가 자금조달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주가 흐름은 단기와 장기 관점에서 엇갈린다. 단기적으로는 24만 원 초반대 지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로 거론된다. 신뢰 훼손 이슈와 외국인 매도세가 겹친 상황에서 바닥을 성급히 단정하기 어렵다는 경계론이 우세하다. 시장 참가자들은 외국인 수급이 순매수로 전환되거나, 회사 측이 적극적인 기업설명(IR)을 통해 공시 논란을 해소하고 신뢰 회복 신호를 내놓을 때까지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장기 시계에서는 여전히 성장 스토리에 기회 요인이 남아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일라이 릴리와 진행 중인 기술평가가 긍정적으로 마무리되고 본 계약으로 이어질 경우,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의 레버리지 효과가 상당할 수 있다는 평가다. 비만 치료제는 글로벌 빅파마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신성장 분야이며, 약효 지속형 플랫폼은 주사 횟수 감소와 복약 편의성 제고 측면에서 선호도가 높은 기술로 꼽힌다. 다만 본 계약 체결과 마일스톤 유입이 가시화되기 전까지 현재 조정 국면이 이어질 수 있고, 투자자는 그 과정에서 상당한 변동성을 감내해야 한다는 점이 변수로 남는다.

 

바이오 종목 특성상 임상 결과 발표나 계약 공시 한 건에 따라 주가가 하루 사이 30% 안팎으로 급등락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최근 공시 정정 이슈를 겪은 펩트론의 경우 시장 검증 기준이 한층 엄격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추가 일정 지연이나 유상증자 등 자금조달 이슈가 발생할 경우 투자 심리 위축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당국과 시장 참여자들은 관련 공시의 투명성과 신뢰도 제고가 바이오 섹터 전반의 건전한 성장에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고 보고 있다.

허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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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트론#알테오젠#스마트데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