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민주당에도 지원 있었다"…윤영호, 법정서 실명 언급 시사하며 특검 편파수사 정면 비판 예고
정치권을 둘러싼 종교단체 지원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건희특별검사팀으로부터 기소된 윤영호 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세계본부장이 법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인사들의 실명을 밝힐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여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9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구속 상태인 윤 전 본부장은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 우인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업무상 횡령 등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자신이 지원하거나 접촉했다고 주장하는 민주당 인사들의 실명을 최후진술 과정에서 언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5일 열린 공판에서 김건희 특별검사팀 수사가 특정 정당에 치우쳤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당시 "통일교는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 측도 지원했는데 특검팀이 공소사실에서 누락했다"고 말해 특검 수사 편향 논란을 촉발했다.
그는 특히 문재인 정부 시기를 지목하며 "2017∼2021년에는 국민의힘보다 민주당과 가까웠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 정부의 장관급 네 분에게 어프로치했고, 이 중 두 분은 한학자 총재에게도 왔다 갔다"고 증언했다. 해당 시기는 민주당이 여당이던 때여서 정치적 후폭풍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왔다.
윤 전 본부장은 이 부분을 진술하면서 재판부에 실명 거론 가능 여부를 먼저 문의했다. 재판부로부터 허용 답변을 받았지만 "파장이 있을 것이라 고민된다"고 말한 뒤 구체적 이름 언급은 자제했다. 그러나 최후진술에서는 관련 인사 실명을 밝히며 특검 편향 수사 주장을 거듭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재판정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김건희 특별검사팀 수사 과정에서도 여야 정치인 지원 관련 진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민중기 특별검사팀 조사를 받던 지난 8월 2018∼2020년 사이 민주당 국회의원 2명에게 수천만원씩 지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건희 특별검사팀은 이 같은 진술이 존재한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특검법상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사안이라고 판단해 별도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검팀은 특정 정당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일부의 시각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며 편파 수사 논란을 부인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야권 인사에게 흘러갔다는 자금 의혹에 수사기관이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직무유기 논란이 불거지자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 진술 당시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해 기본적인 조치는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을 경찰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해 후속 조사를 맡기면서 특검 차원의 관여는 사실상 마무리하는 수순을 밟았다.
윤 전 본부장은 또 다른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2022년 4∼8월께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 씨를 매개로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등을 전달하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혐의로 기소됐다. 특검팀은 이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판단해 공소를 제기했다.
정치권에선 윤 전 본부장의 법정 발언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가 최후진술에서 여권 고위 인사나 민주당 현역 의원 실명을 구체적으로 언급할 경우 통일교와 정치권의 접촉 경로를 둘러싼 공방이 거세질 수 있다. 특히 수사 편향 논란과 맞물려 특검팀의 정당성, 향후 수사 방향을 둘러싼 논쟁도 확산될 전망이다.
다만 실제로 어느 수준까지 구체적 진술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피고인 신분인 윤 전 본부장의 진술 신빙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 경찰의 조치 여부에 따라 사건의 향배가 좌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수사기관의 공식 확인 이전에 정치권이 앞서 고성 공방에 나설 경우 민심 피로감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거론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종교단체와 정치권 사이 자금·인맥 네트워크 전반으로 논쟁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 여야 모두에게 불리한 정보가 흘러나올 경우 방어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0일 결심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최종 의견을 들은 뒤 선고 기일을 지정할 예정이다. 김건희 특별검사팀은 관련 수사와 기소 경과를 설명하는 한편, 경찰 국가수사본부 수사 검토 상황을 지켜본 뒤 추가 대응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윤 전 본부장 진술 내용을 토대로 향후 국회 차원의 점검과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