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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물보안법에 CMO 재편 가속…프레스티지, 60억 수주로 대응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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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 산업이 글로벌 규제 변화에 따라 재편 국면에 들어가고 있다. 미국의 생물보안법 통과로 주요 제약사가 공급 안정성을 갖춘 CMO와의 장기 파트너십을 서두르면서, 실제 상업 생산 경험과 국제 수준 품질 체계를 갖춘 업체에 수요가 몰리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흐름이 단순 가격 경쟁에서 생산 안정성과 규제 대응 능력 중심의 경쟁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24일 해외 제약바이오기업과 약 60억 원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제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번 수주로 올해 하반기 기준 누적 수주금액을 380억 원까지 늘렸다. 계약 대상 품목은 임상용 바이오의약품으로,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제조와 함께 안정성 시험까지 맡는다. 프로젝트는 2027년 2월 완료가 예정돼 있다.

계약 범위에는 임상용 의약품 생산뿐 아니라 장기 안정성 시험과 후속 모니터링 활동 등이 포함됐다. 회사는 해당 품목이 상업화 단계로 진입할 경우 상업 생산 전환, 생산 규모 증설, 추가 품목 수주 등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임상 단계부터 생산 공정을 구축한 CMO가 상업 생산까지 연속적으로 담당하는 구조가 글로벌 제약사들 사이에서 일반화되는 추세라 향후 매출 기여 폭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생물보안법 통과 이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와 리스크 분산을 중점 과제로 삼는 분위기가 강화되고 있다. 특정 국가나 소수 공장에 편중됐던 생산 기지를 분산하고, 규제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는 CMO를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실제 글로벌 제품 제조 경험, 여유 있는 생산 및 품질관리 인프라, 숙련 인력 양성 능력을 갖춘 CMO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다. 임상 단계에서 품질 이슈가 발생하면 개발 일정 전체가 지연될 수 있기 때문에, 제약사 입장에서는 초기 비용이 다소 높더라도 검증된 파트너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모습이다. 미국과 유럽 규제기관의 GMP 기준 강화 흐름도 이 같은 움직임에 힘을 보태고 있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국제 GMP 수준의 생산 시스템을 기반으로 공정 유연성과 생산 안정성을 내세우고 있다. 회사의 생산공정 플랫폼은 공정 전환 시간을 줄이고 다양한 바이오의약품을 병행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된 모듈형 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동시에 생산 라인 간 교차 오염 위험을 최소화하는 설비 동선과 품질관리 체계를 적용해 다품종 생산 환경에서도 규제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구조는 항체의약품, 이중항체, 차세대 단백질 치료제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하려는 제약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새로운 파이프라인이 추가될 때마다 공장을 새로 짓지 않고도 기존 인프라 내에서 공정을 재구성해 생산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CDMO 간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공정 전환 속도는 수주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해외에서는 이미 대형 CDMO를 중심으로 공급망 재편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업체들은 현지 생산 능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아시아 지역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비용과 리스크를 나누는 전략을 병행하는 추세다. 중국 CMO에 대한 의존도를 둘러싼 규제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한국, 싱가포르 등 대체 생산 거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를 포함한 일부 기업이 국제 GMP 인허가와 글로벌 상업 생산 실적을 토대로 해외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고정비 비중이 높은 설비 산업 특성상 수주 공백이 발생하면 곧바로 손익에 부담이 되는 만큼, 장기 파트너십과 다년 계약 비중을 얼마나 늘리느냐가 관건으로 지적된다. 정부의 바이오 생산 클러스터 정책과 규제 Harmonization 지원도 중장기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거론된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이번 계약을 글로벌 제약사와의 장기 협력 기반을 넓히는 신호탄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번 대규모 계약은 일회성 수주를 넘어 글로벌 제약사들과 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추가 수주 기회를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미국 생물보안법 이후 본격화된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서, 이러한 수주 성과가 실제 장기 매출과 생산 규모 확대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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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cmo#미국생물보안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